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산골마을 전남 화순, 세량지 물안개…옥빛 수면을 수놓다
2017-05-12 (금)
글·사진(화순)=우현석 기자
▶ 구릉·동산으로 둘러싸인 저수지
▶ 봄 물안개·산벚꽃 어울려 절경
화순 세량지의 물안개는 해마다 이맘때쯤 신록과 가을 단풍이 드는 철에 절경을 이룬다.
화순(和順)이라는 지명은 푸근하다.
화할 화(和)자에 순할 순(順)자를 쓰니 어디가 모나고 어디가 까칠할까마는 실제로 찾아가 본 화순은 이름 그대로 온화하고 순했다. 다만 전남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사방이 트인 평야 지대일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을 뿐이다. 첫 번째 목적지인 세량지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들렀다가 광주광역시로 나와서 잠을 자고 다음날 새벽 다시 찾은 화순은 신록의 빛을 뒤집어쓴 둥글둥글한 산골 마을이었다.
세량지의 물안개가 절경이라는 것은 이미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바 있어, 새벽이 지나 작은 물 알갱이들이 말라버리기 전에 서둘러 도착했다. 차에서 장비를 꺼내 들고 저수지로 올라갔더니 이미 그곳에는 30명이 넘는 이들이 삼각대에 카메라를 얹어 놓은 채 진을 치고 있었다.
늘 사람들이 붐비는지 저수지 길목에는 좌판을 깔고 컵라면과 커피를 파는 아주머니까지 있었다. 그렇게 적지 않은 인파에도 불구하고 일대에는 오로지 물안개를 바라보는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여명은 세량지 뒤편 동쪽으로부터 밝아 왔는데 수면 위로 낮게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세량지 물안개는 해마다 이맘때쯤 신록과 여름을 지내고 가을 단풍이 드는 철에 절경을 이룬다. 이들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뒷배경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원래 이 저수지가 축조된 1969년께의 이름은 새암골이었다. 샘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이 이름이 세양지로 변했다가 다시 부르기 편한 세량지로 굳어졌다는 것이 이곳 화순 사람들의 전언이다. 세량지의 위치는 깊은 산속은 아니지만 사위가 얕은 구릉과 동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봄에 물안개가 끼고 산벚꽃이 피어 수면에 투영될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게 정설이다. CNN이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50곳’에 선정한 후 해마다 4월이면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화순군 세량리 100.
세량지를 돌아보고 나서도 아직 해는 온전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내친걸음에 연둔리숲정이까지 섭렵하려는 욕심이 생겼다. 내비게이션상으로는 30㎞ 남짓 되는 거리였다. 하지만 아침의 고운 빛을 담보할 수 있는 시간에 당도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주위에는 아침 끼니를 때울 만한 식당도 안 보여 연둔리숲정이로 방향을 잡았다. 연둔리숲정이는 동복면에 있는데 옛날 인근에는 파발역이 있었다고 한다. 연둔이라는 이름은 근처에 둔전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고 숲정이는 숲을 지칭하는 순우리말이다. 최순희 해설사는 “연둔리숲정이는 이 마을을 관통하는 동복천에 둑을 쌓은 후 조성한 방풍림”이라며 “동복천 물이 마을 앞을 돌아가도록 한 것과 나무를 심은 것 모두 마을 지키기 위해 이중의 보호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500년 전부터 연둔리숲정이에 나무를 심었다. 이렇게 조성된 제방 숲길에는 230여종의 나무들이 700m에 걸쳐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연둔리숲정이는 2002년 유한킴벌리에서 주는 ‘아름다운 마을숲’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동복면 둔동1길 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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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화순)=우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