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샤핑 시즌이 본격화하고 있다. 직업시장이 견고하고 근로자들의 소득도 늘어나는 등 경제가 당초 전망보다 괜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인들의 소비심리가 풀리고 있으며 지출 여력 또한 나아지고 있는 상황. 무디스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금년 연말 샤핑 시즌 미국인들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매지출이 3%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온라인 소매지출은 아주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어도비 어낼리틱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월1일부터 연말까지 두 달 동안 미국인들이 온라인 샤핑에 지출할 것으로 보이는 액수는 무려 2,408억 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8.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인들의 올 여름 소매지출 증가가 지난해에 비해 미미했음을 고려해 보면 소비자들의 지갑이 활짝 열리는 계절은 역시 연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소비자들의 지출이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전자제품과 의류, 가전제품 그리고 가구 등 고가의 품목들이다. 지난 몇 년 간 최고급 품목들의 소비자 지출은 정체 추세였다. 하지만 올해는 대규모 할인에 힘입어 가성비를 가장 먼저 따지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많이 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연말 샤핑은 필요하다. 그동안 갖고 싶었지만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구입을 미루면서 벼르고 있었던 물건을 연말 샤핑 시즌을 이용해 구입할 수 있다면 바람직하다. 특히 연말을 맞아 사랑하는 가족들과 평소 신세진 사람들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전할 선물을 고르고 구입하는 것은 할러데이 시즌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도이다. 샤핑이 안겨주는 즐거움에 너무 빠지다 보면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적 결과를 떠안게 되고 그 고통에서 장기간 허우적거리게 될 위험이 높다. 특히 온라인 샤핑은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손가락으로 몇 번만 클릭하면 끝나는 너무나도 손쉬운 과정이다.
그러니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가상의 힘을 뜻하는 ‘지름신’이 강림하기 가장 좋은 여건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지름신’에 들려 나타나는 증세가 바로 ‘샤핑 중독’이다.
아이오와 대학 연구에 따르면 샤핑 중독으로 고통 받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5~8% 정도에 이르며 미국인구 가운데서도 5.8%가 샤핑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 약 2,000만 명 정도의 미국인들이 충동구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10여 년 전 1,300만 명 정도였던 샤핑 중독 미국인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대세가 된 온라인 샤핑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유혹으로부터 지갑과 카드를 지키려면 냉정한 판단력과 계획이 필요하다. 지출할 돈의 전체 규모를 정해놓고 샤핑 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계획과 함께 “컨디션이 아주 좋을 때 샤핑을 하라”는 조언을 들려준다.
샤핑은 기분에 크게 좌우되는 행위이다. 그런 만큼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엉망일 때 샤핑을 하면 나중에 후회할 물건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푹 자고 잘 먹고 기왕이면 운동까지 마쳐 아주 개운한 상태에서 샤핑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귀띔한다.
하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유혹은 ‘세일’이다. 세일은 알뜰 구매가 될 수도 있지만 단지 가격이 내려갔다는 이유만으로 집어 드는 것은 합리적인 샤핑이 될 수 없다. 안 사면 손해일 것 같은 유혹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이런 조언들만 실천해도 불필요한 샤핑과 지출로 후회 가득한 연말 시즌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물건이 안겨주는 기쁨과 만족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고, 샤핑은 당장의 만족과 미래에 치러야 할 대가 사이에서 고르는 선택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