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리 보는 할리웃보울 무대] 프랑스 낭만주의 음악과 ‘심포닉 재즈’의 멋진 조화

2025-08-0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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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링턴과 라벨’ 해설
▶ 8월5일(화) 오후 8시

▶ 본보 특별 미디어스폰서
▶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 두다멜 지휘 LA필의 감동

[미리 보는 할리웃보울 무대] 프랑스 낭만주의 음악과 ‘심포닉 재즈’의 멋진 조화

LA필의 음악예술감독 ‘마에스트로’ 구스타보 두다멜(왼쪽). 전 세계 라벨 연주 투어를 펼치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LA 필하모닉 협회 제공]

LA가 자랑하는 세계적 야외음악당 할리웃보울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의 하나인 조성진의 멋진 연주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이제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8월5일(화) 오후 8시 할리웃보울 무대에서 마에스트로 두다멜이 이끄는 미국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 LA 필하모닉의 ‘두다멜 지휘의 엘링턴과 라벨(Dudamel Conducts Ellington and Ravel)’ 콘서트가 그것이다. 특별히 미주 한국일보가 LA필의 공식 미디어스폰서로 후원하는 이번 음악회에서는 조성진이 프랑스 낭만주의의 거장 모리스 라벨의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 작품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과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연주하고, 이를 전후로 LA필이 미국 20세기 재즈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듀크 엘링턴의 ‘할렘’과 ‘블랙, 브라운 앤 베이지’를 들려주게 된다. 이같은 구성에서 보듯 이번 음악회는 프랑스의 낭만주의 음악과 미국의 재즈 클래식의 멋진 조화를 이룬다. 다음은 오는 5일 할리웃보울 현장에서 이번 멋진 콘서트를 경험할 한인 청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두 음악가들과 연주곡들에 대한 해설이다.

■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라벨(1875~1937)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인상주의 작곡가 중 한 명으로, 정교하고 섬세한 음악 언어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같은 시대의 드뷔시와 종종 비교되지만, 라벨의 음악은 더 구조적이고 고전적인 형식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오케스트레이션과 색채감 풍부한 음향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했다. 대표작은 누구나 친숙한 ‘볼레로’와 ‘스페인 광시곡’, 발레음악 ‘다프니스와 클로에’, 피아노 독주곡 ‘거울’, 그리고 이번에 조성진이 연주하는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과 ‘피아노 협주곡 G장조’ 등이 있다.


올해는 라벨 탄생 150주년이 되는 해로, 조성진은 이를 기념해 라벨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담은 앨범과 라벨 피아노 협주곡 앨범을 발매했다. 프랑스에서 공부한 조성진에게 라벨은 그만큼 친숙한 음악가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음에 설명하는 2개의 피아노 협주곡이 이번에 조성진의 연주로 어떻게 빛을 발할지 더욱 기대가 되는 무대다.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D장조

왼손 피아노 레퍼토리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작품은 라벨이 1929년부터 1930년 사이에 작곡한 하나의 악장으로 된 협주곡으로, 1차 세계대전에서 오른팔을 잃은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헌정됐다. 이 곡은 왼손만 사용하여 연주하도록 작곡됐으며, 왼손의 기교적인 부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전후의 느린 렌토 부분과 알레그로의 주부를 포함하는 3부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어둡고 우울한 시작에서 시작하여 역동적이고 강력한 음향으로 발전한다. 화려하고 강렬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왼손만으로 연주되지만 마치 양손으로 연주되는 것처럼 느낄 정도로 작곡가의 기교적 천재성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또한 재즈의 영향이 음악 전반에 스며 있어 이번 공연의 주제가 관통하는 곡이라고 볼 수 있다.

▲피아노 협주곡 G장조

라벨이 1931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그의 말년을 대표하는 걸작 중 하나다. 밝고 경쾌하며 재즈적 감수성이 살아 있는 이 협주곡은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D장조와 거의 동시에 작곡되었지만 성격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라벨은 이 협주곡을 작곡하면서 모차르트와 생상의 정신을 염두에 두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협주곡을 “가볍고 명랑하게” 만들고 싶었으며, 지나치게 무겁거나 교향적인 음악보다는 즐겁고 유쾌한 음악을 지향했다. 동시에 왼손을 위한 협주곡과 마찬가지로 미국 순회 공연에서 접한 재즈의 리듬, 화성, 색채감도 이 곡 전반에 스며 있다.
[미리 보는 할리웃보울 무대] 프랑스 낭만주의 음악과 ‘심포닉 재즈’의 멋진 조화

모리스 라벨(왼쪽)과 듀크 엘링턴.


■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


엘링턴(1899~1974)은 단순한 재즈 연주자를 넘어 미국 음악사의 정수를 상징하는 거장으로 꼽힌다. 20세기 재즈 역사의 황금기에 스윙 밴드의 리더이자 작곡가로, 재즈와 클래식의 위대한 결합, 즉 심포닉 재즈의 한 획을 그은 음악가로 평가받고 있다. 빅밴드 재즈와 스윙에서부터 가스펠, 영화 음악, 발레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무려 6,000여 곡이나 남겼다. 이같은 다작으로 ‘재즈계의 바하’로 불릴 정도다.

에드워드 케네디 엘링턴이 본명인데, 항상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예의 바르게 행동해 영국의 귀족 같다는 의미에서 ‘듀크(공작)’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면서 활동명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흑인 음악가로서 백인 중심 무대였던 카네기홀 등지에서 공연하며 인종 장벽을 뛰어넘었고, 이번 음악회에서 피날레 곡으로 연주될 ‘블랙, 브라운 앤 베이지(Black, Brown and Beige)’와 같은 대작을 통해 흑인 역사와 정체성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할렘

1950년에 작곡된 이 곡은 엘링턴이 내놓은 대표적인 심포닉 재즈 작품 중 하나로, 흑인 역사를 묘사한 교향시적 재즈 작품이라는 평가가 붙어 있다. 엘링턴이 유럽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선상에서 작곡했으며, 원래는 N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와의 협연을 위해 쓰였으나, 계획이 무산되어 엘링턴의 빅밴드 단독으로 초연됐다.

엘링턴은 이 곡을 통해 뉴욕 할렘의 일요일 아침 풍경을 음악으로 표현했는데, 재즈, 블루스, 가스펠, 행진곡 등이 하나로 엮이며, 다채롭고 생생한 도시의 초상을 담고 있다. 트럼펫, 색소폰, 타악기 등 엘링턴 특유의 음색과 리듬이 돋보이며, 쿠티 윌리엄스의 트럼펫이 “Harlem”을 외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블랙, 브라운 앤 베이지

1943년작인 이 곡은 엘링턴이 그가 작곡한 가장 야심차고 규모가 큰 작품으로, 미국 흑인의 역사를 음악으로 표현한 재즈 교향시다. 이 곡은 엘링턴이 재즈를 단순한 오락 음악이 아닌 고차원적인 예술로 끌어올리고자 했던 대표적인 시도였다.

오랜 기간 흑인의 역사와 정체성을 표현하는 대규모 음악 작품을 구상하던 엘링턴이 제2차 세계대전 중 흑인 병사들의 애국심과 사회적 지위를 고민하던 시기에 이 곡을 통해 흑인의 고통, 희망, 기여를 음악으로 그려냈다. 1943년 이 곡의 초연 무대가 펼쳐졌던 뉴욕 카네기홀은 당시 클래식 음악의 중심지였으며, 흑인 재즈 음악가로서 엘링턴이 이곳에 선 것 자체가 역사적 사건이었다.

티켓 : www.hollywoodbow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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