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뱅크 이륙 사우스웨스트, 군용기 충돌 피해 급강하
▶ 덴버 출발 아메리칸항공기, 바퀴 파열 화재 ‘긴급대피’
올해 들어 미국에서 항공기 사고가 이어지며 하늘길 안전을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본보 24일자 A1면 보도) 지난 주말 또 다른 아찔한 항공 사고들이 보고되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남가주 지역 버뱅크 공항에서 이륙한 사우스웨스트 항공기는 또 다른 항공기와 공중충돌 위기를 피하기 위해 위험한 급강하 비행을 하면서 일부 승무원이 부상을 당했고, 콜로라도주 덴버 공항에서는 이륙을 시도하던 아메리칸항공 소속 여객기의 랜딩기어 바퀴가 빠지면서 화재가 발생, 탑승객들이 긴급 비상탈출을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ABC7에 따르면 지난 25일 버뱅크 공항을 출발해 라스베가스로 향하던 사우스웨스트항공 1496편이 이륙 약 6분 뒤 고도 1만4,100피트를 날던 중 갑자기 나타난 군용기와의 충돌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약 10초간 급강하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당시 만석의 기내에서는 마치 비행기가 추락하듯 500피트 가까이를 급강하하자 승객들의 비명이 터져나왔고, 승무원 2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항공 당국에 따르면 이날 사우스웨스트 여객기가 충돌할 뻔한 상대기는 ‘호커 헌터’ 기종 군용기로, 오래 전 군용 전투기로 출시됐다가 현재는 일부가 민간 소유로 전환되어 비상업적 용도로 운항 중인 기종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날 사우스웨스트 조종사들이 이를 피하지 못하고 충돌했다면 올해 초 워싱턴 DC에서 발생했던 아메리칸항공기의 군 헬기 충돌 참사가 재현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날 한 탑승객은 “한 8~10초 정도 자유 낙하처럼 떨어졌다. 그런 건 처음이었다. 비행기 안의 모든 사람이 비명을 질렀고, 진짜 ‘이렇게 죽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1496편과 관련해 “본 사건의 경위를 더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연방항공청(FAA)과 협력하고 있다. 탑승객의 부상은 즉시 보고되지 않았으나, 승무원 두 명은 현재 치료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날인 26일에는 덴버 국제공항을 출발하려던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에서 발생한 ‘착륙 장치 관련 사고’로 인해 화재가 발생해 탑승자들이 긴급 탈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180여 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우고 마이애미로 향하던 아메리칸항공 3023편이 활주로에서 이륙 도중 바퀴 하나가 파열돼 빠지면서 랜딩기어에 불이 붙는 사고가 일어났다.
탑승객들은 이륙 직전 큰 폭발음과 함께 기체 하부에서 불꽃이 치솟는 것을 목격했고, 이후 비행기가 긴급 정지한 뒤 비상 슬라이드를 통해 활주로로 긴급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1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행히 경상으로 전해졌다.
한 승객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거의 트라우마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기체가 활주로를 달릴 때, 승객들은 큰 폭발음을 들었고, 타이어가 터졌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탑승객은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기울어졌고,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을 때 나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그는 공포에 질린 승객들 사이에서는 극심한 혼란이 벌어졌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한 승객은 ‘우리 다 죽을 거야!’라고 소리쳤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른 승객은 착석도 하지 않고 협조도 하지 않았고, 기내는 거의 아수라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승객들은 기체 뒤편으로 이동해, 거기에 설치된 슬라이드를 통해 탈출했으며, 전체 대피 과정은 약 10~15분이 걸렸다고 그는 전했다.
FAA가 이번 사고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항공사들도 해당 항공기를 운항 정지하고 철저한 정비에 들어갔다고 밝혔지만, 항공사와 규제 당국의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 점검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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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