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나보다 우리
2019-01-16 (수) 12:00:00
김영미(월넛크릭한국학교 교장)
미국에서 한인의 위상이 한류 때문에 다소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백인의 주류문화 속에 소수로 존재하는 타민족이라고 한다면 너무 자조적일까? 그러나 한인의 정체성을 갖는 것에 의미부여를 하기보다 한인임을 잘 드러내지 않고 사는 것이 미국에서의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을 아직도 간혹 만나게 된다.
얼마전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International Day’를 만들고, 행사 운영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학부모를 만난 적이 있다. 가장 큰 부스는 역시 한국 부스였고 행사를 만들어 낸 이후 위축된 지녀들의 어깨가 좀 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인 학부모들은 대부분 자녀 학교의 학부모 회의에도 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수동적인 태도로 학교 운영에 참여한다. 심지어 억울한 일을 당해도 영어구사가 힘들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가슴이 아팠다.
미국에서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입지를 잘 키워가는 중국이나 인도를 비롯한 다른 나라사람들을 보면 인구 규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들만의 단결력을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협력과 상생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나아가는 모습에서 대국의 본성을 느낀다. 우리의 속담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가장 동질성이 높은 주변과 비교해가며 늘 주변과 경쟁의식을 갖는 것은 때론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커다란 하나를 이루지 못하는 우리의 못난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주변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하다. 이 학부모의 경우도 주변 여러 곳에 도움을 청해 보았지만 도움의 손길을 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놀랐다. 지원과 격려는 고사하고 그런 인색하고 이기적인 모습이 우리의 자화상이라는 사실이 슬프기까지 하다.
한인들이 민족의 단결력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곳은 한국 본국이 아니라 미국과 세계이다. 미국 곳곳에 우리가 후원한 한국어 도서가 소장되고, 그 도서가 영어 번역돼 읽혀지고, 우리의 역사와 우리의 정신이 미국에 심어질 때 우리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다. 우리말, 우리 엄마, 우리나라, 우리 가족… 정작 우리의 말과 글에서 ‘우리’라는 단어는 아주 각별한 의미로 범용되고 있지만 우리의 의식에서는 우리보다는 ‘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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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월넛크릭한국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