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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의 신성모독을 고발한다

2020-03-08 (일) 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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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신)은 사랑, 평화 그 자체다. 형이상학의 구분 그 위에 존재하는 불가침 불가촉의 상위개념이다. 하나님은 ‘절대’ 존엄으로 경외의 존재임은 전 인류의 묵시적 동의하에 오늘날까지도 신봉돼 오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 그리고 어느 역사, 어느 종교에도 하나님을 비방하거나 욕하거나 그 위에 군림하려고 했던 기록은 없다. 성경, 불경, 도덕경, 코란경 등 어느 경전이나 민족신앙, 무속신앙, 이단 사교, 어느 법구경, 염불 주문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에 대한 예찬은 있어도 저주나 비방은 금기시 돼 왔다. 기껏 하나님을 원망한다고 해봐야 “신의 저주를 받을”(God admn), ‘오 나의 신이여’(Oh My God)등이 고작이다. 우리나라 풍습 언어에도 기껏해야 ‘하나님 맙소사’라든가 ‘하늘도 무심하시지’ 정도였던 것 같다.

인류 역사에 수많은 순교자가 기록돼 있는 것도 모두가 신의 위대함 때문이다. 어떤 고통, 어떤 수난이 닥쳐도 신을 위해 기꺼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쳤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정치적 집회에서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이며 자칭 목사라는 전광훈씨가 하나님을 심히 욕하는 연설을 하여 큰 파란을 일으켰다. 그는 이날 군중들 앞에서 “하나님 까불면 죽어”, “하나님이 못 다한 것 내가 해결할거야 두고 봐...”라고 저주를 쏟아냈다. 그의 이 극한 망발은 신문, 방송 등 각종 언론매체를 통하여 국내외에 수십 차례 반복해서 보도되었다.


목사를 자칭하는 장본인의 주워 담을 수 없는 이 저주가 전국으로 알려졌으니 모두가 당혹감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그의 패륜적 언행은 신중히 보려 해도 이해와 용서의 틈을 찾아낼 길이 없다. 전광훈씨는 명색이 목사 아닌가. 어떻게 이런 참담한 저주가 튀어 나올 수 있었는지 심정마저 괴로워진다.
전광훈씨는 ‘신성 모독죄’를 범했다. 성스러운 신(하나님)을 저주하는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말이다. 로마 황제가 교회와 정치를 함께 관장하던 신정시대에는 신성 모독죄를 범하면 ‘화형’에 처벌하는 것이 상례였다. 13세기경 유럽에서 시작한 길로틴(단두대) 형벌도 주로 종교 사범들에게 적용되었다. 로마 교황청(바티칸)에는 신앙인들의 신성모독에 ‘파문’을 처벌하는 제도가 현재에도 시행되고 있다.

전광훈씨는 자신의 망언을 충고하는 사람들에게 “성령에 취해서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다”라고 강변했다는 전언이다. 사죄와 반성의 빛도 없이 성령과 악령을 혼동하는 구차한 그의 변명에 혐오감이 가중될 뿐이다.
범투본(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대표인 전광훈씨는 지난해부터 문재인 정부 반대 극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불법행위 따위는 안 되겠지만 추호도 그의 정치 행위를 간섭 할 의도도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정치적 의사 표시는 개인의 자유, 기본권에 속한다. 그러나 반정부 행동을 한다 해서 맘대로 하나님을 희롱하고 살해 협박을 하다니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횡포가 아닌가.
전광훈씨의 망발 이후 두 번째로 놀라게 한 것은 하나님을 믿는 종교인들의 반응이다. 그의 망언이 ‘신성모독’이 확실하지 않은가.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하나님의 말씀을 위해,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간다는 종교인들이 기독교의 기본 축을 무너뜨릴 만큼 최악의 불경스런 발언 사건에 비굴하게 침묵만 하고 있는가. 이것이 우리 종교계의 신앙 수준인가.

군중들 앞에서 맘껏 소리 질러 욕설을 내뱉은 자를 이마에 목사라는 스탬프를 찍고 거리를 활보하는 그런 현실을 고발하지 않는다면 공범이 아닌가.
워싱턴 지역에만도 한인 교회가 200여개에 이르고 수백명의 성직자, 수만명의 신앙인들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뚜렷이 누구 하나 나서서 전광훈씨의 추태를 성토하는 사람이 없으니 무슨 면목으로 하나님 앞에 이들이 기도를 올릴지 면구스럽다. 하나님 저주를 묵인하고 지나가면 그만큼 신앙생활의 질이 악화되는 셈이다. 목사가 하나님에게 심한 욕설 저주를 퍼부어도 괜찮은 사회, 이런 사회를 결코 정상적인 사회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워싱턴 지역에서도 전광훈씨의 정치 행보에 동조하여 여러 사람이 지원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러나 이 분들도 그의 신성모독에 크게 실망했으리라 사려된다.
전광훈씨는 감옥에서 풀려나면 기도원에 머물며 하나님을 향해 깊이 반성하고 기도하는 것이 신앙인으로서의 예의가 아닐까. 거듭 거듭 옳다고 생각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517)326-6609

<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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