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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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숲 지나 기암절벽 위에서 ‘청량한 피서’…Mt. San Jacinto·Humber Park Route

2019-08-16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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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소나무숲 지나 기암절벽 위에서 ‘청량한 피서’…Mt. San Jacinto·Humber Park Route

정상에 올라 휴식을 즐기는 등산인들

8월도 중순에 접어들게 되니, 남가주는 이제 본격적인 여름철에 접어들게 되었다고 하겠는데, 여름철의 등산도 역시 나름대로 그 유리한 면과 불리한 면의 양면성을 지닌다고 하겠다. 일조시간이 길어 상대적으로 긴 코스의 산행을 할 수 있다는 점과, 겨울동안에 내렸던 고산의 눈들이 이제는 다 녹아지고 없어 비교적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두드러진 유리한 점이라고 하겠고, 작렬하는 여름의 뜨거운 햇볕 아래 등산을 해야한다는 점은 두드러진 불리한 점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보면 결국 여름철 산행지 선택의 요체는, 매사가 다 그렇듯 당연히,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이어야 할 것인 바, 주로 해발고도가 높은 고산을 선택하면 이런 조건이 충족되어지게 된다.

우리 남가주에서의 대표적인 고산으로는 흔히 ‘3 성인산’(3 Saints Mountains)이라 일컫기도 하는 LA의 Mt. San Antonio(10064’= Baldy), Palm Springs의 Mt. San Jacinto(10834’= San Jack), Big Bear의 Mt. San Gorgonio(11503’= Old Greyback)을 - 또는 여기에 Mt. San Bernardino(10649’)를 더하여 말하는 ‘4 성인산’을 - 꼽을 수 있겠는데, 이러한 산들을 산행지로 한다면, 비록 날씨가 더운 여름철이라고 하더라도 등산을 시작하는 지점의 해발고도 자체가 높아 거의 더위를 느끼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LA나 Orange County 지역의 도시 주변에 머무는 것보다 훨씬 더 시원한 환경에서 ‘피서등산’을 즐길 수 있다.


우리가 보통 ‘3 성인산’으로 부르는 이 3개의 산들에는 실제로는 이 산의 주위로 여러개의 형제봉들이 함께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남가주의 제1봉인 Mt. San Gorgonio의 경우를 보면, 그 안에 고도 10000’가 넘으면서 이름이 부여되어 있는 봉우리 - Mt. San Bernardino를 포함 - 가 17개에 이르고, 또 특정한 봉우리에 이르는 등산로도 각기 여러 갈래가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우리들 주말 하이커로서는 여름 한 철을 내내 이 ‘3 성인산’만을 목표로 하여 산을 다닌다고 하더라도 항상 새로운 봉우리, 새로운 등산로를 선정하여 매번 색다른 기분으로 쾌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겠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은 Palm Springs라는 열사의 땅에 하늘 높이 외연하게 솟구쳐 올라있는 남가주 제2봉으로, 겨울에는 온통 하얀 백설의 왕국을, 여름에는 온통 푸르른 송림의 왕국을 이루고 있는, Mt. San Jacinto를 찾아가기로 한다.

이 산의 San Jacinto 라는 이름은 이곳을 점거한 스페인인들이 자신들의 종교인 가톨릭교의 성인의 이름에서 따 온 ‘외래종’ 이겠고, 원래 이 지역에 거주해오던 Cahuilla인들이 부르던 이 산의 ‘토착명’은 ‘Aya Kaich’였다고 하는데, 이는 ‘Smooth Cliff’의 뜻이라 한다.

