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3월 ‘종달새의 노래’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가 음악으로 표현한 3월은 어떤 느낌의 풍경화일까? ‘3월’의 부제는 ‘종달새의 노래(Song of the Lark)’이다. 스타카토(Staccato, 한 음표씩 끊어서 연주하는 주법)와 장식음을 사용한 선율은 종달새의 노랫소리를 모방한 듯 하다. 여기서 새가 노래하며 전하는 메세지는 발랄하고 경쾌함 보다는 우울함과 쓸쓸함이 주를 이룬다. 러시아 서정시인(抒情詩人) 마이코프(Apollon Maykov, 1821~1897)의 시를 인용하였다.
Chant de l’alouette (Song of the Lark)
The field shimmering with flowers,
the stars swirling in the heavens,
the song of the lark
fills the blue abyss.
들판에는 꽃들이 흐드러지고
하늘에는 빛의 파도가 출렁이네
종달새 노랫소리가 가득하네
푸르고 끝없는 깊은 곳에.
4월 ‘아네모네’
차이코프스키가 그린 4월에는 ‘아네모네(Snowdrop)’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러시아의 대지에서 눈이 녹을 무렵 제일 먼저 꽃이 피기 시작하는 영국이 원산지인 흰 꽃 아네모네는 봄의 전조를 나타낸다. 4월 역시 마이코프(Apollon Maykov)의 시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으로 아네모네가 만발할 때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봄에 대한 동경을 표현한 선율이 매혹적이다.
퇴근길 차 안에서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Vladimir Ashkenazy, 1937~)의 연주로 3월 ‘종달새의 노래’와 4월 ‘아네모네’를 들었다. 아쉬케나지의 세련되고 서정적인 해석을 들으니 차이코프스키의 <사계>가 간결하지만 다채로운 분위기의 매력적인 피아노 소품들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사계>는 피아노 독주 소품이지만 오케스트라 또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함께하는 편성으로도 편곡되었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함께하는 버전의 ‘아네모네’에서는 봄을 기다리는 설렘, 봄의 화사함을 다양한 악기로 풍성하게 표현하였다. 첫 번째 시간의 계절, 봄. 일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봄기운 가득한 음악에 푹 젖어보는 건 어떨까.
Perce-neige (Snowdrop)
The blue, pure snowdrop flower,
and near it the last snowdrops.
The last tears over past griefs,
and first dreams of another happiness.
푸르고 순결한 아네모네 꽃,
아마도 마지막이리.
지나간 슬픔 위로 떨구는 마지막 눈물
그리고 또 다른 행복을 향한 첫 희망.
<
이봉희 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