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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인듯 그림인듯… 김종원 ‘서화동체’서예와의 만남

2019-08-19 (월)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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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금강경’ ‘최치원상’

▶ 한국서예 기획전 출품...LACMA서 29일 대담

글씨인듯 그림인듯… 김종원 ‘서화동체’서예와의 만남

김종원 서예가의 소장품으로 이번 LACMA에서 전시 중인 작품 ‘문문자자 금강경 그 서적 변상’. [ⓒ Jongweon Kim, photo courtesy of the artist]

글씨인듯 그림인듯… 김종원 ‘서화동체’서예와의 만남
글씨인듯 그림인듯… 김종원 ‘서화동체’서예와의 만남

김종원 서예가의 통영신명 시리즈 ‘최치원상’. [사진-Juno Lee]

다천 김종원(65·사진) 서예가가 드디어 LA를 찾는다. LA카운티뮤지엄(LACMA) 한국서예 기획전 ‘선을 넘어서: 한국 글씨 예술’에서 작품 두 점을 전시 중인 김종원 서예가는 오는 29일 오후 7~8시 레스닉 파빌리언에서 버지니아 문 큐레이터와 대담을 갖는다.

다음달 29일까지 전시되는 LACMA 기획전에는 김종원 서예가의 작품 2점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금강경을 소재로 한 ‘문문자자 금강경 그 서적 변상’과 최치원에 관한 풍류라는 주제를 표현한 통영신명 시리즈 ‘최치원상’이다. 전통에 대한 독창적인 재해석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기호와 상징과 함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서화동체’ 사상을 보여주고 있다.

버지니아 문 큐레이터는 “지난 2015년 ‘드림 소사이어티’전에서 김종원 서예가의 현대서예 작품들을 처음 보고 이전에 한국미술에서 이런 스타일의 작품을 본 적이 없어 인상 깊었다. 한자와 한글의 조합이 상당히 정교했고 새로운 아이디어였다”고 밝히고 있다.


‘통영신명’ 시리즈는 문자의 주술성과 신성에 주목해 작업한 일종의 부적이다. LACMA에 전시 중인 ‘최치원상’ 을 비롯해 붉은 색 길상 문자에 벽사를 상징하는 호랑이를 그려넣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문문자자’ 시리즈 중 금강경 그 서적 변상은 김종원 서예가가 금강경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을 써내려 간 작품으로 한 점을 완성하는데 하루 10시간씩 일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올 봄 제7대 경남도립미술관 관장에 부임한 김종원 서예가는 마산고 재학 시절 소암 현중화(1907~1997)의 글씨에 반해 제주로 유학(제주대학교)을 떠났다. 고려대 교육대학원서 한문교육을 공부했고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와 심사위원, 사단법인 한국서협 이사, 경남지부장 등을 역임했다.

김종원 서예가는 사단법인 한국문자문명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창원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창원 다호리 고분 유적에서 지난 1988년 초기 철기시대 붓 다섯 자루가 출토되어 기원전 200년 전부터 우리 민족이 문자문화를 꽃피웠음을 입증하는 유적을 찾아냈다. 이후 문자가 갖고 있는 의미와 기원을 살피기 시작했고 현대에 이르러 문자의 예술적 승화 작업을 보여 주기 위해 2008년부터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문자문명전’을 열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의 원형은 ‘서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하는 김종원 서예가는 글의 의미를 문자 본래의 주술성에 버무려 서적 필획 언어로 재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세계는 ‘서화동체’ 즉 텍스트와 이미지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글씨 너머 예술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한다.

오는 29일 열리는 김종원 서예가와 버지니아 문 큐레이터의 대담은 이번 LACMA 한국서예 기획전 ‘선을 넘어서’(Beyond the Line)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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