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풀 서비스’

2019-10-26 (토)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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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서비스’
‘풀 서비스’(Full Service)는 할리웃 황금기 할리웃의 주유소 종업원으로 스타들의 차에 개스를 가득히 채워주는 것 외에도 이들에게 섹스 파트너를 완벽하게 조달해준 스카티 바워즈(사진 가운데)의 경험담을 적은 회고록의 제목이다.

‘할리웃에서의 나의 모험과 스타들의 내밀한 섹스 편력’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책은 스튜디오들이 기를 쓰고 보호하려고 했던 스타들의 기상천외한 섹스 행각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2012년에 출간된 책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였다.

바워즈가 10월 13일 LA인근 로렐 캐년의 자택에서 93세로 사망했다. 일리노이 주 오타와 태생으로 2차 대전의 이오지마전투에 참전한 해병출신의 바워즈가 청운의 꿈을 품고 LA에 온 것은 23세 때인 1946년.


이미 결혼을 한 바워즈가 생계를 위해 구한 직업이 할리웃과 밴 네스 코너에 있던 리치필드 주유소의 종업원. 어느 날 바워즈가 주유소에 들른 스타 월터 피전(미시즈 미니버)의 차에 개스를 넣고 있는데 피전이 잘 생기고 신체 건강한 바워즈를 자기 집으로 초청, 둘이 섹스를 즐기면서 바워즈의 할리웃 뚜쟁이 노릇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입소문을 타고 바워즈의 주유소로 섹스파트너를 구하는 스타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는데 그의 고객들은 기혼자들은 물론이요 동성애자와 양성애자들로 다양했다. 바워즈는 이들에게 섹스 파트너를 공급했을 뿐 아니라 자기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스타들과 섹스를 즐겼다.

무려 30여 년간 스타들의 핌프 노릇을 하면서 할리웃의 ‘남자 마담’으로 불렸던 바워즈가 섹스 파트너를 공급한 스타들은 기라성 같은 A급 스타들로 하늘에 뜬 별들처럼 많다. 보면 놀랄 이름들이 한 둘이 아니다.

라나 터너, 타이론 파워, 클립턴 웹, 윌리엄 홀든, 찰스 로턴, 조지 큐커(감독), 케리 그랜트와 랜돌프 스캇, 에롤 플린 그리고 로렌스 올리비에와 비비안 리 부부 및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 등이 바워즈의 손님들 중 일부. 책은 케리 그랜트와 랜돌프 스캇이 동성애 파트너였다고 주장했다.

바워즈는 주 7일 24시간 스타들에게 섹스 파트너를 공급했는데 하루에 평균 15-20명을 알선했다는 것이다. 바워즈는 1950년대 들어 주유소를 그만두고 바텐터와 핸디맨으로 일하면서도 계속해 스타들에게 자기를 포함해 섹스 파트너를 공급했다. 책은 때로 바워즈 자신의 섹스경험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묘사해 낯이 붉어질 지경이다.

당시만 해도 스타들이 동성애자라는 것이 밝혀지면 그들의 배우로서의 생명은 끝장이 날 때였다. 에이즈로 사망한 록 허드슨이 결혼한 것도 그가 동성애자임을 위장하기 위해서였다.

바워즈가 섹스 파트너를 제공한 또 다른 스타 손님들로는 빈센트 프라이스, 탭 헌터, 앤소니 퍼킨스, 레이먼드 버, 메이 웨스트, 해롤드 로이드, 라몬 노바로, 존 캐라딘 및 루실 볼의 남편인 밴드 리더 데지 아네즈 등. 바워즈는 아네즈에게 섹스 파트너를 공급했다가 들통이 나 루실 볼로부터 뺨을 맞았다고 고백했다.


또 ‘나잇 앤드 데이’를 작곡한 콜 포터와 각본가요 극작가인 노엘 카워드 및 작가 서머셋 모음도 그의 고객이었는데 모음은 양성애자였다는 것. 바워즈는 동성애자인 카워드의 섹스 파트너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제임스 딘과 몬고메리 클리프트 등에게도 파트너를 제공했는데 두 사람은 다 오만하고 비인간적인 사람들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의 손님들 중에 그 누구보다 놀랄 사람들은 할리웃의 ‘구원의 파트너’였던 스펜서 트레이시와 캐서린 헵번. 바워즈는 둘은 다 동성애자들로 자기가 이들에게 주선한 파트너는 수십 명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레이시와 헵번의 사랑이 트레이시가 죽을 때까지 지속됐다는 것은 스튜디오가 꾸며낸 허위라고 주장했다. 바워즈의 VIP 손님들로는 FBI국장 J. 에드가 후버와 영국의 윈저공 부부가 있다.

바워즈는 자기가 관계한 스타들 중에 가장 뜨겁고 화끈했던 사람들로 비비안 리와 프랑스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를 들었다. 리와는 그가 남편 올리비에와 LA에 들렀을 때 밀회를 즐겼고 피아프와는 그가 할리웃의 유명클럽 ‘모캄보’에서 공연할 때 거의 매일 밤 정염을 불태웠다고. 바워즈는 1980년대 에이즈가 만연하기 시작하면서 할리웃 뚜쟁이 노릇을 그만두었다. 바워즈는 책에서 “나는 모든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었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든 간에 나는 조달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의 모든 환상을 현실화 시켜주었다”고 자랑했다. 바워즈의 삶은 2017년 기록영화 ‘스캇티와 할리웃의 비사’로도 만들어졌다.

‘풀 서비스’는 1940-60년대 바깥사람들에게는 동화 속 세상처럼 아름답고 완벽했던 할리웃의 위장된 이미지를 깨어놓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문제는 그 내용의 신빙성. 그가 거론한 스타 손님들로 아직까지 살아서 책의 내용을 반박할 사람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여하튼 ‘풀 서비스’의 내용은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흥미진진한 것만은 사실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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