이 산은 “지형상 독립적으로 솟아 있는 높이(Topographic Prominence)”로는 8319’가 되어 미국본토 안에서는 6번째의 고봉이 된다고 하는데, 특히 이 산의 북쪽면은 바로 산 아래인 Gorgonio Pass의 지표면에서 거의 2마일의 높이로 우뚝 솟아있어, 토착인들의 호칭인 “매끄러운 절벽”이라는 이름이 이 산의 특징을 보다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일찌기 1892년에 Sierra Club을 창설한 자연주의자 John Muir(1838 ~ 1914)는 이 산의 정상에 올랐던 소감을 “샌하신토에서의 전망은 이 지구상의 어느 곳보다도 가장 웅대한 구경거리(The most sublime spectacle)이다”라고 썼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며, 이 산을 동쪽 아래로 부터 오르는 등산로인 C2C(Cactus to Clouds) Trail은 그 순등반고도 (Elevation gain)가 10700’나 되어, 미국내에서 실제의 순등반고도가 가장 높은 코스가 되며, 당일 등반코스로는 미국내 5대 난코스에 포함된다고 하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오늘은 이 Mt. San Jacinto를 오르는 경로 중에서, 이 산의 남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아름다운 숲속마을 Idyllwild에 있는 Humber Park에서 시작하는 등산루트를 소개한다.
등산시작점의 해발고도가 이미 한라산 정상의 고도에 해당하는 6440’(1951m)가 되므로 대기가 청량하고 송림이 울창하며, 경치가 아름답고 걷기에 상쾌한, 아주 빼어나게 아름다운 코스이다. 왕복 16마일에 순등반고도는 4500’이고, 왕복 산행소요 시간은 보통 10시간 내외가 되므로, 아무래도 등산이 익숙한 분들에게나 권할 수 있는 다소 힘든 코스라는게, 이 루트의 유일한 단점이라고나 할까!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는 10번 Freeway를 타고 동쪽으로 약 88마일을 가면 Banning에 이르게 되는데, 8th Street(SR-243)출구로 나온다. 여기에서 자동차의 주행거리계(Trip Odometer)를 0 으로 만든 후, 다음과 같이 주행하면 찾아가기가 편리하다.

우선 우측으로 0.2마일을 가서 좌회전하고, 0.7마일 지점의 San Gorgonio Ave에서 우회전하며, 1.4마일 지점에서 갈라지는 길의 왼쪽인 SR-243으로 올라간다. 이 길은 우리의 등산로 시작점이 있는 숲속의 작은 도시 Idyllwild까지 이어지는데, San Jacinto산의 푸르게 우거진 서쪽 기슭을 관통하며 구불구불 나아가는 대단히 아름다운 포장도로이다.

거리계가 25마일이 되는 지점에 이르면 Idyllwild 타운에 들어서게 되는데, 왼쪽으로 Idyllwild Ranger Station이 나온다. 이곳에 들러 ‘Self-Issued Permit’을 받은 후에 Pine Crest Ave에서 좌회전하고, 거리계를 다시 0 으로 조작한 다음에 다시 다음과 같이 주행한다.

0.6마일이 되면 교차로가 나온다. 약간 오른쪽의 South Circle Drive를 택하여 들어가고 0.7 마일지점의 ‘Humber Park’이라는 싸인이 붙어있는 Fern Valley Drive에서 좌회전한다. 1.2마일지점의 갈림길에서는 왼쪽길을 택하여 2.6마일지점까지 가면, 화장실이 잘 갖추어진 Humber Park 주차장에 다다른다.

주차장의 오른쪽에서 시작되어 대체로 북동쪽의 방향으로 2.5마일에 걸쳐 1600’정도의 고도를 완만히 오르는 Devils Slide Trail로 산행을 시작한다. 푸르게 숲이 우거진 등산로는 몇번에 걸쳐 굽어지고 펴지는 지그재그 형태로 이어지는데, 올라가면서 때때로 2개의 거대한 암석 봉우리인, 남쪽의 Tahquitz Rock(8007’= Lily Rock)과 서쪽의 Suicide Rock(7528’)을 볼 수 있다.
소나무숲 지나 기암절벽 위에서 ‘청량한 피서’…Mt. San Jacinto·Humber Park Route

해발고도 10500’ 내외 구간의 등산로 풍경.


등산코스

이 2개의 암봉은 언제나 암벽등반가들이 많이 찾아오는 널리 알려진 곳이다. 특히 Tahquitz Rock은 미국 암벽등반의 요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한데, 봉우리의 끝이 뾰쪽한 모습임에 반해, Humber Park을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 건너편에 있는 Suicide Rock은 끝이 평평한 모양새라서, 암수 한쌍의 바위봉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San Jacinto Wilderness로 지정되어 있는 이 지역의 송림과 큰바위들이 자아내는 경치는 가히 일품이라 아니할 수 없으며, 등산로 이름인 ‘Devils Slide’라는 말에 걸맞게 무너질 듯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천애의 기암절벽들이 좌우에 벌려있다.

2.5마일의 등산로를 다 오르면 길이 다섯갈래로 나뉘는 Saddle Junction(8100’)에 올라서게 된다. 여기까지가 Devils Slide Trail이며, 맨 오른쪽 갈래와 맨 왼쪽 갈래가 이어지며 PCT가 되는데, 여기서부터 Mt. San Jacinto 정상까지 가는 루트는 대체로 반듯하게 북쪽을 향해 나아가는 형국이 된다.

