한국일보

LA 명물 할리웃 사인이 손에 잡힐 듯

2021-02-26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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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Mt. Lee ( 1,680’ ) Hollywood Sign

LA 명물 할리웃 사인이 손에 잡힐 듯

Mt. Lee 정상에 오른 젊은이들.

LA 명물 할리웃 사인이 손에 잡힐 듯

Cahuenga Peak( 1,820’ )쪽에서 본 Mt. Lee의 정상부.


LA 명물 할리웃 사인이 손에 잡힐 듯

Mt. Lee 정상에서 본‘HOLLYWOOD’의 뒷면.


LA 명물 할리웃 사인이 손에 잡힐 듯

구름에 감싸인 Mt. Lee의 전경.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지만, LA에 살고있는 우리들 Angelino에게는 자랑거리가 많다.

아마도Gold Rush에서 부터 비롯됐을 California Dream의 매력에 이끌려 세계 각국으로 부터 모여든, 꿈과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 엮어가는 다양한 문화와 가치, 그리고 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창조적 시너지 등이, 너무나도 쾌적한 지중해성 기후에다가 푸르고 망망한 대해 태평양, 너른 들, 높고 험준한 산맥들과 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에 뿌리를 내리면서, 만인이 선망하는, 활기에 찬 싱그러운 꽃을 피워내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 LA인 것이다.

전 인류의 시선을 모아온 신데렐라의 화려한 궁전 Hollywood, 현실에 꿈과 동화를 섞어서 축조해낸 무지개의 왕국 Disney Land, 온 지구인의 입맛을 통일해 가고있는 햄버거제국 McDonald, 하늘로 우주로 날아 오르는 인류의 날개인Boeing 과 NASA의 JPL, 세계제일의 소수정예 공과대학 Cal-tech 을 비롯한 UCLA, USC 등의 명문대학들-.


이렇게 구체적인 자랑거리들을 꼽아 가자면 길어지겠는데, 그러나 산을 좋아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결코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우리 LA한인타운 북쪽편에 있는 Griffith Park 이다. Griffith Park은 이름이 Park이지, 도심에 있으면서도 그 규모나 형세는 웬만한 깊은 산을 뺨칠 정도여서, 우리 Angelino들의 큰 자랑이자 진귀한 보배라고 할만하다.

먼저 그 크기부터 살펴보자. New Yorker들의 긍지인 Central Park이 103만평 (843에이커), Londoner의 자랑인 Hyde Park이 77만평(630에이커),서울의 남산이 89만평(726에이커)인데 비해, 우리의Griffith Park은 무려 528만평(4310에이커)에 이르러 가히 압도적이라 하겠는데, 도심속의 공원으로서는 북미주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그러나 그 크기에 앞서 더욱 대단한 것은 우리의Griffith Park은 다른 곳들과 달리 지세가 도심지의 공원으로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도 심산유곡인양 거칠고 변화무쌍하며, 상당 부분이 원시자연상태 그대로 유지 보존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원안에는 서울 남산의 해발262m 보다 훨씬 더 높은 봉우리들이, 적어도 11개가 넘고 그 중에 ’HOLLYWOOD’ Sign이 설치되어 있는 Mt. Lee의 높이는 해발509m(1680’)가 되고, 이 공원의 최고봉인 Cahuenga Peak은 해발 554m(1820’)가 되는것을 감안하면, 정식 Trail만도 53 마일이나 된다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 할 것이다. 특히 고국의 불암산은 해발고도가 508미터, 수락산은 638미터임을 고려하면 우리의 Griffith Park 의 거대한 규모를 대충은 실감할 수 있겠다.

Griffith Park은 금광으로 부자가 된 South Wales출신 이민자 Griffith Jenkins Griffith라는 분이, 1896년 12월에 ”LA시민들에 대한 크리스마스선물”이란 취지로 기증하여 생기게 되었다는데, 당시 시의회에서는 타운에서 너무 멀어 시민들이 이용하기가 불편하고, 관리상의 어려움만 생기게 되니 받지 않아야 된다는 의견도 많아서, 표결 끝에 어렵사리 증여가 이루어 졌다고 하니, 참으로 그 때가 바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었겠다. 어쨌거나 Griffith Park은 기증인이 LA시민들을 그 수증인으로 했기에, 아마도 시민들을 상대로 입장료를 받는 일은 영구히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직은 도시의 인구(1890년에 50,400)나 규모가 작았고, 그때는 자동차라는 교통수단도 아직 출현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으니까 지금보다는 훨씬 더 멀게 느껴질 수 있었겠다고 이해하게 되는데, 행여 그 때 증여가 실현되지 않았더라면 어쩔뻔했나 아찔하다.

다행히 125년 전의 그 역사적인 선물은 오늘의 우리에게 이렇게 멋지게 상속되어져 있고, 그 동안 우리Angelino들은 미상불 이곳을 아끼고 가까이하여 왔는 바, 근래엔 방문자가 연간 1천만명에 이른다니, 참으로 자랑스럽다.


