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조지아 상원 선거에선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었고, 6일 트럼프의 선거 불복 무리수를 끝내줄 조 바이든 당선 인증절차가 진행 중이던 연방의회에선 트럼프 선동연설에 흥분한 트럼프 추종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하는 폭동이 발생했다. 새해 벽두부터 휘몰아친 워싱턴 정국의 격랑 속에서 혼돈의 트럼프 시대가 저물고 ‘민주당 천하’가 시작되고 있다.
2020년이 가고 거의 한 주가 더 지나서야 마침내 끝난 2020년 선거의 피날레를 장식한 것은 민주당의 상원 주도권 탈환이다.
라파엘 워녹과 존 오소프 두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두 현직의원 켈리 뢰플러와 데이빗 퍼듀에게 도전해 예상 밖의 역전승을 거둔 조지아 주 연방상원 2석 결선투표 결과는 조지아를 넘어 향후 2년 미 정치의 판도를 변화시킬 것이다.
‘기적’ 같은 동반 승리를 거두었지만 민주당은 무소속까지 합해도 50대50으로 공화당과 동수를 이루게 되고 거기에 상원의장을 겸임하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를 더해야 간신히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간신히’라도 다수당의 파워는 소수당과는 엄청난 차이다. 그건 최소한 앞으로 2년 동안 새 대통령 조 바이든이 비타협적인 공화당에 끌려 다니는 대신 약하긴 해도 상하 양원의 주도권을 장악한 민주당 의회의 지원을 받으며 국정운영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집권 초기 야심찬 바이든 정책추진의 의회 순항을 의미한다. 상원 어젠다를 정하는 것이 다수당 대표다. 민주당의 의견만 통일되면 2,000달러 현금지급과 주 및 로컬정부 지원이 포함된 코비드-19 추가부양안을 선두로 기후변화 대책과 오바마케어 보강 등 자신의 공약을 적극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공화당 상원이라면 아예 포기할 퍼블릭 옵션을 추가한 헬스케어법안도 시도할 것이고, 포괄적 이민개혁안의 성사도 기대할만 하다.
바이든의 내각 인선 인준도 신속해질 것이다. 마지막까지 미루다가 오바마의 연방대법관 지명자였던 메릭 갈랜드로 내정된 법무장관 인준만이 아니라, 공화당이 ‘과격 진보’라며 반대를 별렀던 하비에르 베세라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의 인준도 무난해질 것이다.
그러나 무제한 통제권과는 거리가 멀다. 공화당과 동수인 상원만이 아니다. 하원도 주도권은 지켰지만 다수당의 우위는 지난 회기의 37석에서 지금은 11석으로 줄어들었다. 기대치를 함께 낮출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이 하원의장직 수행의 마지막 회기로 알려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입법유산 다지기로도 하원에서 바이든 정책에 제동이 걸리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문제는 상원이다. 대부분의 법안은 필리버스터를 막을 60표 문턱을 넘어야 한다. 법안 통과를 위해선 최소한 공화의원 10명의 동의를 확보해야 하니 민주당 법안은 물론이고 초당적 법안 통과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화당과 강약 수위를 조절해가며 밀당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운신의 폭이 극히 좁은 다수당이어서 잘해야 민주당 중도파가 허용하는 선까지 갈 수 있다고 LA타임스는 분석한다. 상원의 가장 보수적 민주당으로 꼽히는 조 맨신 의원은 이미 공개적으로 (상원에서 소수당의 법안 저지를 가능케 하는) 필리버스터 제도를 폐지하려는 진보파의 시도에 대해 강력 저지할 것을 공언한 바 있다.
조지아에서 민주당 승리가 가시화된 순간부터 계속 언급되는 이름이 조 맨신이다. 만약 공화당이 단합해 바이든의 지명자 인준을 거부할 경우 맨신이 그 인준 여부를 결정할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승리 요인은 차차 분석되겠지만 흑인의 높은 투표율이 주효했던 것은 확실한 듯하다. 사전투표에서 전체 유권자의 31%를 차지했고 선거당일 현장투표 출구조사에서도 흑인의 비율이 29%로 대선 때와 같았다. 조지아 표밭의 변화를 말해주는 라티노와 아시안 등 소수계의 지지도 압도적이었고, 2,000달러 추가지급을 약속한 바이든의 지원도 일조했을 것이다.
공화당 패배의 요인 역시 정확한 분석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한 곳으로 집중된다. 트럼프의 ‘네거티브’ 영향력이다. 트럼프의 선거불복과 근거 없는 선거사기 주장이 선거제도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며 공화당 투표율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는 공화당 지도부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11월 본선에 비해 1월 결선 투표율의 하락은 민주당 지역보다 공화당 지역에서 더 뚜렷했다고 더 힐은 보도했다. 하락 폭이 크진 않았지만 당락의 차이를 내는 데는 충분했다는 것이다.
상원 주도권 상실로 공화당 내분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폭동은 진압되고, 속개된 의회 합동회의에서 바이든의 당선은 인증될 것이다. 급기야 무법의 폭동까지 부추긴 트럼프의 집권말기는 미국 민주주의 역사의 수치스런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팬데믹과 불황에 더해 무법의 폭동으로 치닫는 양극화 분열까지 트럼프 시대의 위기들을 고스란히 물려받는 바이든의 앞날은 첩첩산중이다. 그러나 취임 직전에 ‘조지아의 이변’으로 얻은 강력한 모멘텀이 새 대통령의 발길에 한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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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