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8년 베스트 텐

2018-12-22 (토)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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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베스트 텐
매일 한편의 영화를 보다시피 한 내가 올해 가장 감동한 영화는 소품 ‘라이더’(The Rider^사진)다. 4월에 개봉됐는데 본 사람 별로 없이 지나갔다. 사우스 다코다주 파인 리지 인디언 거주지에 사는 젊은 로데오선수 브레이디 블랙번(브레이디 잰드로)이 주인공인 현대판 웨스턴이다.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사실적인 미 카우보이와 서부에 관한 아메리칸 목가이자 만가다. 꾸밈이 없는 엄격한 작품으로 말을 타다 머리에 부상을 입어 더 이상 로데오에 참가할 수 없는 브레이디의 내적 고뇌와 갈등을 천착한 성격탐구 영화이기도 하다.

작중 주요 인물들은 실제 로데오 선수인 잰드로를 비롯해 비 배우들로 잰드로의 실제 가족이 나오고 내용도 이들의 실제 경험과 삶을 다뤘다. 영화의 각본을 쓰고 감독한 사람은 중국계 여류 클리오 자오로 작중 인물들에 깊은 연민의 정을 보이고 있다.

‘라이더’에 이어 나의 베스트 텐을 알파벳순으로 적는다.


▲ ‘블랙클랜즈맨’(BlacKkKlansman)-1970년대 중반 백인 동료경찰(애담 드라이버)과 함께 백인우월주의자 단체인 KKK의 내막을 파헤친 흑인 경찰 론 스탈워드(존 데이빗 워싱턴-덴젤 워싱턴의 아들)의 실화. 스파이크 리 감독. 올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 ‘블라인드스파팅’(Blindspoting)-북가주 오클랜드에 사는 흑백 두 친구의 관계를 통해 인종문제와 계급차이 및 문화적 정체성을 다룬 솔직하고 대담하며 사실적인 소품 드라마. 예측불허하고 파격적이며 유머와 황당무계 그리고 긴장감이 가득한 영화다.

▲ ‘보헤미안 라프소디’(Bohemian Rhapsody)-영국의 록그룹 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의 삶을 다룬 전기영화. 정열적이요 에너지가 충만한 작품으로 말렉의 연기가 불타듯 뜨겁다. 빅히트한 ‘보헤미안 라프소디’ ‘위 윌 록 유’ ‘위 아 더 챔피언즈’ 등 퀸의 히트곡들이 나온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 이 영화는 한국에서 지금까지 총 800만명 이상이 관람하면서 아직도 빅히트 중이다.

▲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즈’(Crazy Rich Asians)-싱가포르작가 케빈 콴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감독 존 추와 배우들이 다 아시안들인 미 메이저영화. 재벌가 아들(헨리 골딩)과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성공한 중국계 여교수(콘스탄스 우)의 편견과 난관을 극복한 사랑의 승리를 그린 화사한 코미디 드라마. 미셸 여 공연.

▲ ‘페이보릿’(The Favorite)-18세기 영국여왕 앤(올리비아 콜만)을 모시는 두 여인 레이디 사라(레이철 바이스)와 애비게일(엠마 스톤)이 서로 여왕의 총애를 받으려고 암투를 벌이는 코믹한 드라마. 여왕은 나름대로 두 여인의 라이벌 의식을 즐기면서 자기 속을 차린다. 세 배우의연기가 뛰어나다. 그리스 감독 요고스 란티모스.

▲ ‘퍼스트 맨’(The First Man)-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라이언 가슬링)의 실화. 암스트롱의 아내(클레어 포이)와의 관계와 시험비행사로서의 활약과 달 착륙을 위한 준비과정 그리고 달 착륙을 지적이요 차분하게 다뤘다. ‘라 라 랜드’의 데미언 차젤이 감독했는데 영화에서 달에 성조기를 꽂는 장면을 쓰지 않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

▲ ‘그린 북’(Green Book)-1962년. 오만하고 도도한 흑인 재즈 피아니스트 단 셜리(마허샬라 알리)와 그의 8주간 미 남부 순회공연에 고용된 일자무식의 인종차별주의자인 백인 운전사 토니(비고 모텐슨)와의 관계를 그린 코믹한 드라마로 실화다. 닮은 데라곤 없는 둘이 동행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우정으로 맺어지는 얘기가 훈훈하다. 모텐슨과 알리의 연기와 콤비가 일품. 피터 파렐리 감독.


▲ ‘니코’(Nico)-미 록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리드 싱어로 독일 태생의 가수이자 모델이며 배우였던 니코(본명 크리스타 페프겐)의 삶의 마지막 3년을 강렬하고 사실적으로 그린 드라마. 니코 역의 덴마크 배우요 가수인 트린 디르홀름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영국과 이탈리아 합작.

▲ ‘바이스’(Vice)-역대 미 부통령 중 가장 막강한 세력을 지녔던 딕 체이니(크리스천 베일)의 삶을 우습고도 진지하며 현실감 있게 다룬 드라마로 베일의 연기가 뛰어나다. 체이니의 대통령인 아들 부시로 샘 록웰이 나와 호연 한다.

외국어영화로는 ‘가디언즈’(The Guardians-프랑스) ‘네버 룩 어웨이’(Never Look Away-독일) ‘로마’(Roma-멕시코) ‘카퍼나엄’(Capernaum-레바논) ‘콜드 워’(Cold War-폴랜드) ‘육과 영’(On Body and Soul-헝가리) ‘걸’(Girl-벨기에) ‘어느 가족’(Shoplifters-일본) ‘버즈 오브 패시지’(Birds of Passage-콜럼비아) ‘야생 배나무’(The Wild Pear Tree-터키) 등이 좋았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Burning)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예비후보 9편에 올랐다. 한국영화가 예비후보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1월 22일 5편의 최종 후보가 발표되는데 ‘버닝’은 평이 좋아 기대해 봄직하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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