가끔 이곳에 가보면, 특히 이른 아침에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절반정도는 우리 한국인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많은 한인들이 심신의 단련장으로 선용하는것을 볼 수 있어 더욱 뿌듯한 마음이 들곤한다. 이곳을 찾는 분들은 물론 남녀노소가 두루 분포되어 있겠으나, 특별히는, 비익연리의 부부애와 노익장을 과시하듯,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커플들이 많다는 것과, 주말에는LA Runners Club, KMC, Day Breakers 등에 소속된 한인 마라토너들의 이용이 많다는 것이 눈에 띈다.

필자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주중 아침시간에 산을 오르는 거의 대부분의 분들은 천문대 주차장 기준으로 왕복 1시간 내외인 Mt. Hollywood 정상을 다니시는데, 이 코스는 필자처럼 주말에 한하여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본격적인 등산을 하려는 사람들에겐 너무 짧은 편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이런 본격적인 등산을 하려는 분들의 경우를 고려하여 , 미국문화의 대표적인 상징물의 하나인 ’HOLLYWOOD’ Sign도 직접 가서 볼겸, 한인 마라톤 클럽들이 종종 이용하는 Mt. Lee코스를 소개코자 한다.

Hollywood에서 부유층을 상대로 Cadillac판매회사를 운영하였던 Donald Musgrave Lee(1880~1934)가 이 봉우리 정상에 Channel 2 TV방송용 Antenna Station을 세웠기 때문에 Mt. Lee라는 이름이 이 산에 붙여졌다고 한다. 왕복 6마일쯤으로, 4~5시간이면 충분하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 Vermont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Los Feliz를 통과하게되는데, 이때부터 완만하게 구부러지는 주택가 길을0.3마일쯤 더 가면, 공원임을 알리는 큰 Sign이 왼쪽편에 서 있다. Wilshire와 Vermont교차로에서 부터는3.7마일 지점이다. 길을 따라 계속 직진하여 0.5마일을 더 오르다가, 짧은 터널을 통과하면, 터널 바깥 오른쪽의 길 어깨에 주차한다.

등산코스

바로 앞에 있는 차량출입통제 Gate를 걸어서 통과한다. 이 넓은 포장도로가 Mt. Hollywood Drive이다. 길을 따라 걸어가노라면 눈앞에 펼쳐지는 도시전경과 Hollywood Sign, 천문대, 산과 계곡들과 길가의 아름다운 소나무, 참나무, Ceanothus, Buckthorn, Tree Tobacco, Laurel Sumac, Toyon 등을 망라하는 각종 수목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Toyon 이란 식물은 Holly라고도 부르며, ‘Hollywood’ 란 말이 나오게 된 주인공인데, 가을과 겨울에는 작은 앵두알같은 빨간 열매가 뭉터기로 열려, 그 화려함과 요염함을 자랑한다. 계절이 봄이라면, 흔히 유채꽃이라고 말하는 무우잎처럼 생긴Black Mustard, 민들레, 야생 해바라기, 파피 등도 볼 수 있다.

30분 정도를 걸으면 왼쪽으로 휘어지는 길 중간에 섬처럼 큰 화단이 있고 그 속에 7그루의 큰 나무가 보호되고있는 곳을 지나게 되는데, 이곳을 지도에서는 3 Mile-tree로 표시하고있다.

여기서15분정도를 더 나아가면 왼쪽으로 넓은 내리막 흙길이 나오는데 이 길은, 건조하고 매말랐던 우리 LA가, 오늘날 일약 푸르른 지상낙원이 되어있고 세계적인 거대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인프라 ‘Los Angeles Aqueduct’를 구축하는데 단연 선도적 역할을 수행했던 William Mulholland(1855~1935)에게 헌정된 “Mulholland Trail”이다.

여기서 잠시 시간을 내어 우리 LA의 발전과정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분이라고 할 수 있을 William Mulholland의 행적과 함께 LA 역사의 한 페이지를 들추어보자.

Mr. Mulholland는 1855년에 Ireland의 Dublin에서 태어났는데, 22세인 1877년에 주민수가 9000명 정도에 불과했던 Los Angeles로 건너와, 민간기업인 Los Angeles Water Company에 취직하여 ‘물’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게 되는데, 1902년에는 이 회사가 City of Los Angeles의 Water Department 가 된다.

이 분야에 해박한 경험과 지식을 쌓은 William은 Superintendent가 되었고, 미래지향적인 LA의 번영과 성장을 위해서 안정적인 수자원의 확보는 필수라는 비젼을 가지게 된다. 결국 고도가 높은 Eastern Sierra의 물이 모이는 Owens Valley에서 고도가 낮은 San Fernando Valley까지 중력의 힘으로 물을 끌어오는 과감한 프로젝트를 그 당시 LA시장인 Frederick Eaton과 함께 구상하고 추진하여 164개의 터널을 포함한 전장 233마일의 Aqueduct(1908 ~1913)를 건설해낸다.

