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여성의창] 한국 속의 미국 땅

2019-03-14 (목) 12:00:00 김명수(버클리문학회원)
크게 작게
여행을 좋아하는 아버님이 오시면 미국의 이름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아버님은 차 창밖으로 끝없이 펼치지는 드넓은 광야를 보면서 “넓은 땅이 그냥 놀고 있는 걸 보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땅도 좁고 인구는 너무 많다”고 하셨다. 나는 처음 미국에 오던 때를 회상했다. 미국이 한국보다 더 좋아서 이민온 건 아니다. 대학시절 약학대학 전문직은 이민 순위가 높다는 말이 돌았다. 큰 나라에 가서 공부하며 생활해보고 싶은 꿈이 생겼다.

그런데 오빠는 달랐다. 미국에 이민 가는 사람들은 조국을 버리고 도망가는 사람이라 했다. 전쟁이 날 수도 있지만 그래서 죽을 수도 있지만 도망가지 말고 한국에 남아 한국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도망가는 비겁한 마음이 아니고 새로운 세상에서 내 삶을 부딪혀 보고 싶은 도전정신이라고 반박하고 싶었다. 아버님도 좋은 대학 나온 우수한 인재들이 이민 가 버리면 한국은 누가 지켜야 하는지 걱정이 된다고 하셨다. 나는 다시 한국에 되돌아와 살 것이라고 말했다.

그후 시간이 많이 흘렀다. 되돌아간다는 건 더 어려워졌다. 자식들이 여기서 친구들을 만들고 있으니 되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선지 조국으로부터 소외됐다는 느낌도 든다. 외로움도 느낀다.


아버님은 “이민온 사람들의 집 면적을 다 합하면 그 넓이가 대단할 것이다. 그 땅들을 한국사람들이 소유하고 있으니 한국 땅으로 볼 수 있지 않으냐? 예전에는 땅을 넓히느라 총과 칼로 사람을 죽여가며 전쟁을 했는데 이제는 싸우지도 않고 한국 땅이 넓어지니 그것도 좋은 일이다”고 하셨다. 아버님의 말씀이 지혜로운 말씀으로 다가오고 공감됐다. 바로 한국 속의 미국 땅이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탯줄을 잘라낸다. 아기는 독립된 하나의 개체지만 죽을 때까지 엄마를 잊을 수가 없다. 다른 나라로 이민온 사람들도 엄마를 그리워하듯 떠나온 조국을 잊지 못하며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뿌리는 한국인이다. 우리 자식들이 다른 나라 사람과 결혼한다 해도 그 자식에게도 한국인 핏줄이 흐른다. 그 자손들이 많아지면서 우리의 권한인 투표수도 많아진다. 조국에 불리한 안건이 나올 때 투표수로 부결시키고 유리한 안건은 통과시킬 수 있다. 소외됐다는 생각을 접고 조국이 전세계를 향해 뻗어 나가도록 자식들에게 조국에 대한 사랑을 전해야겠다.

<김명수(버클리문학회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