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 음악가의 음악과 사랑(2) <슈만,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

2017-02-21 (화) 08:29:46 이봉희 피아니스트 기자
크게 작게

▶ 이봉희의‘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에게 로버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과 클라라(Clara Schumann, 1819~1896)와의 만남은 음악 활동 영역을 넓히는 전환점이 되었다. 브람스는 슈만 부부의 아이들과도 가깝게 지냈고, 세 음악가는 독일 낭만파 음악 안에서 예술적 동지가 되어 한 가족처럼 지냈다.

클라라는 슈만의 아내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다. 그녀는 남편의 작품을 직접 연주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연주와 살림을 병행하며 쉽지 않은 삶을 살았다. 슈만의 수입이 변변치 않았지만 남편에 대한 그녀의 신뢰와 사랑은 절대적이었다. 슈만이 정신병으로 고통스런 말년을 보냈을 때에도 클라라는 끝까지 그의 곁을 지켰다. 천사가 불러주었다는 선율 주제를 듣고 피아노 변주곡들을 작곡하는 등 슈만의 환청 증세가 심해져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던 시기였다. 그는 투신자살을 시도하기도하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다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브람스는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작곡하여 슈만을 정신병원에 보내고 혼자 남은 클라라를 위로한다.

클라라는 브람스가 꿈에 그리던 여성상이며 자신의 작품을 가장 완벽하게 해석하여 연주해주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당대 최고 피아니스트인 그녀가 자신의 작품을 연주한다는 것은 브람스에게 큰 영광이었을 것이다. 동시에 클라라에 대한 그의 감정은 점점 사랑으로 바뀌고, 브람스는 스승이자 은인인 슈만의 쾌유를 비는 마음과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를 향한 사랑의 감정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슈만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 클라라는 생계를 위해 계속 연주를 해야만 했다. 아이들을 맡겨놓고 연주 여행을 다닌 그녀에게 브람스는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클라라 역시 브람스에게 매력을 느꼈지만 자신이 슈만의 아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그의 고백을 거절했다. 그 뒤 브람스는 다른 여인들과 끊임없이 만나며 그 중 한 여인과는 약혼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 파혼한다. 독신으로 살았던 그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은 클라라였다. 그녀에 대한 마음만큼은 열정적이고 헌신적이었다.

슈만은 1856년, 46세의 이른 나이에 숨을 거둔다. 클라라는 슈만이 사망한 후 40년동안 슈만의 부인으로 슈만과 브람스의 작품을 연주하면서 여생을 보냈다. 슈만이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숨을 거둘 때까지, 그리고 클라라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브람스의 클라라에 대한 애정은 한결같았다. 사랑의 힘이었을까. 이는 브람스의 창작 활동에도 영향을 미쳐 많은 명곡들을 남긴다. 고전적 형식미, 낭만적 풍부한 화성의 울림 등이 담긴 브람스의 음악은 클라라가 남긴 유품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클라라는 1896년에 죽음을 맞이한다. 그녀는 77년 생애 중 16년간 슈만과 결혼생활을 하였고, 43년동안 브람스와 함께하였다. 불행하게도 브람스는 그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고, 오랜 시간을 함께했기에 그녀의 죽음에 대해 누구보다 비통해했다. 클라라가 사망한 뒤 브람스의 건강도 눈에 띄게 나빠져 결국 다음해에 그도 생을 마감한다. 슈만,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는 이렇게 서로의 삶과 음악에 영향을 미치고 사랑과 상처를 함께 나누었다.

<이봉희 피아니스트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