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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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크 펄만

2020-02-10 (월)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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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명성을 듣고 모여든 청중으로 애버리 피셔 홀은 빈자리 없이 꽉 들어찼다. 고대하던 무대는 드디어 휘장을 열었고 교향곡 둘째 소절에 들어갈 무렵이었다. 갑자기 “탕-” 하는 금속음이 연주회장을 진동시켰다. 바이올린의 현 하나가 끊어지는 소리였다.

청중들은 그가 연주회를 포기하고 퇴장하리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앉은 자리에서 잠시 눈을 감고 묵상하더니 지휘자에게 음악을 계속하라는 시그널을 보냈다. 줄 하나가 끊어진 채로 교향곡을 완주 하겠다는 신호였다. 끊어진 줄을 가지고 연주를 계속한다는 것은 가능한 상식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남아있는 세 줄만 가지고 지금까지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음악을 연주해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그 일을 해 내었다.“조나단 삭스의 ‘금간 세상을 치유하기’ 중에서

-이차크 펄만(Yitzhak Perlman). 그는 이스라엘이 낳은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그가 금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것은 그의 음악적 테크닉 때문만은 아니다. 중증 소아마비 장애의 벽을 뛰어넘어 최선을 다하는 그의 특별한 자세 때문이다.


청중들은 힘든 연주를 끝내고 땀을 닦고 앉아있는 그의 의연한 자세에서 장엄한 카리스마를 느꼈고 정신적으로 압도당하고 있었다. 그 순간이다.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멈추지 않는 스탠딩 오베이션의 찬사가 물결치듯 장내를 출렁거렸다. 그때 펄만은 두 손을 들어 흥분한 청중을 진정 시킨 후 이렇게 말했다.

“중증 장애자가 현이 끊어진 바이올린을 연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의 음악적 사명은 지금 나 자신에게 남아있는 것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여 최고의 음악을 창조해 내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얍복강의 야곱처럼 고난이 축복으로 바뀔 때 까지 고난의 자리에서 그냥 물러서지 않는 것이 나의 예술관 입니다.”

언제 부터인가 한국의 청년 자살률이 세계 1위가 되었다. 한때는 한국이 강한 생존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이젠 빈약한 생존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그대에게 잃어버린 것이 있는가. 갑자기 끊어진 삶의 줄이 있는가. 야곱처럼 펄만처럼 지금 남아있는 현(絃)으로 그대만의 음악을 힘차게 연주하라.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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