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류와 반한의 아슬아슬한 경계

2019-05-02 (목) 조이스 리 스탠포드대 리서치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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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와 반한의 아슬아슬한 경계

조이스 리 스탠포드대 리서치매니저

한류 3세대로 일컬어지는 BTS: 방탄소년단을 선두로 한 K-POP 열풍이 미국 내에서도 뜨겁다. 그동안 싸이, 비, 원더 걸스 등의 미국 진출이 일시적 화제에 그치는 수준이었던 반면, 3년 연속 ‘빌보드 뮤직 어워드’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빌보드의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 1위에 3장의 앨범을 올려놓은 방탄소년단은 나날이 K-POP의 역사를 새로 써가고 있다.

사드(THAAD) 한파로 주춤했던 한류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이전까지 중국과 동아시아 등 특정 나라들과 일부 마니아층으로 국한되어 있던 팬덤이 미주, 중남미, 아프리카 등 더 넓은 지역에 새로운 모습으로 확산되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한류 열풍과 앞으로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주목된다. 방탄소년단이 홀로 유발하는 경제 효과가 연간 5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한류 전반에 걸친 경제파급효과는 물론, 국가 이미지 향상 효과와 소프트파워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그 경계에는 반한(反韓)과 혐한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부러움과 얄미움의 공존이기도 하겠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과 남다른 관심이 더 큰 실망과 배신감을 불러 올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람이 돌아서면 더 무섭다는 말처럼,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가지고 한 발 가까이 다가선 사람들이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모를 경험한 후 반한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의 배타성과 민족우월주의에 상처받고 모국으로 또는 제 3국으로 떠나는 외국인 유학생. 한국인들의 냉대와 무시 발언 등에 기분이 상해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겠다는 해외 관광객. 드라마 속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행을 결심했지만 상상과는 너무 다른 현실에 좌절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들.

더불어 최근 뉴스를 뜨겁게 달군 2세대 한류스타들의 성접대 매매 착취 사건들에 많은 해외 팬들이 “추악한 사건, 엄청난 실망” 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팬덤을 이탈했고, 아이돌. 뷰티. 성형 공화국으로 통하는 한국사회의 ‘미’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성 상품화 등도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양산하고 있다. 실제로 한류 열풍이 뜨거운 나라들에서도 한국 제품과 한국 문화에 대한 흥미는 높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인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화교가 정착에 실패한 유일한 나라로 꼽히는 한국. 그만큼 타인종과 문화에 대한 배척심이 강하고 민족주의적 정서가 짙게 깔려 있는 사회. 여기에 한류에 근거한 문화적 우월감, 한류와 팬덤을 수익대상으로만 여기는 지나친 상업성, 타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과 배타성, 스타들의 특권의식과 무분별한 행태들까지 더해져 한류와 반한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의 우월한 문화를 일방적으로 전파한다는 식의 자세로는 글로벌적 가치와 문화 흐름에 부합하는 신한류를 만들어 갈 수 없다. 한국 스타들의 일본, 중국 진출은 활발한 반면 상대국 스타들의 한국 진출 사례는 매우 드문 것만 보아도 한류의 흐름이 얼마나 일방 통행적이고 수출국과 수입국 간의 상호보완적 문화교류로 이어지지 못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수직적 관계는 타 문화에 쉽게 불쾌함과 거부감을 줄 수 있고 상호의존도가 낮아 사드라는 정치적 상황으로 촉발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같은 일방적 차단과 거부 사태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류로 생산된 국가 이미지와 경제 효과 등이 반한과 혐한의 역풍을 맞지 않으려면 다원적 가치, 상호 공감대 확대, 상호교류와 타문화 이해 증진, 그리고 글로벌 문화를 선도하는 스타들과 한국인의 책임있는 자세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공외교의 중요한 수단이자 자산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한류의 체질개선이 필요한 때이다.

<조이스 리 스탠포드대 리서치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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