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양의 신비로운 미술치료 동물 가족화 ‘십장생’

2019-04-02 (화) 09:04:19 은윤선<미술치료 전문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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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에서 종종 사용하는 기법 중 동물가족화가 있다. 가족을 상징동물로 나타내서 가족들의 관계, 그 속에서 나의 존재를 알아보는데 동물의 그린 순서나 동물의 종류인지를 살펴보고 그려진 동물 가족의 상호관계와 동물의 크기가 현실과의 비교하여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확인한다. 그려진 동물의 행동거지, 태도, 성격 등을 살펴봄으로써 가족관계에 관해 알아볼 수 있다.
이에 본인이 우리 것으로 접목하여 연구한 동양미술치료 매체로 십장생 가족화를 소개하려 한다.

십장생이란 늙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을 상징하는 열 가지 사물을 뜻한다. 우리 선조는 신선의 삶과 장수를 추구하기 위해 동식물 및 자연 속에서 장수를 상징하는 열 가지를 골라 불로장생의 표상으로 삼아왔다. 열 가지는 현세기복적인 길상을 상징하는 십장생 문양으로 형상화되었는데 현실적인 정경이라기보다 상상세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어 이것을 통해 선인들의 이상세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인 장수에의 염원이 십장생도를 통하여 나타났고 긴 세월을 염원하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의 발상에서 비롯된 데서 연결된다.

십장생의 특징으로는 항상성과 불변성, 그리고 신령성을 들 수 있다. 열 가지는 자연 속에서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며―여러 가지 자연적 상황과 조건이 바뀌어도 꿋꿋이 변치 않는 불변성[항상성(恒常性)], 해와 달 등의 자연 불변적인 특징을 지닌 신령스러운 존재[신령성(神靈性)]―이와 같은 특징은 신선사상에 근간을 두고 있음을 말한다.
옛사람들은 십장생을 시문(詩文) 그림 조각 등에 주로 이용하였는데 고구려시대부터 흘러 고려시대 이색의 《목은집(牧隱集)》에 십장생 풍이 유행한 것과 조선시대 설날에 십장생 그림을 궐내에 걸어놓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는 증거들로 보아 과거 선조의 삶 속에서 십장생은 그들에게 희망과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우리 선조에게 간접적으로나 직접적인 심리효과를 부여해주었던 십장생을 매체로 사용하여 내담자 자신은 물론 주변 인물들을 되돌아보고 불안한 감정을 정리해보는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유도한다. 십장생을 이용한 작업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적합한 매체로 성인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심오한 작업으로서의 접근과 대상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또는 대상이 지닌 내면의 갈등 등을 십장생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각화하는 작업 또한 가능하다.

◆십장생 가족화
●준비물: 십장생 삽화, 도화지, 가위, 풀, 색연필 등 색채 도구
●기대효과: 가족의 이미지를 연상하고 풍경이나 동물들에 비유해서 표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자신이 느끼는 가족들에 관해 작업을 통한 간접적인 가정 표현을 할 수 있다. 자신과 가족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면서 가족과의 문제를 발견하고 관계회복을 유도해보도록 한다.

<은윤선<미술치료 전문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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