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잡초의 힘’

2025-03-11 (화) 08:28:53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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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벤슨은 옥수수 농사로 성공한 농부다. 벤슨이 옥수수 밭 가장자리에 서서 나에게 말했다.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겠니? 저 뒤쪽의 잡초가 무성한 곳의 옥수수하고 여기 옥수수가 딴판이지. 같은 흙인데 말이야. 무언가가 저 옥수수에 영향을 주었다는 얘기지.

나는 그게 쇠비름인 것 같구나. 다른 조건은 똑같은데 쇠비름, 돼지풀, 엉겅퀴, 쐐기풀 같은 잡초가 잘 자라는 곳에서 가장 좋은 옥수수가 열렸어. 다른 사람들은 옥수수가 잘 자란 게 잡초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할 거야. 어림없는 소리야. 모두가 업신여기는 잡초가 바로 옥수수를 잘 자라게 해준 거란다.’” (조셉 코캐너의 ‘잡초의 재발견’ 중에서)

가뭄이 들어 땅이 건조할 때 촉촉한 토양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이름 모를 잡초와 잡목 덕분이다. 대부분의 잡초는 강인한 동화력과 적응력을 지녔다. 만일 땅의 잡초를 말끔히 제거해보라. 생물다양성은 급격히 감소하면서 주변의 서식지는 황폐화되고 만다. 지혜로운 농부는 돼지풀, 엉겅퀴, 쐐기풀, 비름 같은 잡초를 함부로 베어내지 않는다.

대 자연의 아름다운 숲을 보라. 이름 모를 수많은 잡목과 잡초로 구성되어있다. 잡초의 다양한 개입은 대 자연의 신비한 균형을 이루어 지구 생태계를 건강하게 살려낸다. 인류문명의 흥망사의 패턴도 구성의 다양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유일성, 순결성만 고집하면 자연 생태계도 인류문명도 쇠망한다. 유럽문명을 획기적으로 바꾸어놓은 유다 디아스포라의 다양한 형태의 적응력과 동화력이 이 사실을 입증한다.

캐나다 순록 보호단체가 늑대가 순록 감소의 주범이라고 판단하고 늑대를 다 잡아 죽였다. 그 후 자연생태계의 큰 교란(攪亂)이 일어났다. 물개가 대구의 천적이라고 단정하고 물개를 무자비하게 살상한 결과 플랑크톤이 급감하고 수질이 부패하여 해양생태계는 파괴되고 텅 빈 바다로 도태되기 시작했다.

느헤미야는 바벨론 포로기 이후에 나타난 이스라엘 민족의 탁월한 리더이다. 느헤미야는 수많은 원수들의 훼방과 거친 환경의 악조건에 맞서 싸우면서 예루살렘 성벽과 성문을 대대적으로 중건했다. 52일 만에 중건은 완성되었다.

역사에 남을 기적이다. 느헤미야의 성공 비밀도 알고 보면 잡초의 특징인 ‘불량환경 적응성, 유연한 동화성’을 활용한 지혜로부터 나왔다. 대 공사를 순적하게 달성하기 위해선 각 지파의 다양한 협력이 필요함을 느헤미야는 일찍이 깨달았다.

느헤미야는 건축 구간을 42구역으로 다양하게 나누었다. 38의 가문을 참여시켜 공동체 협력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도록 했다. 거친 노동을 꺼리고 모험을 회피하는 귀족이나 고관들은 애초부터 참여하지 않았다.

야생의 잡초같이 불량환경 적응력이 탁월한 서민중심으로 혼연일체의 공동체를 꾸렸다. 모인 숫자는 총 75명에 불과했다. 그들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밤낮으로 수고하여 ‘52일의 기적’을 창출했다.

사람의 시선을 끄는 한 종류의 악기로만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아름다운 음을 내지 못한다. 바이올린, 첼로 못지않게 템버린과 북도 중요하다. 한 가지 꽃만 피어 있는 획일적인 화원은 아름답지 못하다.

모든 아름다움은 하찮은 잡초가 개입된 다양성의 조화의 힘에서 나온다. 쎄네카는 말했다. “하나님이 인간을 서로 다르게 지은 것은 서로 조화하고 협력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당신은 리더인가. 한적한 주변의 잡초에게 다가가라. 신비한 적응전략(adative strategy)을 배우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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