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이름대로 일컬어진다는 것

2019-05-14 (화) 김예은(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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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 한식이 그리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그 향수가 내 발걸음을 한국식당으로 이끄는 것은 어찌 보면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매번 한식당을 갈 때면 신경쓰이는 부분이 한가지가 있다. 바로 차림표에 한국음식 표기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한국에서 시작된 된장도 “코리안 미소 수프(Korean miso soup)”라고 자주 표현된다. 이 명칭은 마치 된장은 일본이 먼저라고 내포함과 동시에, 된장찌개의 의미를 퇴색시킨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마치 피자를 발효된 포유류의 젖이 담긴 부침개라고 일컫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내이름은 ‘김예은’인데 UC버클리를 다니는 단발머리 유학생이라고만 불린다면 내 이름이 가진 정체성의 의미가 온전히 잘 전달될까와 같은 문제이다. 말에는 문화가 담겨 있고 음식에는 한 나라의 삶이 담겨 있는 것인데 한식을 접하는 외국인들은 그저 음식을 먹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반해 어느 일식당을 가도 일본음식이 자기 고유의 언어로 표현돼 있어 그 의미가 쉽게 와닿지 않더라도 음식을 먹어보면 왜 굳이 음식을 해석하지 않았는지, 금방 의미를 파악하게 될 것이다. 어떤 의미로도 해석되지 않는 독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본요리에만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다른 점은 그들에겐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이해를 못할 지라도 이해되게 만들어줌과 동시에 자신의 문화를 소개시키는 당당함이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한국의 구이문화를 답습해 형성된 야끼니쿠도 그들만의 고유명사를 가진 문화로 자리매김했듯이.


겸손과 미덕이 한국의 예라고 하지만,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할까봐 친절히 설명하는 식의 한식 이름표기법을 대하고 나면 그 음식의 고유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단순한 양념재료로 수천개 요리를 만들어내는 한식의 특성을 어떤 방식으로 전할 것인지, 과연 지금까지의 방식이 한식 전파에 큰 역할을 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Do you know 한식이란 자신감 낮은 표현보다 Can I get Gamjatang?이란 질문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외국인들에게 한식이 어떤 의미가 되길, 그리고 의미있게 불리기를 바란다.

<김예은(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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