우리는 맨 왼쪽의 PCT를 택해 나아가야 한다. 이 PCT 를 따라 우람하게 굵은 소나무들이 아주 무성한 길을 1.8마일을 가노라면 Strawberry Junction(9000’)이라 부르는 갈림길에 이르게 된다. PCT 는 이곳에서 왼쪽으로 굽어지는데, 우리는 계속 직진하여 전장 1마일 구간의 Wellman Cienega Trail을 가게된다.

‘Cienega’란 늪지대를 뜻하는 스페인어로, 이 명칭에 걸맞게 습기가 많아 고사리와 Corn Lily가 넓게 퍼져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푸른 초원인 Wellman Cienega(9300’)를 지나게 된다. 곧게 나아가던 길이 스위치백으로 바뀌게 되면 곧 이어서 3거리인 Wellman Divide(9720’)에 오르게 된다.

오른쪽 길은 Tram Station 으로 연결되는 길이니, 우리는 왼쪽으로 직진한다. 왼쪽에 있는 Jean Peak(10670’)줄기의 동쪽 기슭을 따라 관목과 Limber Pine이 꽉 들어찬 구간을 지나며 정상까지 2.7마일이 되는 ‘Peak Trail’ 이라 불리는 구간인데, 우측으로는 Mt. San Jacinto의 동쪽 전망이 한 눈에 들어온다. 끝이 피라밋처럼 뾰쪽한 바위봉은 Cornell Peak(9750’)이고 그 오른쪽으로는 연이어 있는 것은 Harvard Peak과 Yale Peak이다.

등산로가 한번 오른쪽으로 꺾어진 후에 길게 나아가다가 다시 왼쪽으로 꺾어지는 구간을 지나고 나면, 정상을 불과 0.3마일 남겨둔 마지막 Junction(10496’)에 도착한다.
왼쪽에서 합류되어지는 길은 이 산의 서쪽 기슭 여러 곳에서 시작되어 올라오는 등산로들 - Fuller Ridge Trail, Seven Pines Trail, Marion Mountain Trail, Deer Springs Trail - 이 Deer Springs Trail 이라는 이름으로 흡수되어진 뒤에, Little Round Valley를 거쳐 이곳에 이르게 된, 일종의 ‘통합로’ 라고도 하겠다.

오른쪽으로 굽어지는 길을 따라 0.2마일을 올라가면 돌을 쌓아 만든 대피소 건물이 있고, 여기서 약간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얼기설기 얽히듯 쌓여있는 큰 바위들을 이리저리 타고 오르면 이내, Topographic Prominence로는 미국 본토에서 6번째로 높은 산이라는 Mt. San Jacinto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당연히 동서남북 사방의 전망이 대단한데, 특히 북쪽으로 보이는 커다란 산줄기가 바로 우리 남가주의 제1봉인 Mt. San Gorgonio(11503’)이다.
소나무숲 지나 기암절벽 위에서 ‘청량한 피서’…Mt. San Jacinto·Humber Park Route

시원한 송림사이로 뻗어있는 쾌적한 등산로.


이 San Jacinto와 저 San Gorgonio 사이의 까마득하게 아래로 보이는 평지가 San Gorgonio Pass인데, 이곳은 동서로 나란히 벌려있는 이 두 고산지대 사이의 좁은 협곡같은 지형으로, 특히 ‘바람골’을 이루기에, 자세히 살펴보면, 셀수 없이 많은 풍력발전기들이 질서정연하게 들어차 있어, 바람으로부터 다량의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완전 무공해 ‘Wind Farm’의 장관도 굽어 볼 수 있다.

이 Mt. San Jacinto 정상에서, 자연보호의 선구자로 지금도 꾸준히 존경받고 있는 John Muir가 일찌기 “The most sublime spectacle”이라 찬탄한 감회를 제대로 느껴 보려면, 정상표지가 꽂혀있는 최정상의 바위에서 20m쯤 북쪽의 가장자리 바위로 옮겨, 현기증이 날만큼 아찔한 2마일 높이의 “Smooth Cliff” 위에서, 바로 눈 아래로 아스라히 펼쳐져 있는 Gorgonio Pass와 Coachella Valley를 내려다 봐야 한다.

기록에 의하면, 오래 전인 1931년과 1932년에 Mt. San Jacinto 상공회의소가 후원하여, 오늘 우리가 올라온 루트를 왕복하는 노동절기념 달리기대회를 개최했었다고 하는데, Hopi족 혈통의 사나이 Tom Humphreys가 3:36:30와 3:12:00의 기록으로 연거푸 우승을 했었다고 한다. 독자들 가운데 혹 산악마라톤을 즐기는 분이 계시다면, 이 기록을 참고로, 80여년전의 Hopi족 전사 Tom과 시간을 초월하여 한차례 기량을 겨루어 보는 것은 어떨까?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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