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빈집털이용 ‘몰카’ 기승… 한인 피해 잇달아

2025-03-12 (수) 12:00:00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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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노힐스서 나뭇잎 위장
▶ 한인 주택 앞에서 발견돼

▶ 가디나 한인도 피해볼 뻔
▶ 남미 원정 절도단 주의령

최근 들어 빈집털이용 몰래카메라가 남가주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한인들의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11일 KTLA 방송은 밸리 지역에 위치한 엔시노의 한 주택가에서 주택 절도범들이 설치했을 것으로 보이는 몰래카메라가 발견돼 지역 커뮤니티에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KTLA에 따르면 한 여성이 자녀들과 함께 엔시노에 살고 있는 부모 집을 방문했다가 현관 앞 나무 안에 설치된 몰래카메라와 수풀 속에 숨겨진 와이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여성은 KTLA에 “절도범들이 카메라를 통해 부모님이 집을 비우는 시간을 체크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치노힐스의 한 게이트 커뮤니티 단지 내 주택에서도 동일한 사건이 발생했으며(본보 6일자 A3면 보도) 해당 주택 소유주가 한인으로 확인돼 자칫하면 한인 피해도 발생할 뻔 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수색 결과 수풀 속에서 화분으로 위장된 몰래카메라(사진)가 전원 공급 장치와 연결돼 있는 것을 찾아냈다. 집주인 김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집에는 부부만 살고 있어 집을 비우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집 주변에 서둘러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에는 가디나 거주 이모씨가 집앞 정원에 물을 주다가 화단 구석에서 얼핏 나뭇잎처럼 보이는 낯선 물건을 발견했다. 이씨는 이웃이 장난감을 떨어트리고 간 것으로 생각하고 가까이 다가가 물건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던 낯선 물건은 나뭇잎 프린트의 덕테이프로 위장된 몰래카메라였던 것이다.

배터리가 충전된 상태로 작동중인 몰래카메라는 정확히 이씨의 집 정문을 바라보는 위치에 자리 잡고 그 위에 다른 풀을 얹은 채 숨겨져 있었다. 이씨는 경찰에 신고해 자초지종을 알리고 몰래카메라와 이웃 주민의 집에 설치돼 있던 감시 카메라에서 찾은 범인으로 의심되는 인물의 사진도 전달했다.

빈집털이를 목적으로 주택 외부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행위는 최근들어 글렌데일, 테메큘라, 아케디아, 알함브라, 가든그로브 등 남가주 일원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경찰은 “최근 들어 중남미에서 원정 온 절도단으로부터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들의 주택이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칠레나 콜롬비아 국적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남가주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절도범들은 몰래카메라 외에도 드론을 띄워 집 문이 열려 있는지 확인하기도 한다”고 아울러 전했다.

경찰은 몰래카메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주택의 조명을 밝게 유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원사에게 정기적으로 나무와 관목에 숨겨진 장치가 있는지 검사하도록 요청하며 ▲비디오 감시 시스템을 갖추고 의심스러운 활동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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