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목하·아니카 이 참여 ‘세컨드 바디’ 전
▶ 모든 생명체의 경계가 해체되는 현상 탐구
▶ 켜켜이 쌓아올린 색·먹의 번짐으로 표현
▶ 데이빗 코단스키 갤러리서 내달 16일까지

이목하씨 작품 ‘I’m In Love With My Car‘ (2025)
컨템포러리 아트를 대표하는 한인 아티스트 이목하와 아니카 이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LA에서 열리고 있다. 라 브레아 애비뉴를 따라 올림픽 블러버드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담쟁이덩굴에 뒤덮여 인상적인 외관의 건물, ‘데이빗 코단스키 갤러리’에서 관람객들을 맞고 있는 ‘세컨드 바디’(Second Body) 그룹전이다. 오는 8월1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이목하, 아니카 이 작가를 포함해 약 30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지구상 모든 생명체 간의 경계가 해체되는 현상을 탐구한다. 데이지 힐드야드의 2017년 동명 에세이집에서 영감을 받아 개별 신체와 환경, 기술 간의 다공성 있는 교차점을 고찰하며 기후변화 앞에서 경계의 침투성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다루고 있다.
▲이목하, SNS 시대의 초상을 회화로 번역하다1996년생의 젊은 작가 이목하씨는 ‘SNS시대의 초상화가’로 불리며 2030세대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2023년 아트바젤 ‘디스커버리스’ 섹션에 선정됐고 글로벌 미술 플랫폼 ‘아트시’(Artsy)가 꼽은 유망 신진 아티스트 10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목하 작가는 회화를 통해 대상, 관람객, 작가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탐색한다. 초상화, 정물화, 풍경화를 넘나드는 그녀의 작업은 SNS, 아날로그 사진, 영화, 근대 명화 등 다양한 시각적 언어에서 영감을 얻으며 사회에 만연하지만 쉽게 표면화되지 않는 감정의 충돌과 불안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특히, 그녀의 작품은 디지털 프린터의 인쇄 방식에서 착안해 4색의 얇은 층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색을 완성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오묘하고 밀도 높은 색채로 현실보다 크게 그려진 인물들은 주로 SNS에서 포착한 동시대 여성들로 도발과 침착성, 아름다움과 강렬함, 순수와 타락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은 포르쉐 차량 안에서 셀피를 찍은 익명의 여성을 모티프로 삼았다. 사적인 이미지 속에는 지위, 욕망, 자기 연출 등 사회적 코드가 은연중 드러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끌어낸다. 이 작품은 작가가 LA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업으로 외모와 명성, 자동차 중심의 문화가 짙게 깔린 LA라는 도시 맥락과도 절묘하게 맞물린다. 작품의 부제인 ‘I‘m in Love With My Car’는 영국 록밴드 퀸(Queen)의 1975년 곡에서 따온 것으로 작품을 대중문화와 연결짓고 또 하나의 중의적 의미를 부여한다.
▲아니카 이, AI와 동양 철학이 만난 디지털 문인화뉴욕 구겐하임미술과의 휴고보스상(2016) 수상작가인 아니카 이씨는 첨단 기술, 예술, 비평이 교차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최근 시리즈 ‘ßRKnnK’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실험적 시도를 감행한다.
이 시리즈는 작가가 최근 여행한 동아시아에서 영감을 받았다. 자신이 개발한 AI 프로그램 ‘엠티니스’(Emptiness)를 통해 제작되었다. 동양화가 장대천(Zhang Daqian)의 먹의 번짐과 여백을 머신러닝으로 학습·시뮬레이션한 것으로, 동양 철학에서의 ‘무’ 개념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려는 시도다. 화면 속 빈 공간을 단순한 공허가 아닌 생성의 원리로 상정해 동양화의 여백처럼 의도와 우연, 존재와 부재가 교차하는 미묘한 긴장을 화면에 드러낸다.
ßRKnnK 시리즈는 알고리즘의 불안정성과 예술적 우연성은 작품 속 여백과 어우러지며, 존재와 부재, 의도와 무의식이 교차하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AI와 전통 회화, 과학과 철학이 어우러지는 이 시리즈는 알고리즘 시대의 새로운 문인화를 제안한다. 작품 제목과 명칭은 아니카 이 스튜디오에서 자체 개발한 암호 체계에 따라 생성된다.
데이빗 코단스키 갤러리는 2만 스퀘어피트의 LA 캠퍼스(5130 W. Edgewood Pl., Los Angeles, CA 90019)와 뉴욕에 5,000스퀘어피트 규모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LA 캠퍼스는 조경된 중정을 사이에 둔 두 건물에 걸쳐 세 개의 전시 공간을 갖추고 있어, 퍼포먼스, 영상, 야외 조각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세 개의 개별 전시를 동시에 개최할 수 있다.
컨템포러리 아트를 선보이는 가장 역동적인 공간 중 하나이자 국제적으로 현 세대를 대표하는 선도적인 화랑 데이빗 코단스키 갤러리(David Kordansky Gallery)의 전시작들은 다소 난해해서 작품 설명을 들으면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한국어가 유창한 존 이(한국명 이정헌)씨에게 연락하면 작품들에 관한 설명을 자세하게 들을 수 있다.
문의 (323)935-3030 존 이 카카오톡 @realleejohnlee
<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