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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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다시 열릴 것인가

2020-04-16 (목) 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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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의 분위기는 또 확연히 달라졌다. 주말을 지내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과 사망 증가폭이 다소 둔화를 보인 덕일까, 주초부터 희망적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내 확진자는 15일 63만 명을 훌쩍 넘겼으나 ‘최악은 지났다“는 기대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너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진, 닫혀 버린 세상에서 숨죽인 채 감염 공포와 생계 위협에 시달리며 “다시 열릴 날”을 모두가 절박하게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부활절부터 제재 풀기를 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5월1일 경제 재개를 밀어붙일 기세고, 지난 몇 주 감염 확산 억제에 집중해왔던 주지사들도 재개 플랜을 본격 언급하기 시작했다.


감염과 사망은 계속 늘고 바이러스 가을 재기습 경고도 나왔지만 멈춰버린 경제가 초래한 재정적 고통 또한 한계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도, 치료제도 개발이 요원한 불안한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논의되는 경제 재가동 채비가 시작부터 대통령과 주지사들의 권한주장 소모전으로 치닫는 것은 의지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갈망하는 국민들을 절망케 한다.

뉴욕 등 동부 7개주와 캘리포니아 등 3개 주의 서부 주지사들은 13일 언제 어떻게 셧다운 조치를 완화 혹은 해제하고 경제 재가동에 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공조플랜을 조율하기 위해 동부와 서부 각각 협의회 구성에 합의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각 주의 경제활동 재개 결정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선언했다. 경제 정상화 로드맵을 놓고 대통령과 주지사들 간의 정면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 ‘바운티호의 반란’ ‘대통령의 말 폭탄’ 등 원색적 공격이 오간 설전은 일일이 거론할 여유도, 가치도 없다. 그러나 법적 해석은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쟁점은 “순식간에 1,600여만 명을 실직자로 전락시킨 경제 마비와 2만7,0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공중보건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책으로 각 주가 내린 비상사태 조처를 종결시킬 권한을 누가 가졌는가”이다.

트럼프의 전권 주장과는 달리 대통령의 법적 권리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법률전문가들은 해석한다. “헌법에 의해 미합중국 연방에 위임되지 않았거나, 각 주에 금지되지 않은 권한은 각 주나 국민이 보유한다”고 명시한 수정헌법 10조와 “건강과 안전문제 규제는 우선적으로, 역사적으로 지역 사안”이라고 지적한 1985년 연방대법원 판결이 이들의 해석을 뒷받침해준다.

대통령에겐 주정부의 합법적 명령을 철회시킬 권한도, 연방에 따르도록 강요할 권한도 없다. 그러나 정치적 영향력과 막강한 연방 ‘머니 파워’ 행사로 주정부를 회유할 수 있다. 재난구조 기금과 의료장비 등 연방 지원을 분배하는 연방기금 통제권은 대통령에 속하기 때문이다.

낯 뜨겁게 부딪치는 주도권 싸움보다 경제 재개여부 결정에 훨씬 중요한 사안은 셧다운을 완화 또는 해제해도 되는 상황에 대한 ‘기준’일 것이다.


닫힌 문들은 언제 다시 열릴 것인가, 언제 집에서 나갈 수 있을까…모두가 묻고 있다.

그보다는 “다시 열 때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부터 물어야 한다고 지적한 뉴욕타임스는 보수적 싱크탱크 미기업연구소(AEI)의 최근 보고서가 제시한 4가지 기준을 정리했다.

첫째, 병원들은 입원이 필요한 모든 환자들을 안전하게 치료할 수용능력을 갖추었는가. 인력과 장비 등 의료자원을 확보해야 하는 가장 시급한 기준이다. 아직 감염 확산이 끝났다고 믿을 근거도 없고 많은 주들의 피크는 향후 몇 주일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둘째, 최소한 감염증상을 보이는 모든 사람을 검사할 수 있는가. 검사 기구와 검사 인력 확보 등 이 능력을 갖추어야 다음 기준을 실현시킬 수 있다.

셋째, 확진자 및 그 접촉자들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가. 접촉자를 추적, 격리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 구축엔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한데 아직 시작도 안한 상태다. 다른 나라들이 의존하는 셀폰 추적 테크놀로지에 의한 추적 허용이 미국에선 가능한지도 확실치 않다.

넷째, 감염자 감소가 최소한 14일간 계속 유지되고 있는가.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최대 2주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14일 공개한 셧다운 완화 로드맵에도 대부분 포함된 기준들인데 문제는 “아직은 우리가 이 같은 기본적 기준 어느 하나에도 가까이 가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라고 그렉 곤샐브스 예일대 의대 교수는 우려한다.

이 기준들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의 재개는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주지사들은 과학과 데이터에 근거해 재개 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다짐하지만 실직과 빚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재정도 더 이상 버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조만간 어느 시점에서는 닫힌 문들을 열어야 한다.

건강과 경제, 두 위기 사이에서 최선의 균형을 잡기 위해 신중하게 판단하여 과감하게 추진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경제 재개는 주지사와 대통령의 공조 없이는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각 주지사들의 지역적·단계적 조처가 성공하려면 연방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

국민의 생사가 걸린 이번 위기에서만은 부디 트럼프 대통령도 이고(ego)와 정치를 배제할 수 있기 바란다. 단언컨대 그것이 전권 주장이나 ‘반란 제압’보다는 재선에도 훨씬 유리할 것이다.

<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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