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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 천년비경… 소금강 병풍삼아 쪽빛 다도해를 눈에 담다

2018-05-11 (금) 글·사진(해남)=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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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남 미황사·땅끝마을

▶ 고요한 달마산에 아름다운 고찰, 1,200년 역사 달마고도는 순례길

땅끝 천년비경… 소금강 병풍삼아 쪽빛 다도해를 눈에 담다
땅끝 천년비경… 소금강 병풍삼아 쪽빛 다도해를 눈에 담다

땅끝전망대에서 본 다도해 풍경과 땅끝마을을 알리는 표지석.


땅끝 천년비경… 소금강 병풍삼아 쪽빛 다도해를 눈에 담다

미황사의 절밥. 진한 청국장 맛이 그만이다.


땅끝 천년비경… 소금강 병풍삼아 쪽빛 다도해를 눈에 담다

동산회관. 매생이국이 일품이다.

땅끝 천년비경… 소금강 병풍삼아 쪽빛 다도해를 눈에 담다

미황사의 한복판에 자리 잡은 대웅전.


달마산과 남해 사이 조화롭게 둘러싸인 우리나라 땅끝 해남. 마찬가지로 산과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도시이지만 해남과 속초는 성격이 다르다. 높은 설악산과 깊은 동해바다가 웅장함과 기개를 자랑한다면 나지막한 달마산과 다도(多島)의 남해바다는 해남을 찾는 이들의 마음속에 고요한 평화를 선물한다. 특히 ‘땅끝마을의 아름다운 절, 미황사’는 지난겨울 학고재갤러리에서 동일명의 전시가 펼쳐졌을 정도로 그 이름이 높다. 봄꽃이 기지개를 켜고 본격적으로 피어나는 4월, 사찰 속 산새의 지저귐과 풀잎의 속삭임을 느끼러 해남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서해안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를 따라 5~7시간, 대중교통으로 서울에서 KTX를 타고 광주송정까지 2시간에 다시 시외버스로 2시간. 땅끝은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곳곳에 용의 등줄기를 연상하게 하는 기암괴석이 많아 남도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달마산이 병풍처럼 감싼, 하얀 도화지 같은 남해 가운데 초록 물감으로 점을 찍은 듯한 다도의 절경을 마당 삼은 1,200년 전통의 사찰 미황사를 마주하는 순간 오랜 이동의 여독도 씻긴 듯이 사라지리라.

미황사는 749년 달마산 중턱에 의조화상이 창건했다. 사적비에 따르면 해안에 나타난 돌배의 금인(金人)이 불경을 내려놓자 돌이 갈라지며 검은 소가 나타났다고 한다. 이날 밤 의조화상은 꿈에서 금인에게 “이 배는 우전국(인도)에서 왔으며 소 위에 불경을 싣고 가다가 소가 누워 일어나지 않으면 그곳에 사찰을 창건하라”는 말을 듣는다. 미황사의 이름은 아름다운 소의 울음소리에서 ‘미’를 금인의 황홀한 색에서 ‘황’을 따와 붙였다.


달마고도는 지난해 11월 미황사의 주지인 금강스님이 개통한 길이다. 1,200년의 역사를 가진 순례길이라는 뜻에서 오래된 길이라는 뜻의 ‘고도(古道)’를 붙였다고 금강스님은 설명했다. 이 길은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등산’이라는 말과 함께 떠오르는 쇠말뚝과 쇠사슬·밧줄·나무계단 등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인위적인 흔적이 없는 완전한 자연을 가슴으로 만끽할 수 있다. 다만 고도 곳곳의 나무에 달아놓은 산악회의 홍보 리본이 옥의 티였다.

달마산 전체가 바위이니만큼 둘레길이라도 쉽게 걸을 수 있지는 않다. 오르내림도 빈번하고 깎아내릴 듯한 톱날 형상의 바위 능선도 여전하다. 오히려 이런 길을 호미 등 사람의 손만으로 만들 수 있음에 신기할 노릇이다. 길이는 총 17.74㎞. 성인 남성이 부지런히 걸어도 족히 8시간은 걸린다. 그럼에도 사람을 집어삼킬 것만 같은 ‘위압’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쉽지 않되 아이와 더불어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이날 금강스님·기자와 함께 고도를 걸은 초등학교 2학년생 이윤재(8)군 역시 투덜거리면서도 앞장서서 고도를 나아갔다.

1,200년 세월을 한 폭으로 좁힐 수 없듯 이 길 역시 느리게 음미할 때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바위가 수만년 동안 무너져 흰 눈처럼 쌓인 너덜겅을 지나면 동백과 개나리 등 봄꽃의 향이 발산하는 숲길로 들어선다. 감탄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숲 대신 완도의 바다가 나타나 이곳이 땅끝임을 다시 한 번 알려준다. ‘푸딩 같아요’라는 어린이의 외침과 함께 바다 곳곳에 박힌 조그마한 섬을 보면 마치 산선(山仙)이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도끼 자루가 썩을 때까지 바라본 신선의 바둑알이 바로 남도의 섬들이었음을 깨닫는다.

고도의 진정한 매력은 멈추고 뒤돌아볼 때에 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이 길은 되돌아가야만 할 길이다. 나아갈 때와 또 다른 풍경이 부모님 몰래 숨어 있다 나타나며 부끄러워하는 아이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굳이 18㎞에 달하는 길을 다 걸을 필요가 없는 이유다. 하늘을 나는 새는 270도까지 한꺼번에 바라볼 수 있다는데 사람은 겨우 180도까지만 바라볼 수 있음이 애석할 뿐이다.

남도는 맛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땅끝에도 수많은 맛집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미황사의 ‘절밥’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뷔페스타일로 밥과 국·반찬이 6~7가지 있어 식성대로 먹을 수 있다. 진한 청국장 냄새가 일품이었다. 템플스테이를 신청하면 1인당 5만원으로 오후3시부터 다음날 점심 공양까지 제공한다.

해남에 왔으니 땅끝을 안 볼 수 없다. 한반도의 척추인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와 마지막 기개가 불끈 치솟은 꼬리와도 같은 곳이다. 한반도의 최남단, 땅의 끝에서 맞는 해넘이 풍경의 찬연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송지면 해안에서 땅끝마을을 거쳐 사구리 해안까지 가는 길을 달리노라면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듯한 황홀감에 빠져들고 만다.

땅끝전망대는 해발 약 200m 갈두산의 꼭대기에 위치한다. 높이 40m의 전망대에서는 에메랄드 빛 바다와 끝없이 이어지는 다도해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평화롭게 바다 위를 거니는 어선들이 그림 속 한 장면 같다. 산길을 걷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모노레일도 가동 중이다. 땅끝의 또 다른 명물이다.

땅끝은 매생이로 유명하다. 걸쭉하고 부드러운 매생이는 열을 머금고 있어 싫은 사위에게 대접했던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이제는 한반도 전역에서 쉽게 매생이를 접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본토의 맛에 비견할 수는 없으리라. ‘동산회관’은 톳과 해초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인데 한 상 가득 나오는 요리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닷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깔끔하고 개운한 매생이국이 일품이다.

<글·사진(해남)=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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