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디즈니홀 11월 하이라이트] 89세 거장의 귀환… 명곡의 밤, 감동의 여정

2025-10-22 (수) 08: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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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일, 주빈 메타 지휘 ‘브루크너 교향곡 8번’
▶ 13~16일, 액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5번’

▶ 21~23일, 세쿠의 초연작과 엘가의 ‘수수께끼’까지

11월의 월드 디즈니 콘서트홀 클래식 라인업은 올해 89세의 전설적 마에스트로에서부터 데뷔 50년이 넘은 버추오소 피아니스트, 그리고 젊은 첼로 신성까지 세대를 넘나드는 거장들의 화려한 무대가 이어진다. 주빈 메타가 지휘봉을 잡는 브루크너 ‘교향곡 8번’, 반세기 넘게 세계무대를 지켜온 피아노의 거장 에마누엘 액스의 모차르트 협주곡, 그리고 젊은 첼로 천재 셰쿠 카네-메이슨의 세계 초연작 연주 등 꿈의 일정으로 짜여 있다.
[디즈니홀 11월 하이라이트] 89세 거장의 귀환… 명곡의 밤, 감동의 여정

LA필의 전설적 마에스트로 주빈 메타. [사진 제공=LA 필하모닉 협회]

■주빈 메타와 브루크너

11월 7~9일 주말 디즈니홀에서는 LA 필하모닉의 전설적 지휘자 주빈 메타(Zubin Mehta)가 무대에 올라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의 ‘교향곡 8번 C단조’를 연주한다.

‘인류가 만든 가장 거대한 음악적 성당’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브루크너의 교향곡 가운데서도 가장 장엄하고 사색적인 걸작으로 꼽힌다. 브루크너의 8번 교향곡은 장대한 규모와 극적인 대비로 유명하다. 폭발적이고 불협화적인 순간이 있는가 하면, 깊은 서정과 신비로운 조화를 품은 부분도 공존한다. 메타는 이 작품을 두고 “심장을 아프게 할 만큼 낭만적인 작품”이라고 표현하며, 수십 년간 탐구해 온 브루크너 해석의 정수를 이번 무대에서 펼친다.


인도 봄베이(현 뭄바이) 출신의 메타는 음악가 집안에서 성장해 젊은 나이부터 지휘자로 두각을 나타냈다. 1962년 불과 25세의 나이로 LA 필하모닉의 최연소 음악감독에 취임해 1978년까지 16년 동안 교향악단의 사운드와 정체성을 새롭게 세우며 ‘LA필의 황금기’를 열었다.

그는 이후 뉴욕 필하모닉, 이스라엘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의 악단을 이끌며 국제적 명성을 쌓았고, 현재는 LA필의 명예지휘자로,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년 디즈니홀 무대에 올라 여전히 열정적인 지휘를 선보이고 있다.

브루크너의 8번 교향곡은 약 80분에 달하는 대곡으로, 인간의 고뇌와 구원의 염원을 오케스트라의 언어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메타는 70년 전부터 이 교향곡을 연구해 왔으며, 이번 공연은 그의 평생에 걸친 음악적 여정이 응축된 결정판이 될 것이다.

LA 필하모닉과 메타가 함께 만들어낼 이번 무대는 단순한 연주회가 아니라, 음악이 지닌 영적 깊이와 인간의 경외심을 동시에 체험하는 여정이 될 전망이다.
[디즈니홀 11월 하이라이트] 89세 거장의 귀환… 명곡의 밤, 감동의 여정

피아노의 거장 에마누엘 액스. [사진 제공=LA 필하모닉 협회]

■에마누엘 액스와 모차르트

그 다음주 11월 13~16일에는 라벨과 모차르트, 그리고 현대 작곡가 마티아스 핀처(Matthias Pintscher)의 작품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진다. 이 콘서트는 라벨의 인상주의적 걸작 두 곡으로 시작과 끝을 맡고, 그 사이에 세계적 대가 에마누엘 액스(Emanuel Ax)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협연이 절정을 장식한다.

핀처가 직접 지휘봉을 잡는 LA필은 이날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Mother Goose Suite)’으로 공연의 문을 열고 피날레는 역시 라벨의 몽환적이면서도 격정적인 ‘라 발스(La valse)’로 장식한다.

그 사이 LA필이 위촉한 핀처의 신작 ‘neharot(히브리어로 ‘강들’이라는 뜻)‘의 초연이 이뤄지며, 이어 이날 무대의 중심에 피아니스트 에마누엘 액스가 선다. 그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5번 C장조로 고전적 품격과 섬세한 해석 및 서정미를 한껏 드러낼 예정이다.


LA 필하모닉과 처음 호흡을 맞춘 지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액스는 화려한 기교보다 음악의 진심을 전하는 연주로 반세기 넘게 세계무대를 지켜온 거장이다. 우크라이나 르비우에서 태어나 캐나다로 이주한 그는 줄리아드 음대에서 수학했으며, 1974년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뉴욕 필하모닉,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등과 협연하며 국제적 명성을 쌓았고, 첼리스트 요요마와의 오랜 음악적 동행으로 다수의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그의 연주는 절제된 표현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미와 서정성이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즈니홀 11월 하이라이트] 89세 거장의 귀환… 명곡의 밤, 감동의 여정

첼로 신성 셰쿠 카네-메이슨. [사진 제공=LA 필하모닉 협회]

■세쿠, 그리고 엘가의 ‘수수께끼’

이어 11월 21~23일에는 LA필이 젊은 영국 작곡가 에드먼드 피니스(Edmund Finnis)의 첼로 협주곡을 세계 초연한다. 지휘에는 스페인 출신의 신예 로베르토 곤살레스-몬하스(Roberto Gonzalez-Monjas), 협연에는 “놀라울 정도로 천재적인 첼리스트”로 평가받는 영국의 신성 셰쿠 카네-메이슨(Sheku Kanneh-Mason)이 나선다.

이 공연은 ‘황금빛 낭만주의’에 빛나는 에리히 코른골트의 ‘주제와 변주’(Op.42)로 문을 연 뒤, 피니스의 신작 첼로 협주곡 초연에 이어 영국 음악의 상징적 걸작인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Enigma Variations, Op.36)’으로 마무리된다.

티켓: www.laph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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