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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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카운티에 우뚝 솟은 ‘야무진 작은 거인’

2019-10-11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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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Santiago Peak (5,687’)

오렌지 카운티에 우뚝 솟은 ‘야무진 작은 거인’

가까이에서 보는 Santiago Peak

오렌지 카운티에 우뚝 솟은 ‘야무진 작은 거인’

등산로 변의 Bush Poppy.


오렌지 카운티에 우뚝 솟은 ‘야무진 작은 거인’

구름이 깔리는 등산길.



오늘은 오렌지 카운티의 최고봉이면서 동시에 샌타애나 산맥의 최고봉인 산티아고 피크(5,687피트)를 찾아간다. LA나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 사는 우리들이 가장 자주 찾아가는 산들은 주로 샌개브리얼 산맥에 속한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산들의 정상에 올랐을 때 태평양이 있는 방향으로 구름 위에 홀로 떠있는 섬처럼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산이 바로 이 산티아고 피크다. 클리블랜드 내셔널 포레스트에 속하면서, LA의 바로 이웃인 오렌지 카운티에 위치한 산이지만, 이 산에 올라본 한인 분들은 의외로 많지 않을 듯 하다.

먼저 오렌지 카운티에 인접한 카운티들의 최고봉과 그 높이를 살펴 본다면,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제1봉은, 우리 남가주에서는 단연 최고봉이 되는 Mt. San Gorgonio(11,503피트)이다.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제1봉은 남가주의 제2봉이 되는 Mt. San Jacinto(10,834피트)이며, LA 카운티의 제1봉은 남가주의 제3봉이 되는 Mt. San Antonio(10,064피트, =Mt. Baldy)이다. 이들 모두가 1만 피트가 넘는 고산들이다. 그러므로 이들 산에 비하면 이 Santiago Peak은 순위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현격히 낮다.
샌디에고 카운티의 제1봉인 Hot Springs Mountain(6,535피트)에 비해서도 848피트가 더 낮다.


그러나 해발고도가 아닌 ‘Prominence(독립적인 돌출고도)’라는 관점으로 보자면, 당당히 어깨를 펴고 남가주가 아닌 가주 전체를 상대로도 떳떳하게 명함을 내밀만하다.

즉, 돌출고도 4,397피트로 남가주에서는 거뜬히 탑5에 들고, 기라성같은 시에라 네바다의 고봉들을 포함한 가주 전체로도 당당 13위가 되며, 미국 전체로는 99위가 된다.
아마도 이 산의 위치가 바다에 가깝고, 그 때문에 산자락이 1,300피트가 채 못되는 낮은 고도의 완만한 평지에서부터 우뚝 솟아오르고 있다는 특성이 있어서겠다.

그러므로 이 산을 오르는 것은 왕복 16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가 4,500피트가 되어 결코 만만치 않은 산행이 된다. 이웃 자매봉인 Modjeska Peak(5,496피트)도 들리고, 하산하면서 Holy Jim 폭포도 들릴 경우에는 이래저래 왕복 20마일에 순등반고도는 5,040피트가 된다. 골리앗을 잘 대적해낸 다윗을 빗대어 ‘야무진 작은 거인’에 비유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하겠다.

이 산을 오르는 여러 등산로 중에 가장 아름다운 루트인 Holy Jim Trail로 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입구에 이르는 마지막 5마일의 비포장도로 구간이 아주 거칠고 험하여 High Clearance 차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이 산의 등정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 지역의 원주민들은 이 산을 ‘Kalawpa’(Wooded Place)라고 부르고, ‘Chiningchinish’라는 신이 쉬고 있는 곳이라 믿었었다고 한다.

이 산의 명칭 ‘Santiago’는 스페인 사람들이 부여한 것인데,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알 수 있듯이 지명으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이다. 라틴어의 ‘Santus Jacobus’에서 온 말로 ‘St. James the Apostle’이라는 의미를 가졌다고 한다.

