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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은 종전선언에 집착할까?

2018-10-02 (화)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겸 통일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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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겸 통일전략연구실장

미국이 북한에 종전선언 해주기 꺼려하는 이유가 중국 때문이라는 것을 중국도 잘 알고 있다. 미중은 종전선언을 미중 양 대국 사이의 지정학적 경쟁 구도에서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주한미군 주둔의 문제로 귀결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종전선언 문제가 북미 간 회담에서 주요 문제로 대두되면서 비핵화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자 의미있는 유연성을 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문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과 패권경쟁에 있는 중국으로서는 이 문제에 있어서 북한만큼 유연성을 보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정학적 전략적 구조 상으로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에게는 주한미군이 비수 같은 존재다. 쉽게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미국 역시 종전선언을 북한에 선뜻해주지 못하는 것은 중국에게 이것이 미국을 압박하는 좋은 ‘카드’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정당화하면서 ‘북한 위협’을 이유로 들어왔다.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면서도 북한 위협을 들었다.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근거였다. 그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시진핑 최고지도자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였다. 이는 중국이 사드를 자국의 역내전략에 불이익을 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종전선언을 한반도 지정학에 있어 미국의 전략에 불리하다고 인식한다.


종전선언은 한반도에서 전쟁 상황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한반도에 ‘평화’가 오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한반도에서 평화가 왔는데 왜 미군은 계속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가?’라며 철수를 요구할 수 있는 매우 파워풀한 논리를 갖게 된다.

중국 다롄에서 열린 시진핑과 김정은의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김정은에게 주한미군 문제에 있어 북한이 중국의 입장에 공조를 해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이는 또한 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배후설’을 거론했는지와 맥락이 닿는 부분이다.)

최근 종전선언과 관련, 중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9월1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astern Economic Forum) 좌담에서 시진핑이 한반도 평화체제 보장 문제의 당사자를 ‘남북미 3자’라고 적시하고 “3자가 결자해지”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소식이다. 한국에서는 이 소식이 북미 종전선언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중국이 빠질 의향이 있다는 뜻으로 와전되었다. 전혀 아니다.

시진핑의 발언의 취지는 ‘한반도 문제는 중국 책임이 아니니 남북한과 미국이 해결하라. 문제가 생길 때마다 중국책임론이나 중국배후론을 들먹이지 말라’는 것이다. 그가 인용한 “호랑이 목에 방울을 단 사람이 방울을 풀라”(解鈴還需系鈴人)는 표현은 중국 정부가 이런 취지로 자주 썼던 표현이다.

종전선언에 중국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엔 변화가 없다. 한국전쟁의 당사자로서 한반도 전쟁의 해결과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에 중국이 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정부가 종전선언 참여에 집착하는 이유는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 내 깊은 정서와도 연관되어 있다. 문제는 중국을 참여하게하면 중국이 ‘방해꾼’ 노릇을 할 것인가이다. 종전선언에서 중국 참여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빚어온 한국으로서는 이 부분에 분석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중국이 그토록 종전선언에 끼고 싶어 하는 것은 종전선언 협상과정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하기 때문이고 이는 종전선언 협상을 복잡하게 하여 과정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야기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근본적인 질문은 중국이 종전선언을 지지하는가이다.

놀랍게도 중국은 정부차원에서 이 부분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주 뉴욕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종전선언이 비핵화를 촉진함에 있어 북미 사이에 신뢰구축에 도움이 된다” 라고 하면서도 정작 중국이 종전선언을 지지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정답은 사실 중국이 말을 아끼는 바로 그것에 있을 것이다. 즉, 중국은 종전선언이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크게 부합한다고 본다. 그래서 말을 아끼고 있다.

중국 관방학자들은 종전선언 과정에 중국을 참여케만 해주면 아무 말 않고 조용히 가만히 앉아만 있겠다고 할 정도다. 방해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종전선언에 들어오려면 중국도 무언가를 양보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에게 ‘비핵화 진척이 충분하지 않다’라고 하면서 종전선언에 뜸을 들이는 것은 사실 중국에게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sunnybbsfs@gmail.com)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겸 통일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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