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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실패’가 부른 참사

2020-04-16 (목)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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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하지 못해 부정적 결과를 불러오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정보실패’라 부른다. ‘정보실패’는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읽지 못해 큰 피해를 자초하는 오류를 뜻한다.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는 ‘정보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테러 이전에 미 정보당국은 상당한 정보를 축적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테러를 예견하고 이를 막는데 실패했다. 그 피해는 엄청나고 끔찍했다.

참사 후 9.11 테러 조사위원회는 진상조사 작업을 벌였다. 조사위는 정보당국이 테러를 감지해낼 수 있었던 기회가 최소한 10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매번 상황을 안일하게 판단함으로써 미증유의 테러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실패’의 가장 결정적 원인으로 ‘상상력의 부재’를 꼽았다.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올바른 해석이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수집해 손에 쥐고 있다 해도 이것을 제대로 분석해 의미 있는 결론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쓰레기와 다를 바 없다. 정보를 평면적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면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상상력이다. 특히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일의 중요성은 어떤 다른 것에도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서 국가지도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상상력이 요구된다고들 하는 것이다.


세계 최강국임을 자부해온 미국은 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15일 현재 환자는 63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2만8,000 명에 육박하고 하고 있다. 미국에서 첫 코로나19가 발생한 날짜는 한국과 같았다. 하지만 지금 한국과 미국의 상황은 천양지차이다.

이 같은 미국의 끔찍한 현실은 초기대응 실패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당시 전문가들과 측근들의 경고를 무시하면서 애써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려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오판과 아집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들의 심층보도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보도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미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지만(이런 경고는 백악관 내부에서도 여러 차례 나왔다) 트럼프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으며 적극적 대응을 하는 대신 수차례 유세연설을 다니거나 골프를 즐기는 등 별다른 위기의식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난확산 통제에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것이다.

미국의 참혹한 코로나19 현실은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을 독감 정도로 가볍게 치부하면서 자신을 음해하려는 세력에 의한 공작으로 의심한 트럼프의 잘못된 판단이 부른 ‘정보실패’ 참사다. 거기에 트럼프 특유의 나르시시즘 성향이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만약 트럼프가 전문가들의 경고와 측근들의 조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국가재난을 좀 더 일찍 선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미국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국민, 그리고 국가의 안위와 관련한 정보를 해석하는 데 있어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설마’ 하며 방심하는 태도이다. 트럼프에게는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곧 다가올 위협을 내다볼 수 있는 상상력이 결여돼 있었다. 10여 년 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임에도 “초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결국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며 질병관리본부와 국제백신연구소를 확대 개편했던 한국의 어느 대통령과 비교된다.

이미 희생자가 9.11 테러 10배 수준에 근접한 코로나19 재난은 미국 최악의 ‘정보실패’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것은 오롯이 트럼프 개인에 대한 역사의 평가로도 남게 될 것이다.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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