흔히 이 산을 Old Saddleback이라고도 하는데, 특히 서쪽이나 북쪽 멀리에서 이 산을 보면 Santiago Peak과 Modjeska Peak의 사이가 아래로 푹 꺼지는 안부를 이루어, 이 두 봉우리를 포함한 전체적인 산의 모습이 꼭 말의 안장을 닮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산을, 아무에게나 쉽게 등을 내어주지 않는 아직은 순치되지 않은 거친 야생마에 비유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겠다. 다행이라면 이 말의 잔등에 번듯 올라타는 데는 어떤 위태로운 모험이나 세련된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아름답고 푸르른 산천초목을 벗하며, 바람과 구름과 햇볕을 반기고, 헉헉대는 숨결과 송글송글한 땀방울도 즐기면서, 부지런히 걷는 인내와 열성이 있으면 충분한 것이겠다.

두 봉우리를 다 오른다고 할 경우에는 대략 왕복 10시간이 걸릴 것이고, 산티아고 피크만 오를 경우에는 약 8시간이 걸릴 듯하다. 그늘진 구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마실 물을 충분히 준비하여야 한다.


가는 길

LA에서는 5번 프리웨이 사우스를 타고 내려가다가 El Toro Road Exit으로 나가서 El Toro Road North로 따라간다. Cook‘s Corner Restaurant을 지나면 길이 좌측의 Santiago Canyon Road와 우측의 Live Oak Canyon Road(S19)로 갈라진다. 우측의 Live Oak Canyon Road를 따라간다. 우측으로 O’Neill Regional Park의 입구 부근에서 좌회전한다. 이제부터 이 길은 Trabuco Canyon Road가 된다.차의 주행거리계를 0으로 해 놓는다.

Rose Canyon Road를 지나면서 4.4마일 되는 지점에 이르면 물이 흐르는 큰 냇가가 나온다. 다시 주행거리계를 0으로 하고 이를 건너서 바로 왼쪽으로 있는 비포장도로 Trabuco Creek Road로 들어간다. 여기서 시냇물의 좌우 양안을 넘나들며 4.6마일을 들어가면 ‘Holy Jim Trail’의 안내판이 있는 넓은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도로상태가 매우 거칠어 가능한한 High Clearance 차량을 이용해야한다.

등산코스

주차장에서 북쪽으로 2개의 널찍한 길이 나있다. 왼쪽으로 굽어지는 길을 따라 등산을 시작한다. 길섶에 Prickly Pear Cactus와 Agave류의 선인장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곳을 지나고 몇몇 개성 있는 아름다운 숲속의 주택을 지난다.

대략 0.5마일이 되는 지점에 이르면 ‘Holy Jim Trailhead’라는 큰 표지판이 다시 한 번 나온다. 차도가 끝나고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등산로는 대체로 북쪽으로 완만하게 올라가는 Holy Jim Canyon의 개울을 여러 차례를 넘나들며 이어진다. 계절에 따라 개울에 흐르는 물의 양은 달라지지만 대체로 흐름 자체가 마르지는 않으므로, 이 구간의 계곡길에는 Alder, Sycamore, Oak 등의 수목이 울창하고 청량한 그늘도 있다. 길섶에서 때로는 무화과 나무도 볼 수 있고 도라지를 닮은 자주색 꽃이 피는 덩굴식물 Periwinkle도 보게 된다.

이 계곡의 숲이 무성했기 때문인지, Cleveland National Forest에서의 마지막 한 마리의 Grizzly Bear가 사살된 곳이 바로 여기였는데, 1907년의 일이었다고 한다.

대략 1.2마일을 지나면 길이 왼쪽으로 바짝 꺾이며 계곡을 벗어나 산기슭으로 올라간다. 꺾이는 곳의 오른쪽에 등산로 안내팻말이 있고 샛길이 있다. 왕복 10분 내외가 소요되는 18피트 낙차의 Holy Jim 폭포로 가는 짧은 길이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 가야 하는 길이 멀기에, 하산하면서 잠시 짬을 내보려는 자세가 바람직하겠다.

이 계곡과 폭포에 ‘Holy Jim’이란 이름이 붙은 배경이 재미있다. 19세기 말에 이 계곡에 양봉으로 겨우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아가는 James T. Smith라는 사나이가 살았단다. 그런데 이 사내의 입이 얼마나 걸었던지, 인근의 사람들이, ‘욕쟁이 짐(Cussin’ Jim), 허풍쟁이 짐(Lyin’ Jim), 꾀죄죄한 짐(Greasy Jim), Salvation Smith’ 등의 별명으로 그를 불렀단다. 나중에 지도를 만드는 담당자가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 심정에서 이 아름다운 곳에 ‘욕쟁이 짐의 계곡’이라는 말을 차마 붙일 수 없었던지, 아니면 ‘Salvation’이란 별명에서 발상을 했는지 ‘Holy Jim Canyon’이라고 지명을 기입해 넣음으로써 일거에 상황을 반전시킨 것이다.

