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토: 치유·정화·교감

2019-05-07 (화) 07:44:35 은윤선 <미술치료 전문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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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가 황토방에서 생활하는 것이 요양의 최적조건이라는 황토건강법이 알려지면서 곳곳에서 황토로 집짓기가 유행하고 황토사우나, 황토찜질방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요양시설에도 황토로 된 병실이 생기는가 하면 피부미용에 좋은 황토마사지와 황토목욕법, 황토를 물에 녹여 마시는 물인 ‘지장수’까지 나왔다.
이렇듯 우리 생활 속에서 황토의 효과를 증명해 주고 있다. 황토는 입자 사이의 공간이 불순물, 오염물질을 흡착분해하고 산소가 풍부해 원적외선을 방출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한다. 그래서 황토는 일명 살아있는 생명체라 불린다.
바다에서 적조현상이 발생하면 어민들이 바다에 황토를 뿌리는 걸 보면 황토의 흡착효과를 알 수 있다. 이는 적조를 일으키는 조류의 먹이가 되는 인 성분을 황토 입자 사이의 공간이 흡착해 바다 속에 가라앉기 때문이다.
흙을 이용한 조형 활동은 제작과정 중 붙이고, 치대고, 비비면서 어떠한 형태든 만들 수 있으며 성형과 제거가 쉬워 수정을 거듭하면서 열중할 수 있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는 클레이나 지점토 같은 매체들은 피부가 약한 아이들이나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황토는 피부 팩으로 사용될 만큼 안전하고 유용하다. 촉각과 시각기능을 모두 자극하여 치료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을 유도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다른 자연물들과 함께 작업할 수도 있다. 미술치료에서 사용하는 매체 중 점토나 찰흙은 언어가 결핍된 경우나 과도한 언어에 저항한 경우 내담자에게 긴장이완을 줄 수 있는 유용한 매체로 활용된다. 내면에 지니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시각화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한다.
찰흙놀이는 그리기나 색칠하기에 비교적 흥미를 갖지 않는 아동들도 크게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 접근하기 좋고 흙을 만지면서 부정적 감정들을 씻어내는 카타르시스 효과를 볼 수 있다.

◆흙 주무르기
▲준비물: 황토나 찰흙
▲순서: 눈을 감고 흙을 손으로 계속 주무르면서 유아기―아동기―청소년기―성인기 과정에서 각각 떠오르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보고 그중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 한 사람을 선택한다. 선택한 사람의 느낌을 흙으로 만들어 보고 자신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이야기해 본다.
▲기대효과: 재료의 촉감을 통해 마음을 편안하게 이완시켜주고 긍정적 감정을 표출하도록 유도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리고 삶에 있어 선택한 사람이 어떤 영향을 미쳤고 그 영향으로 어떤 변화를 했는지에 대해 인식하는 과정을 거친다.

◆점토나 찰흙 매체를 사용할 때 주의할 점
이완이 필요한 내담자에게는 적절한 매체이나 미술치료에 대해 긴장이 높거나 완고한 성향이 있는 성인 내담자에게는 처음부터 갑작스레 점토나 찰흙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리고 조현병(調鉉病, 정신분열증) 환자에게도 처음부터 사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조현병 환자들은 정신적 와해가 높아서 찰흙이나 점토보다는 이완이 낮은 것을 먼저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은윤선 <미술치료 전문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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