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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for the Soul] Jackrabbit /산토끼

2019-03-09 (토) 12:00:00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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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rabbit, Jackrabbit, where are you going to? Hopping, hopping, hopping on, where are you going to?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 깡총 깡총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그렇게 부르는 경쾌한 동요, “산토끼.”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어린이 어른 모두 다 알고 함께 부르는 동요. 지극히 쉽고 단순한 운율과 가사. 그럼에도, 왠지 산토끼(野兎) 한마리가 깡총깡총 뛰는 모습이 아주 생생하게 떠오르는 순 우리말의 매력. 언제 불러도 가벼운 마음으로 곧 동심의 세계와 바로 접속되는 묘한 동요 “산토끼.”


다들 그저 빈맘으로 꾸밈없이 부르는 동요 “산토끼.” 그런데 이 짤막한 동요를 심오한 선도(仙道)의 은유로 푸는 얘기를 듣습니다. “아뿔싸, 과연 그런 풀이가 숨어 있었다니” 하고 무릎을 치게 됩니다. 2019년 1월 23일, “만월의 명상여행 152회: 산토끼 동요에 숨은 이야기.” 이렇게 정리하고 있네요.

“산토끼는 선도에서 얘기하는 풀이로 도인을 의미하는 겁니다. 깨달은 사람, 자연의 순리나 이치를 깨달은 사람. 그래서 물어보면 그렇게 대답을 하는 거예요. 도인한테 왜 사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삶의 고비고비를 혼자 넘어서 내가 깨달은

것을 다시 가지고 돌아와서 모든 사람들과 함께 나누겠다는 그런 도인의 꿈이 담겨 있는 노래 가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심오한 뜻이?

Over a hill after hills, by myself I hop over. I‘ll pick plump, plump chestnuts, and I’ll bring them back home.

산 고개 고개를 나 혼자 넘어서 / 토실 토실 알밤을 주워서 올테야

인생 구비구비 넘듯이 산 고개 고개를 넘고 넘는데, 중요한 포인트는 ‘나 혼자’라는 것. 물론, 다 함께 사는 세상이지만, ‘진리’를 향해 걷는 도정(道程)은 누구나 무소의 뿔처럼 ‘홀로’ 당당하게 걷는 길. 함께 걷는 도반이 있다손 치더라도, 마침내 ‘진리’를 만나는 순례길은 다만 ‘나 혼자’ 넘고 넘어야 한다는 은유.

그리고, 그렇게 깡총 깡총 뛰면서 산 고개 고개를 ‘나 혼자’ 넘어, 결국 토실 토실 밤토실이란 ‘진리’에 도달하는 선도(仙/禪道)가 일단락 되면, 주운 알밤을 홀로 까먹는 게 아니라, 떠나온 동네 이웃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주워서 온다’는 보살도의 정신, 바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이 곧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산토끼 행‘을 암시한다는 것.


듣고 보니, 신통(神通)한 해석. 마침 이/삼십대 젊은 제자들에게 들려주는 얘기 형식으로 환한 미소와 더불어 ’산토끼의 은유‘를 선사하는 보름달 스승 만월(滿月). 듣다 보니, 선가(禪家)의 ’십우도(十牛圖)‘가 문득 떠오릅니다. 1. 심우(尋牛), 소를 찾아 떠납니다. 2. 견적(見跡), 소의 자취를 봅니다. 3. 견우(見牛), 소를 보지요. 4. 득우(得牛), 결국 소를 잡습니다. 5. 목우(牧友), 소를 길들이고; 6. 기우귀가(騎牛歸家) , 길들인 소를 타고 귀가합니다. [여기까지, “산 고개 고개를 나 혼자 넘어서 토실 토실 알밤을 주워서 올테야”에 해당] 7. 망우재인(忘牛在人), 돌아와 보니 소는 잊고 사람만 있더라. 8. 인우구망 (人牛俱忘), 그저 일원상 안에 사람도 소도 없네. 9. 반본환원(返本還源), 본래 자리로 되돌아 가서; 10. 입전수수(入廛垂手), 세속의 저잣거리로 들어가 도움의 손길을 드리우네. [결국, 주워 온 ’알밤‘을 함께 나누는 보살도 수행]

자, 영어로 한 번 불러 볼까요? 마치 우리말처럼. Jackrabbit, Jackrabbit, where are you going to? Hopping, hopping, hopping on, where are you going to? 잭~ 래빗 잭~래빗, 웨어 아유 고~으잉 투? 합~핑, 합~핑, 합~핑 언, 웨어 아유 고~으잉 투? 제법 운율이 맞네요. 이어 부릅니다. “산 고개 고개를 ’나 혼자‘ 넘어서 / 토실 토실 알밤을 주워서 올테야.” 인자한 홍익보살의 미소가 산토끼의 보림(保任)과 썩 잘 어우러집니다.

Cheers!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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