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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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

2020-02-19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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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 없는 풀숲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디 고운 연두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 마음/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지구촌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쉽게 물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일까. 이해인 수녀의 봄에게 보내는 편지가 요즘 들어 유난히 신선하고 밝게 다가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에선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사망자가 나오고 확진자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인근국가인 한국과 일본, 태국 등지에서도 적지 않은 수의 감염자가 나와 사람들을 불안스럽게 만들고 있다.

다행히 미국은 우려와는 달리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으로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한동안 사람들의 지나친 우려와 염려로 바깥나들이를 꺼리다 보니 경제활동에 위축을 가져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분명한 것은 아무리 혹한의 겨울이라도 반드시 지나가고 밝고 화사한 봄이 오듯 인간의 고난과 시련도 지나가게 마련이고 또 다시 새로운 희망과 밝은 날이 온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지만 계절의 순환처럼 이 어려움이 평생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법입니다. 아무리 절망스러운 일이 있어도 세월이 지나면 묻혀지는 것이지요. 그러기에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이 글귀는 알다시피 이스라엘 왕 다윗이 반지 세공사에게 내가 전쟁에 나가 이겼다고 해도 교만하지 않고 큰 절망에 빠졌다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글귀를 반지에 새겨달라고 하여 받은 글귀이다. 이 내용은 우리가 살면서 두고두고 새겨 담을 필요가 있는 진리이다.

그동안 여러 시인과 작곡가들도 이 글귀가 좋아 시와 노래에 담아내기도 했다. 미국시인 랜터 윌슨은 이 글귀를 주제로 “... 끝없이 힘든 일들이 너의 감사의 노래를 멈추게 하고 기도하기에도 너무 지칠 때면 이 진실의 말로 하여금 너의 마음에서 슬픔이 사라지게 하고 힘겨운 하루의 무거운 짐을 벗어나게 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너에게 미소짓고 하루하루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차 근심 걱정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의 기쁨에 젖어 안식하지 않도록 이 말을 깊이 생각하고 가슴에 품어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언제나 봄은 우리에게 희망과 설레임, 기대감을 주는 계절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는 더욱 기다려지는 시기이다. 꽃샘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봄은 반드시 오고야 만다. 침체될 때 일수록 어깨를 활짝 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활기차게 움직여 보자. 어떤 어려움과 시련도 강인한 정신력과 용기 앞에서는 쉽게 자리잡지 못할 것이다.

아직도 겨울의 끝자락, 추위가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이미 사방은 공기나 바람, 햇살이 한결 부드럽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입춘(4일)에 이어 우수(19일),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3월5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동백꽃, 튤립, 수선화 등이 벌써 새순을 피워내고 있으니 자연은 곧 초록기운으로 덮일 것이다.

마치 따뜻한 봄날, 산과 들에 지저귀는 새소리와 젊은이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것처럼 밝고 경쾌한 요한 슈트라우스의 경음악 ‘봄의 왈츠’를 들으면서 신선하고 훈훈한 봄기운을 느껴보자. 우리를 한동안 무겁게 짓누르던 겨울의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사라지고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한 근심, 걱정, 불안도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봄은 우리에게 희망으로 가까이 와 있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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