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U, 미국과 후속협상 험로 예고…품목별 관세·대미투자 어쩌나

2025-07-31 (목) 09: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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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역합의 세부사항 이견…목표 투자액·에너지 수입 실현도 미지수

▶ 상호관세 15%에도 내분…EU 협상단 압박감 커지며 협상 길어질수도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상호관세율 15%를 골자로 하는 무역 합의를 타결하며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품목별 관세와 대미 투자 등과 관련한 후속 협상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양측이 무역 합의를 발표했지만 여기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세부사항에서 이견이 표출되면서 추후 협상에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우선 의약품과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등 주요 품목별 관세를 두고 미국과 EU 양측의 설명이 엇갈린다.


미국은 유럽산 의약품과 반도체에도 15% 관세가 적용된다고 밝혔지만, EU는 새로운 관세 기준이 합의될 때까지 이들 품목에 대해 당분간 현행 0% 관세가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의약품과 반도체 관세의 경우 백악관 발표에는 15%가 최대치가 될 것이라는 언급이 없었지만, EU는 15%를 넘지 않는 선에서 조정될 것이고 보고 있다.

또 미국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50% 관세를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EU는 이 세율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향후 일정 수준까지는 관세를 면제해주는 쿼터제가 도입될 것이라고 했다.

EU의 대미 투자 약속을 두고도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EU가 미국산 석유와 LNG(액화천연가스), 원자력 에너지를 7천500억 달러(약 1천36조원) 규모로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EU는 "그럴 의향이 있다" 수준으로 발표했다.

미국은 EU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6천억 달러(약 830조7천억원) 규모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EU는 "기업들이 투자에 관심을 표명했다" 정도로 성명에 명시했다.

이와 관련, EU가 민간 기업들에 대미 투자를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목표 투자 액수가 달성될지는 미지수라고 BBC는 짚었다.


에너지 구입의 경우에도 미국이 그 정도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EU가 민간 부문을 대신해 구매를 결정할 수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밖에 미국 발표에는 EU가 미국산 군사 장비를 상당량 구매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EU 발표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

이미 EU 방위 투자 중 80% 가까이가 미국산 무기에 집중된 상황에서 이를 더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회의론도 유럽 일각에서 제기된다.

미국은 유럽산 와인과 증류주에도 15% 관세를 적용할 예정이지만, EU는 이를 낮추기 위해 미국과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대부분의 유럽산 제품에 적용할 15% 상호관세를 두고도 경제적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관세율이 기존보다 대폭 올랐다는 점에서 마뜩잖게 여기는 유럽 내 여론도 적지 않다.

15% 관세는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30%에서 크게 낮아진 것이기는 하지만 기존 유럽 평균 4.8% 관세에 비하면 크게 오른 것이기 때문이다.

15% 관세가 미치는 영향도 국가별로 달라 일부 나라만 불균형적 피해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단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는 미국과의 산업 연관성이 높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자동차 산업은 대미 수출이 전체 수출의 13%를 차지하는 만큼, 자동차 관세(15%)가 가격 부담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연간 500억 달러 규모 의약품을 수출하는 아일랜드는 EU 국가 중 미국 의존도가 가장 높아 이번 무역 합의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였다.

이탈리아 역시 농업, 제약, 자동차 산업이 피해를 보면서 국내총생산(GDP)이 0.2%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BBC 방송은 "여전히 많은 세부 사항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후속 협상이 상당히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무역 합의 타결 뒤 반발도 있었던 만큼 EU 협상단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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