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반도 긴장 어느 정도인가

2017-04-26 (수) 09:35:04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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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갔다 미국으로 돌아오니 친구들이 제일 먼저 묻는 말이 “한국에서 전쟁이 날 것 같더냐”다. 그런데 미국에서 서울에 가면 친구들이 제일 먼저 묻는 말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 같으냐”다. 관심의 초점이 전혀 다르다.

최근의 한반도 전쟁설은 근원지가 어디인가. 일본이다. 트럼프와 시진핑 회담이 끝난 후 일본정부는 공공연하게 한국으로 여행가는 일본인들에게 전쟁 사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여행할 것과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들을 유사시 어떻게 실어 나를 것인가를 언급함으로써 미국이 미중 정상회담 후 일본에 무언가 귀띔해 준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에서 정말 전쟁이 일어날까. NO. 그런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말이다. 우선 전쟁이 일어나려면 이에 대비한 움직임이 한미 양국 정부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미국이 한국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 23만명에 대한 대피계획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미국인들을 그냥 놔둔 채 미국이 북한과 일전을 벌인다? 그건 미국체제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트럼프가 당장 불신임 탄핵을 받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이려면 반드시 한국정부와 의논해야 하고 사전 통보해야 한다. 그와 같은 통보를 받으면 한국군 병력의 대이동이 시작되고 군의 휴가가 전면중지 된다. 한국군의 그런 긴박한 움직임이 현재 한국에서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럼 한국에서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것은 또 아니다. 전쟁 가능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까지는 눈감아 주어도 북한이 미국을 핵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을 개발하는 것은 절대 참지 못할 것이다. 한국안보가 문제가 아니라 미국안보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장거리 대륙간탄도탄을 실험발사 한다면 미국이 자신의 미사일로 이를 중간지역에서 격추시킬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와 시진핑 회담에서 이같은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징조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엊그제 나온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보도다. 환구시보는 “미국의 북한 핵시설에 대한 ‘외과 수술식(정밀) 타격’에 대해 중국의 군사적 개입까지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핵시설 이외의 공격 또는 한ㆍ미 군대가 38선을 넘어 북한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면 즉시 군사적 개입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중국의 입장을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밝힌 매우 중요한 메시지다. 미국의 북한 핵시설 공격은 묵인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은 있는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트럼프의 인기가 급전직하하고 미국경제가 악화되면 정치적 반전을 위해 트럼프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이때 미국이 제한된 북한 핵시설을 공격하면 김정은이 가만있을까.

트럼프나 김정은은 기질이 비슷하다. 예측불허의 지도자다. 자신의 정치생명 유지를 위해서는 눈치코치 안보는 사람들이다. 멕시코 국경지대에 벽을 쌓겠다는 소리, 무슬림국가 국민의 미 입국금지 등 트럼프가 보여준 조치가 그렇고 이모부와 이복형 등 수많은 정적을 암살하거나 사형시킨 김정은의 잔인함이 이들의 예측불허 스타일을 뒷받침 해준다. 그래서 미국과 북한의 충돌이 예상되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의 위기는 한국과 북한의 대결이 아니라 미국과 북한의 대결로 성격이 바뀌어 가고 있다. 한반도 전쟁 위기에 대해 한국이 남의 일처럼 손을 놓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형편이다. 예측불허의 트럼프와 김정은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 한반도의 진짜 위기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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