이 과정에서 수원지 지역의 농부나 주민들과 아주 심각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고 하는데, 아무튼 이런 저런 숱한 난관을 극복한 끝에 안정적인 다량의 물을 확보하게된 LA와 San Fernando Valley등이 비로소 풍부한 농산물의 산지가 되고 수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The Switzerland of California’로 변모하게 되어진 것이다.

중국의 고대사에는, 요와 순에 이어 제위에 오른 ‘하’나라의 우는 치수에 성공함으로써 제왕에 발탁되어졌다고 하는데, 바로 이 William Mulholland가 이에 비견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다른 점이라면 우는 황하의 물이 범람하지 않고 쉽게 잘 빠지도록 나가는 물길을 잡은 것이고, William은 산을 뚫고 바위를 부수어가며 Owens Valley의 물이 LA에 이르도록, 들어오는 1000리 물길을 만든 것이라고 하겠다.

치수에 성공한 우가 제왕에 추대되어진 것 처럼, 미상불 그 당시에 William을 LA시장으로 추대하려는 지지자들이 많았다는데, 본인이 이를 단호히 사양하였단다.

William은 그 명성이 국내외로 널리 알려진 ‘물’ 전문가로서 Hoover Dam이나 Panama운하의 건설에도 자문역을 맡기도 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의 Santa Clarita의 북쪽 10마일쯤 되는 Castaic Lake동쪽 계곡에 1928년에 준공시킨 St. Francis Dam이, William 등이 검사를 한 후 불과 12시간만에 완전붕괴되어졌다고 한다.

600명 이상의 인부 및 어린이들을 포함한 주민들이 목숨을 잃는 대참극이 발생하는데, 1906년에 발생하여 3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San Francisco대지진에 이어 가주 역사상 2번째로 큰 재난으로 기록되며 당연히 불명예스러운 사임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이룬 공로가 워낙 크기 때문인지 그의 이름을 부여한 Dam, 학교, 도로 등이 있다.

이 Mulholland Trail로도 ‘Hollywood’ Sign이 있는Mt. Lee에 오를 수는 있으나, 길이 산줄기의 자락을 돌고 돌기에, 마치 여인의 치마폭처럼 구비구비 주름져 있어, 편도 3마일정도의 거리가 되므로, 일부러 더 많이 걸으려는 의도가 있으면 이 길로 가면 좋겠으나 - 한인마라톤 클럽회원들은 이 길을 훈련루트로 함 - 그게 아니라면 이곳으로 가지 말고, 그냥 통과하여 200미터쯤을 더 나아가면, 왼쪽으로 너비 1~2미터 쯤의 좁은 등산길이 나오게 되니, 이를 따라간다. 공원안내지도에는 등재되어있지 않은 이름없는 샛길이다.

이 길은 정면에 있는 Mt. Chapel(1,614’)로 오르게 되는데, 오르다 보면 길이 왼쪽으로 갈라진다. 왼쪽 길은Mt. Chapel의 정상이 아닌 왼쪽 기슭으로 통과하게 되고, 직진하면 정상을 지나서 다시 두 길이 합쳐지므로 어느 길이라도 괜찮다. 여기서 부터는 특히 전망도 좋고 여러가지 꽃들과 관목들이 우거져 더욱 운치가 있다. 주변의 경관을 즐기며 천천히20분 정도를 걸으면 좁은 산길이 끝나고 왼쪽에서 올라오는 넓은 포장도로인 Mt. Lee Drive를 만나게 된다. 이 길을 따라 15분 가량을 오르면 송수신탑이 세워져 있는 Mt. Lee의 정상에 이르며, 바로 발아래로 ‘Hollywood’ Sign의 뒷면을 보게된다.

여기서는 전후좌우의 탁월한 전망과 함께, 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호수, Lake Hollywood 도 발아래 서쪽으로 보게 된다. 시원한 물이나 초콜렛을 겯드리면 정상에 선 행복감이 배가될 것이다.

우리가 나고 자라난 고국을 떠나와 이렇듯 멀지만 아름다운 곳에서 삶의 후반부를 살고 있는 우리 자신과, 이 땅에서 자라나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으며 대대로 살아나갈 우리의 후손들에게, 발아래로 펼쳐져 있는 이 도시 LA와 캘리포니아 그리고 아메리카대륙은 영원히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되어줄 것이다.

세월이 지나고 보면, 지금의 우리는 분연히 이 아메리카의 남가주에 뿌리를 내린 용기있는 조상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조명되는 아련한 전설이 되어 질 것이리라.

이 곳에서 굽어보는 오늘의 LA는 아름답기만 하다. 이 땅에 축복이 영원무궁하기를!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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