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호르무즈 봉쇄 풀 ‘다국적군’ 구상…韓, 군함 보낼까

2026-03-14 (토) 02: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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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무즈 봉쇄로 영향” 5개국 콕집어 거론…미군과 합동작전 구상

▶ 韓, 2020년 청해부대 작전범위 확장 통한 ‘독자파병’ 형태로 관여 전례
▶ 안보 및 경제상 필요·한미동맹·중동분쟁 개입우려 등이 결정에 고려요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최대 승부처로 부상한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을 포함한 5개국의 군함 파견을 사실상 요구한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에 동맹을 중심으로 한 다른 나라들을 참전시키려는 구상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미국과 함께(in conjunction with·작전상의 공조·협력을 의미),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보낼 것'(will be sending)이라는 다소 단정적인 표현으로 시작했지만, 한국과 함께 중국·프랑스·일본·영국 등 "이 인위적인 제약(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는" 5개국을 거론할 때는 '바라건대'(Hopefully)라는 전제를 달았다. 즉 현재로선 군함 파견을 요구한 수준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국가에 군함 파견을 요구한 이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며, 자유롭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는 주요 '이해당사자'인 만큼, 미군의 작전에 동참해달라는 의미다.

파견 군함의 규모나 구체적인 역할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미군이 곧 착수할 것으로 보이는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호위 작전에 힘을 보태달라는 요구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은 대로 "그들(이란)이 아무리 심하게 패배했더라도 이 수로(호르무즈 해협)의 어딘가에 드론 한 두기를 보내거나, 기뢰를 떨어뜨리거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기 때문에 이 같은 이란의 공격에 맞서는 역할과 리스크를 분담하자는 뜻인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 호위 작전은 좁은 수로에서 이란의 드론, 기뢰, 미사일 공격의 표적으로 노출돼 아군의 피해 가능성이 큰 만큼 미국도 조심스럽게 계획하고 접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군의 단독 작전보다는 다국적군의 공동 작전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란과의 전쟁이 2주를 넘기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제시했던 작전 기간(4~5주)의 약 절반이 지난 셈인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석유를 '인질'로 삼아 버티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다음주에도 강력한 공습을 예고한 미국으로선 이란에 결정타를 날리고 전쟁을 매듭지으려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푸는 게 절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5개국 중 한국과 일본, 영국과 프랑스는 아시아와 유럽의 대표적인 미국 동맹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두 대륙에서 불균형적인 공동방위 부담을 져 왔다는 인식을 드러내 왔으며, 동맹국의 부담 분담을 요구해왔다.

그동안의 트럼프 요구가 주로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 등 금전적 측면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실제 전력의 투입을 요구한 것이어서 차원이 다르다. 미국이 제공해 온 '안보 우산'에 대한 청구서를 들이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이들 국가 입장에선 중동 분쟁에 직접 관여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를 저울질하며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양국 정부 차원의 파병 논의가 구체화한다면, 한국의 경우 현재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의 역할이 주목된다. 청해부대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 2020년에도 호르무즈 해협으로 작전 영역을 넓혀 한국 선박을 호위하는 독자적 작전을 수행한 전례가 있다.

정부는 트럼프 1기때인 2020년초 미군이 이란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당시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미국-이란 간 긴장이 고조됐을 때 당시 아덴만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 안정 기여라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한 바 있다.

동맹국인 미국의 요구도 있었지만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3분의 2 이상이 지나가는 호르무즈해협의 안정은 한국의 경제 및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경제·안보상 필요를 감안한 결정이었다.

다만 당시 한국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를 위해 주도하고 있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는 대신 독자적으로 파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는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동시에 이란에게 '적국'으로 간주되지 않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선택이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이번에도 정부는 6년전과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실제로 전쟁이 벌어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 고민은 6년 전보다 더 깊고 복잡해질 수 있다.

6년 전처럼, 미국의 요구에 따라 군함을 파견하더라도 일단 청해부대의 작전 영역을 일시적으로 넓히되, 이란을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에 직접 동참하는 모양새는 최대한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의 경우 미국의 잠재적 적국에 준하는 전략경쟁국인 동시에, 이란의 우방국이고, 이란에 대한 공격을 비판해온 터라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거론한 것은 중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 의존도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압박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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