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지 / 변호사 Prosper Law PLLC 대표
부부갈등 사건을 다루다 보면, 눈앞의 다툼이 단지 ‘현재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갈등은 경제 문제, 자녀 양육 방식의 차이, 의사소통의 단절, 또는 가정 내 역할과 권한을 둘러싼 충돌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갈등의 내면에는 어린 시절의 상처, 오랜 시간 형성된 왜곡된 신념, 그리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굳어진 방어적 반응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Joyce Meyer의 Battlefield of the Mind는 바로 이러한 점을 잘 보여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사람의 삶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회복시키기도 하는 힘이 결국 마음속에 자리한 생각의 구조에 달려 있다고 설명하면서, Mary와 John이라는 부부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이 사례는 가정 안에서 반복되는 갈등이 단지 눈앞의 사건 때문만은 아니며, 더 오래되고 깊은 내면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Mary와 John은 평온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점차 깊어지고 있으며, 그 영향은 자녀들의 학교생활과 행동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Mary는 남편에게 가정의 주도권을 쉽게 맡기지 못하고, 중요한 결정이나 재정 관리, 자녀 훈육까지 스스로 통제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본인 역시 이러한 태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 배경에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놓여 있습니다. Mary는 어린 시절 매우 지배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기분이 나쁘면 딸에게 화를 풀었고, 아내와 딸을 함부로 대했습니다.
반면 아들에게는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관대했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Mary는 “남자는 믿을 수 없다. 결국 나를 지배하고 상처 줄 것이다. 다시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겠다”는 신념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훗날 결혼생활 속에서 남편에 대한 불신, 공격성, 통제욕, 방어적 태도로 나타납니다.
John 역시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는 갈등을 피하고 책임을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말하고 행동하기보다, “그냥 두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 하며 물러섭니다. 겉으로는 조용하고 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관계 속에서 필요한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John의 태도 역시 어린 시절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는 어머니의 인정을 받고 싶어 했지만, 더 잘하려고 애쓸 수록 긴장감에 실수를 반복했고 비난을 받았습니다. 또래관계에서도 거절을 경험했고, 좋아하던 여성에게도 거절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그는 “내가 말을 해도 아무도 듣지 않는다. 괜히 말해 봐야 소용없다. 받아들여지려면 그냥 맞춰 주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굳히게 됩니다. 결국 John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고, 갈등을 피하며, 중요한 순간마다 뒤로 물러나는 사람이 됩니다.
부부는 종종 상대방의 현재 행동만을 문제 삼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과거 경험과 오래된 신념이 현재의 갈등 방식에 깊이 관여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잘못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왜 같은 갈등이 반복되는지, 왜 어떤 반응이 유난히 과도하게 나타나는지를 이해하는 데에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부갈등을 바라볼 때에는 눈앞의 말과 행동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생각과 감정의 구조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경우 관계의 회복은 상대를 바꾸려는 데서보다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됩니다. 상대의 말과 행동, 그리고 그 반응 뒤에 있는 상처와 두려움을 함께 바라볼 수 있을 때, 반복되는 갈등도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부부관계는 자녀의 정서적 안정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관계가 돌이키기 어려울 만큼 악화되기 전에,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차분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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