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작은 긴장과 설렘

2017-05-22 (월) 지니 조 / 마케팅 교수 ·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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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 칼럼

시작 1 - 한국의 대통령이 바뀌고 훈훈한 소식들이 많아 기쁘다.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커피를 들고 다니는 서민적인 모습부터, 학창시절 다리 아픈 친구를 업고 소풍 갔다는 미담까지, 소셜미디어나 각종 게시판에는 대통령 때문에 하루하루 살 맛 나는 세상이라는 글들이 넘친다.

며칠 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도중,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을 쫓아가 안아주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돼 화제가 되었다. 취임 이후 새 대통령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들은 그가 따뜻한 감성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닌 지도자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는 시민들과 거리낌 없이 만나 사진을 찍고,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경호선을 넘는다. 시민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울며, 끌어안고 상처를 위로해 준다. 마치 오래도록 알고 지낸 이웃 같은, 친근함과 따뜻함이 그에게서 느껴진다.


새 정부의 정책들이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산적해 있는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우리가 타인의 아픔과 슬픔, 고통과 상처에 대해 공감능력을 가진 지도자를 만나게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어쩌면 한국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은 대통령을 뽑았는지도 모른다.

시작 2 - 여동생이 결혼을 한다. 공부를 끝내고도 취직 걱정을 하며, 삶은 왜 이리 걱정의 연속이냐고,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연애할 생각도 안 든다고 한탄하던 기억이 나는데 다행히 직장이 있는 뉴욕에서 짝을 만난 모양이다.

오랫동안 혼자서 공부하느라 힘들고 외로웠을 그녀가 젊지 않은 나이에 눈에서 하트가 쏟아지게 연애를 하는 모습이 한없이 기쁘다가도, 이제 곧 결혼을 해 한 사람의 아내가 된다고 생각하니 괜히 섭섭한 친정 엄마마음이 되고 만다.

동생은 결혼식 준비를 하느라 달뜬 목소리로 전화를 해서 상의를 하곤 하는데 나는 벌써부터 결혼식을 생각하면 코끝이 시큰해진다. 제발 결혼식 때 울고불고 하는 추한 언니 모습을 보이진 말아야 할텐 데...

하나가 둘이 되어 인생의 새로운 장을 시작하는 그녀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복한다.

시작 3 - 나는 오는 가을 학기부터 새 학교에서 가르치게 되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아이 둘 엄마에게 매우 적합한,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학교에서 강의 제안을 받았다. 회사를 다니다 학교로 왔을 때는 잠깐 쉬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일을 계속 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되었다.

학생들을 대하는 일은 늘 긴장된다. 강의 준비가 잘 되었는지, 학생들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신경이 쓰인다. 40여년 간 강단에 섰으면서도 수업 들어가는 순간까지 강의를 위해 고민하셨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한참 부족한 나는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 강의를 듣는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싶다.

지난 몇 년 이 칼럼을 통해 내 생각을 되짚어 보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10여년 간 현장에서 쌓았던 경험이 교수가 되고 나서 소중한 자산이 된 것처럼 칼럼을 썼던 경험도 분명 내 삶의 소중한 부분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시작은 늘 약간의 긴장감과 묘한 설렘을 동반한다. 여러 재료가 섞여있는 요리처럼, 같은 레서피라도 요리사에 따라 맛은 제각각일 테니 시작부터 평가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니 조 / 마케팅 교수 ·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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