안내팻말에 Main Divide Rd라고 가르키는 왼쪽 등산로로 나아간다. Main Divide Road를 만나게 되는 곳은 4.5마일 지점이므로, 계곡을 벗어나 서북쪽의 산허리를 따라 구비구비 뻗어있는 등산길을 아직 3.3마일을 더 가야 한다. 여러 종류의 수목들이 푸르게 우거져 있는 아름다운 오솔길이다. 차츰 고도가 높아지면서 아래로 Holy Jim Canyon과 그리로 드리워지는 산줄기들도 역시 아름답고 청량하다. 2마일 지점, 3마일 지점, 4마일 지점에 각각 등산시작점으로 부터의 이정을 표시한 팻말이 있다.

봄철이라면 길섶에 여러 종류의 야생화들을 보게 되는데, Monkey Flower, Whitethorn, Canyon Pea, Sugar Bush, Wild Cucumber, Chaparral Yucca, Peony, Bush Poppy 등이다. 특히 비가 많이 내린 해에는 아마도 더 많은 야생화들을 보는 기쁨이 있을 것이다.

4.5마일 지점에서 드디어 Main Divide Road를 만나게 된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비포장 차도이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왼쪽이지만, 우리는 차도가 아닌 등산로를 걷기 위해서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반마일 쯤을 간다. 길 왼쪽으로 버려진 시멘트 구축물이 있는 지점을 지난다.

곧 Upper Holy Jim Trail이라는 표지판을 만난다. 왼쪽으로 바짝 꺾이어 등산로가 시작된다. 5마일 지점임을 알리는 팻말이 있다. 지그재그로 경사가 큰 산기슭을 오르게 된다. Manzanita, Chamise가 주종인 키가 낮은 Chaparral 숲이라서 시야가 막히지 않아 전망이 좋다. 첩첩 산줄기들이 마냥 푸르고, 15번 프리웨이도 또렷하게 식별된다. 왼쪽으로는 Santiago Peak의 정상부에 있는 통신 안테나들이 보인다. 몇 그루의 Coulter Pine이 서있는 곳을 지난다.

약 30분이면 비포장도로인 Main Divide Road를 다시 만난다. 6마일쯤의 지점일 것인데 여기서부터는 이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차츰 정상의 안테나타워들이 가까와 진다. 정상까지 0.4마일 정도가 남았을 즈음에, 길이 왼쪽으로 바짝 꺾이는 지점에 이르는데, 굵은 철봉 말뚝으로 차량의 출입을 막아놓고 있는 곁길이 오른쪽으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Santiago Peak과 직선거리 약 1마일의 이웃인 Modjeska Peak으로 연결되는 길이다. 등산로로는 편도 2마일의 거리가 된다. 이 지점에서는 북동쪽으로 멀리 Lake Mathews가 보인다.

우리는 계속 직진한다. 곧 정상에 이른다. 많은 통신 안테나들이 설치되어 있어 정상점(5,687피트)이 어디인지 알기 어렵다. 구축물들을 설치하려고 대체로 여기저기 밋밋하게 정지를 한 상태이다. 정상에서의 전망을 살피려면 좁지않은 정상부위를 이리저리 두루 돌아야 한다. 정상점은 남쪽(왼쪽)으로 약간 봉긋하게 솟아있는 10평 내외가 될 작은 돌출부가 된다. 예전에 화재감시대가 있던 흔적이 남아있다.

날씨가 좋으면 정상에서 많은 산들을 볼 수 있다. ‘3 성인산’이라고 부르는 Mt. San Gorgonio(11,503피트), Mt. San Jacinto(10,834피트), Mt. San Antonio(10,064피트)는 물론이고 Mt. San Bernardino, Santa Rosa, Palomar 등의 많은 산들을 식별할 수 있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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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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