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What a night! What bliss all about!
I thank my native north country!
From the kingdom of ice, from the kingdom of snowstorms and snow,
how fresh and clean May flies in!
굉장한 밤이로다! 세상천지에 축복을!
내 고향 북극의 나라여!
몰아치는 눈보라와 눈송이들의 왕국에서,
5월이 얼마나 산뜻하고 상쾌하게 날아드는가!
상트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burg)의 백야는 5월에 시작된다.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는 백야에 대한 감상을 노래한 아파나시 페트(Afanasii Fet)의 시에 피아노 선율을 붙여 5월을 묘사했다. 5월의 부제는 ‘5월의 밤’ (May Nights), ‘백야’ ( Midnight Sun ), ‘별이 빛나는 밤’ (Starlit Nights) 등이 있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야’는 감미롭고 온화한 감정을 풍기는 하프 효과가 나는 아르페지오*(Arpeggio)로 시작되어 환상적으로 전개되다가 중간부 알레그로 지오코소(Allegro giocoso)부터 초여름의 개방적인 분위기로 바뀐다. 느린 템포 때문에 지루하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5월의 밤’이란 부제를 낭만적으로 해석한다면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6월 뱃노래 Barcarolle
Let us go to the shore;
there the waves will kiss our feet.
With mysterious sadness
the stars will shine down on us.
바다로 가자;
우리의 발에 파도가 입맞춤 할 것이다.
슬픔을 머금은
별들도 우리를 비추며 반짝이리라.
차이코프스키의 6월 ‘뱃노래’는 여름날 저녁의 뱃놀이를 그린 러시아 시인 알렉세이 플레쉬예프(Aleksey Plescheev)의 시가 바탕이 되었다. ‘뱃노래’는 차이코프스키 <사계> 중 가장 잘 알려진 곡으로 달빛 아래 호수의 고요한 파도를 연상시키는 듯한 아름다운 선율이 특징이다.
6월의 ‘뱃노래’를 들으면 이런 장면이 떠오른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 위에 떠있는 배 한 척. 그 배 안에 마주앉은 두 사람. 어떤 사연일까? 부제는 ’뱃노래(Barcarolle)’이지만 우리네 사공들의 흥겨운 가락은 없다. 차이코프스키 혹은 러시아 특유의 연민이 담겨있으며 표출하지 못한 그의 분노가 엿보인다. 왜 여유로운 뱃노래에까지 그의 분노가 묻어 나올까? 러시아의 츠나강((Tsna River)에 스쳐가는 6월의 바람 때문일까. 흥겨움보다 애잔하고 쓸쓸한 고독이 흐르는 ‘뱃노래’이다.
이 곡에서 왼손의 반주 음형과 오른손의 애수를 품은 선율은 뱃노래의 정취를 잘 나타내었다. 또한 순간적으로 음악이 정지되는 듯한 짧은 순간의 루바토*(Rubato)가 전체적으로 나타나 극히 정적인 풍경이 그려진다. 수채화처럼 담백하지만 서럽도록 아름다운 차이코프스키의 ‘뱃노래’는 매우 고혹적이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야’ 와 ‘뱃노래’를 감상하며 여러분의 5월과 6월은 어떤 색감을 담은 풍경화였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참조>
*아르페지오: 한 개의 화음에 속하는 각 음을 동시에 연주하지 않고 최고음이나 최저음부터 한 음씩 차례로 연속적으로 연주하는 주법
*루바토: 연주자가 더 효과적인 음악표현을 위해 특정 박이나 마디, 악구 등을 약간 길게 늘이거나 당김으로써 리듬을 미묘하게 변화시키는 기법.
<
이봉희 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