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래된 교회 앞에서

2018-11-07 (수) 08:18:58 강혜옥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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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 시내 한 가운데에서
오지않을 너를 기다리며
오래된 석조벽에
맨발처럼 허허로운 등을 기대고 쉬었다

손바닥만한 묘지가 한켠에 위치한
이 건물은 아마도 예전엔
교회당이었나보다

스테인드 글래스로 투영되는
늦여름 햇살을 이불로 덮고
깊은 잠에 든 비석들은
언젠가 깨어날 것을 기다리는 이들의 소중한 명패

그 비문처럼 신이 허락하는 어느날
너도 오겠지

간절한 기다림을 한 묶음 엮어
오랜 교회당 비석들 옆에
헌화처럼 세워 두고
다시 햇살 쏟아지는 도시로 걸음을 내 디뎠다

<강혜옥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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