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직 4개월 치 남았는데… ‘사재기’에 동나는 종량제 봉투

2026-03-28 (토) 12:00:00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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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 123곳 6개월 치 이상 보유

▶ 판매량5~6배가량 폭등에 품귀
▶ “어디 가야 살 수 있죠?” 불편 커져

“종량제 봉투 많다고 하던데 어디 가야 살 수 있어요?”

서울 송파구에 사는 워킹맘 신모(43)씨는 26일 종량제 봉투를 사려고 동네 마트에 들렀다가 품절 소식에 깜짝 놀랐다. 신씨는 동네 마트 2, 3곳을 더 돌다가 대형마트에서 겨우 1매를 구했다. 신씨는 “가족이 많아 사흘에 한 번은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버리는데, 봉투가 없으면 어디다 버려야 할지 난감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비닐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종량제 봉투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재기로 시민 불편이 커지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판매업체 등을 대상으로 구매 제한 조치를 하며 시장 안정에 나서고 있다.


2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이달 전국 지자체 총 228곳은 평균 3개월 치 종량제 봉투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23곳(54%)은 6개월 치 이상을 비축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4개월 치인 약 6,790만 매를 보유 중이다.

경기 지역에서 6개월 이상~1년 치 재고 물량을 확보한 시군은 성남시·광주시 등 포함 12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인천시는 6개월 치 이상, 부산시도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6개월 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광주시와 대구시도 보유분이 각각 4개월 치, 3개월 치 이상이다.

종량제 봉투는 전국 지자체들이 계약을 맺은 납품업체로부터 공급받아 관할 지역 내 지정판매업소의 주문에 따라 판매하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하지만 최근 나프타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일부 업체들이 사재기를 하면서 종량제 봉투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북 전주시와 군산시는 최근 종량제 봉투 품절 대란이 빚어져 각각 300만 매(70일 치), 103만 매(82일 치)를 추가 제작 중이다. 서울시는 하루 평균 판매량이 55만 매로 5배가량 뛰었다. 성남시도 하루 평균 15만 매였던 종량제 봉투 주문량이 지난 25일 98만 매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수원시에서도 하루 판매량이 이달 20일 25만8,000매에서 25일 152만 매까지 치솟았다. 경기 광주시는 23일 5만9,000매에서 25일 29만9,000매까지 늘어났다.

사재기 기승에 지자체들은 판매업체 대상 구매 제한 조치를 통해 공급량 조절에 나선다. 성남시는 지정판매업소별로 주 1회 100묶음(100매)으로 구매를 제한한다. 다만 용도와 규격별로 100매까지 구매할 수 있어 최대 1,400매까지 가능하다. 전주시와 군산시도 판매업소별로 회당 100매까지만 지급할 방침이다. 세종시도 종량제 봉투 소진 속도가 빨라지자 300만 매를 추가 발주하고 판매업소에는 주 1회 주문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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