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술·인간성 사이 탐구… ‘지각’과 ‘기억’의 회화 세계

2026-03-13 (금) 12:00:00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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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엔지니어 겸 화가

▶ 스카이 정 작가 첫 개인전
▶ LA 레베카 몰라옘 갤러리

기술·인간성 사이 탐구… ‘지각’과 ‘기억’의 회화 세계

하버드대 출신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화가 스카이 정씨.

하버드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아마존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20대 한인 여성, 스카이 정(23)씨가 첫 개인전을 준비하며 주목받고 있다.

공학과 예술, 기술과 인간성 사이의 질문을 화폭에 담아내는 그녀의 전시는 오는 7월 25일(토)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LA의 레베카 몰라옘 갤러리(481 S. Fairfax Ave.)에서 열린다.

정씨는 하버드 졸업 후 아마존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동시에 ‘지각’과 ‘기억’을 주제로 회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예술적 출발점은 다소 철학적인 질문에서 비롯됐다.


“한동안 제 작업을 지배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나는 기계인가?’라는 질문이었죠.”

어릴 때부터 컴퓨터와 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정씨는 중학교 시절 코딩 캠프에서 웹사이트를 만들며 프로그래밍을 접했다. 이후 풀러튼의 트로이 고교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집중적으로 공부했고, 자연스럽게 하버드대에서도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대학 생활은 그의 관심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확장시켰다. 다양한 인문학과 예술 수업을 통해 사고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소규모 세미나 수업에서 진행되는 토론과 독서 활동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결국 정씨는 미술, 영화, 영상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하며 예술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키웠다. 전환점은 3학년 때 수강한 회화 수업이었다.

“그 수업을 들으면서 잊고 있던 창의적인 감각을 다시 발견했어요. 어릴 때 코딩과 그림을 동시에 즐겼지만, 공학 중심 공부를 하다 보니 그 감각이 점점 사라졌던 것 같아요.”

대학 시절 그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했다. 음악과 게임 문화를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하버드-래드클리프 드라마틱 클럽에서는 뮤지컬 기술 스태프로 활동하며 친구들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제작하기도 했다. 또한 하버드 문학잡지 ‘하버드 애드보킷’ 기술팀 활동을 통해 문학·예술 커뮤니티와도 교류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경험들은 그의 회화 작업 안에서 하나로 결합됐다.

“우리가 보는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몸과 경험을 통해 이미 해석된 것이죠. 기계가 인간의 지각을 완전히 재현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정씨에게 회화는 인간적 지각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이미지를 만들었다가 해체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기억과 인식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파편적인지 보여준다. 대표 작품으로는 ‘언타이틀드(2025)’와 ‘저녁식사 풍경(Dinner Scene·2025)’ 등이 있으며, 인간의 기억과 지각의 불완전성을 실험적으로 탐구한다.

“회화는 삶에 반응하는 하나의 언어입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과 경험을 표현하는 방식이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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