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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바꿉시다”

202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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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미국의 공직자는 52만명 정도다. 이중 연방은 0.1%밖에 안된다. 상하원 의원에 대통령, 부통령까지 더해야 537명. 각 주의 선출직 공직자는 주 하원 5,400여명, 주 상원 2,000여명에 주 지사와 각료 등을 포함해 1만9,000명(4% 미만)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 96%, 50만여 명은 로컬 공직자들이다. 카운티와 시에다, 교육구나 수도국 같은 별도 선거구를 포함해서다. 시장과 시의원은 13만5,000여명, 교육위원도 10만명 가까이 된다.

이들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유권자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렇게 해 줬으면 해서 뽑았는데 일 하는 걸 보니 영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의 간접 민주제에 대한 시비와 비판은 선거 즈음에 빠지지 않고 제기되는 이슈다.

이들을 뽑는 선거 방법은 주, 카운티, 시 등 지방 자치단체에 따라 제 각각이다. 과반 이상을 얻어야 당선되는 제도(Majority voting)가 있는가 하면, 얼마를 얻든 한 표라도 많으면 ‘축, 당선’(Plurality voting)인 곳도 있다. 구성원의 10~20% 지지로 당선자가 나올 때 나머지 유권자 80~90%의 뜻은 어떻게 되는가. 보완을 요구하는 소리가 적지 않다. 그래서 시도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순위선택 투표제(Ranked Choice Voting).


뉴욕시에서는 3년 전 예비선거 때 선을 보였다. 새 선거 제도를 알리기 위해 시는 한글 홍보 영상물도 따로 제작했다. RCV는 당선자 배출에 유권자의 뜻을 최대한 반영하자는 선거제로 투표 때 한 명이 아니라, 순위를 정해 선호하는 후보를 여러 명 기표할 수 있게 한다.

대략 설명하면 이렇다. 우선 1순위 표를 과반이상 얻은 후보가 나오면 그것으로 끝. 그렇지 않으면 최저 득표자를 탈락시킨다. 그런 다음 탈락 후보가 받았던 표는 그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가 2 순위로 기재했던 후보에게 간다. 이렇게 해도 50%+1표 획득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같은 방법으로 3순위 표를 더한다. 유권자의 뜻이 사장되지 않고 되도록 끝까지 반영되게 하자는 것이다.

버지니아 주는 4년 전 RCV를 도입했으나 실시 여부는 카운티나 시의 선택에 맡겼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이 이 선거제이며 미국서는 알래스카, 뉴욕 시, 미니애폴리스 등에서 실시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극소수 지방선거에서 볼 수 있다. 표심을 수학적으로 더 세밀하게 계산해 반영하자는 것인데, 지지자들은 사이트(www.FairVote.org)를 만들어 RCV 우군 확보에 열심이다.

수학적으로 유권자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대표적인 제도는 바로 대통령 선거의 선거인단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각 주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고, 중우정치를 우려한 건국의 아버지들의 충정이 담긴 제도이나 지금 미국민들의 마음은 그게 아니다. 지난 9월 퓨 리서치가 1만명 가까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3%가 현행 선거인단 제도의 폐지를 주장한 반면, 고수를 지지한 사람은 35%에 불과했다. 이 제도 때문에 대통령 46명 중 5명은 상대 보다 표를 적게 얻고도 백악관에 입성했다. 바꾸려면 헌법을 고쳐야 하지만 헌법 개정은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에도 방법은 있다. 각 주 선거인단이 그 주가 아니라, 전 미국에서 유권자 표(popular vote)를 더 많이 받은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 된다. 현행 헌법 아래서도 가능하다.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은 270명. 현 선거인단제의 변화를 모색하는 캘리포니아 등 17개 주와 DC 가 협약(National Popular Vote Interstate Compact)을 맺고, 이를 추진중이다. 이들 주의 선거인단은 209명. 선거인단 61명만 더 확보하면 목표가 이뤄진다. 정치에 절망한 유권자들, 수학적으로나마 ‘정치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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