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짝퉁 강국- 중국연구(2)

2017-12-20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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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2기를 맞은 시진핑 주석이 얼마 전 색다른 선언을 했다. 화장실 개선을 시정목표로 선언한 것이다. 도대체 중국의 화장실이 얼마나 지저분하기에 근엄한 시진핑 주석이 체면불구하고 이에 대해 언급할 정도일까. 흥미있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나는 몇 년 전 중국 어느 관광지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기겁을 한 적이 있다. 칸막이도 없는데다 좌변기도 없이 밑에 구멍만 뻥 뚤려 있는 화장실이었다. 기가 막힌 것은 그런 화장실을 남녀가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외국여성들이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자 공원직원이 달려와 남자들을 못 들어가게 막은 후 여성들만 들여보내는 촌극이 벌어졌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중국의 화장실은 그 자체가 하나의 관광꺼리다. 북경에는 절도범의 화장지 도난을 막기 위해 화장실 입구에 안면인식 기계까지 설치되어 있다.

중국은 G2 강국 운운하며 목에다 힘을 주고 있으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선진국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먼 나라다. 한중 정상회담을 취재하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중국 보안요원들에게 집단구타 당한 사건을 계기로 한국인들은 중국의 참모습을 똑똑히 목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미래학의 권위인 피터 드러커 교수는 “21세기는 각국의 문화수준에서 그 나라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소프트웨어를 갖추지 못한 나라는 미래가 없다는 뜻이다. 이 같은 기준에서 본다면 중국은 미래가 없는 나라의 하나로 꼽힌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글자는 복(福)이다. 대문에도 걸어놓고 방에도 걸어놓고 옷에도 새기는 글자다. 왜 이 글자를 좋아하는가. 중국어로 복(福)의 발음은 “푸”(富부)와 비슷하다. 돈을 의미한다. 중국인들은 재물신을 믿는다. 그중에서도 광동지방의 재물신은 유명하다. 중국선물가게에서 파는 이상한 괴물모양의 조각품들은 재물신들이며 중국인들이 향을 피워놓고 절하는 대상도 대부분 재물신이다. 돈을 숭배하는 문화가 사회의 밑바닥을 이루고 있다. 공산주의국가인데도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심지어 수만 위안만 지불하면 청부살인도 해준다.

돈, 돈, 돈 - 모든 것을 제쳐두고 부를 추구하는 중국인들의 관행이 부정부패의 근원이다. 부의 편차가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인 6억명이 가구당 하루 3달러 미만의 벌이로 살고 4억5,000만명이 하루 6달러 미만으로 산다. 그런가하면 저우융캉 같은 당간부는 29명의 애첩을 두고 그 재산이 루퍼트 머독을 능가한다. 이것이 오늘 중국의 민낯이다. ‘Next 100 years’라는 저서(동남아의 미래를 예견)로 유명한 미국의 조지 프리드먼 교수는 중국의 미래는 부상이 아닌 붕괴를 생각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의 부정부패가 너무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은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는 조크까지 등장하고 있다.

2008년 5월 중국의 쓰촨성에서 리히터 규모 8.0의 대지진이 발생하여 9만명이 죽고 37만명이 부상을 당한 엄청난 재난이 있었다. 당시 중국은 이 피해숫자를 일체 비밀에 붙이고 발표하지 않았다. 신축된 학교건물이 그대로 주저앉아 수천명의 학생들이 생매장 당했는데 설계상 있도록 되어있는 철근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당국이 업자의 날림공사를 눈감아 준 비극의 결과였다. 중국인들은 시간이 갈수록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시진핑이 정치생명을 걸고 부패척결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인은 자부심은 강한데 도덕성과 준법정신이 너무나 빈약하다. 중국은 강국인지는 모르지만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허장성세의 짝퉁 강국임이 여러 면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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