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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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는 비가 두 번 내린다

2020-02-28 (금)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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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는 비가 두 번 내린다. 처음 내리는 비는 강우다. 지상에 낙하한 비는 땅속으로 스며들거나 계곡을 타고 평지로 내려간다. 두 번째 내리는 비는 강우가 아니다. 그 비는 방출이다. 숲의 일부분인 나무 이파리와 뿌리, 그루터기 주변의 이끼가 저장했던 빗물을 서서히 방출함으로 이루어지는 발출작용이 두 번째 비다.

숲은 강수량을 조절하는 거대한 저수지다. 아무리 거대한 폭우가 쏟아져도 숲은 스펀지처럼 빗물을 깊이 빨아들여 보존한다. 그리고 날이 맑게 개이면 그때부터 서서히 발출하여 아래로 흘려보내 대지를 부요하게 살려낸다.“
(페터 볼레벤의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중에서)

산 아래 토양이 메마르지 않으려면 숲이 필요하다. 인간 사회가 메마르지 않으려면 숲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 벤 자카이(Ben Zakkai)는 예루살렘이 로마의 디도 장군에게 함락 당할 때 야브네 아카데미(Yavneh Academy) 설립을 청원한 랍비로 유명하다.
“나라가 곧 망할텐데 학교 하나 세워 어쩌자는 것인가.” 예루살렘 성을 철통같이 에워싸고 기세가 등등했던 디도 장군은 단순하게 생각했고 그 자리에서 자카이에게 학교 설립을 허락했다.


자카이는 불타는 예루살렘 성을 등지고 시골 야브네로 들어가 토라 아카데미를 세웠다. 망국의 소식을 들은 강호의 젊은 인재들이 해변 의 작은 마을에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1948년 이스라엘에게 독립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야브네 아카데미에서 교육받은 인재들이 모여 이스라엘 건국의 초석이 되었다. 랍비 자카이는 이스라엘 민족을 회생시킨 영적 선견자였고 큰 인간 숲이었다.

로마 황제 칼리굴라와 네로의 은 낭비벽과 목욕문화는 유명했다. 스페인의 은 광산은 로마 황제의 낭비벽을 채워주는 공급원이었다. 2세기 말이 되자 땔감 부족으로 스페인 은광이 줄줄이 폐광했다. 하지만 로마시내의 목욕탕 물만은 식지 않도록 나무를 계속 베어내었다. 산림이 사라지자 땅은 영양분을 잃었다. 소출은 급감했다. 로마는 굶주리는 나라로 전락했다. 숲의 변화와 함께 이스라엘과 로마의 흥망성쇠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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