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근혜 탄핵 후’의 폭풍

2016-12-07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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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 혜대통령이 마침내 국회의 탄핵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4월 퇴진을 발표하더라도 야당과의 협상이 결렬되면 탄핵에 동참 하겠다”는 비박계의 돌변한 자세에 탄핵이 피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현실로 받아들인 것 같다. 박 대통령이 두 번 죽은 셈이다. “내려와라”는 비난에 “그럼 내려 오겠다”고 답했는데도 탄핵을 당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국민의 분노를 가라 앉힐만한 극적인 발표를 진작에 했더라면 한번에 불을 끌 수 있었을텐데 이리저리 눈치 보다가 타이밍을 놓쳐 벼랑에 서게 되었다. 국민의 마음을 못 읽은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국민의 마음은 이미 충분하게 드러났다. 더 이상 국민의 뜻을 확인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한 뼈아픈 충고가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민심은 천심이다. 대구 서문시장은 박근혜의 마음의 고향이다. 가게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엊그제 박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어떤 가게에서는 박 대통령 사진을 떼내어 뒷마당 프로판개스통 옆에 버린 것이 TV에 비쳤다. 이것이 오늘의 민심이다.


박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사건은 최순실 개인비리이며 자신이 주변관리를 잘못한 것 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박 대통령의 죄는 무엇인가. 나라 품격을 떨어트린 죄다. 한국은 지금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수준 낮은 아줌마가 대통령에게 이것저것 지시하는 상상도 못할 국정농락이 드러난 정도가 아니다. 광고업자인 차은택이 보안손님의 대우를 받아 청와대를 늦은 밤 일주일에 서너번씩 무상출입한 것도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 정무수석(조윤선)이 11개월 동안 대통령을 한번도 독대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청와대에서 말이다. 항상 원칙을 강조해온 박 대통령이 상식을 넘는 원칙위반을 스스로 하는 이중인격을 보인 것이다. 그를 지지하던 많은 사람들이 배반감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다. 박 대통령이 퇴진을 발표하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한 후 내년에 선거를 치르는 것이 이 시국을 해결하는 모범답안인데 여야가 모두 자신들의 이익에만 몰두해 한국정치의 개혁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촛불데모에 편승하여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소리만 해대니 한국을 정치부재의 나라로 만들어 버렸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가. 여야 모두 대통령 선거에 목을 매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콩밭에 가있고 정치개혁은 나몰라라다.

‘박근혜 탄핵’ 후에는 한국정가에 어떤 회오리 바람이 일어날까. 아니 벌써 일어나고 있다. 이 와중에 이정희 등이 이석기 석방과 통진당 해체 무효를 주장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새누리당도 해체될 것이다. 박대통령이 물러나면 친박도 와해되기 마련이다. 신보수당 창당작업이 비박을 중심으로 진행 될 것이다. 박근혜와 보수는 분리 되어야한다. 그러나 보수에서 리더를 찾아낼 수가 없다.

진보도 마친가지다. 대통령될 만한 인물이 없다. 문재인? 박근혜도 보기 싫지만 선동만 일삼는 문재인도 보기 싫다는 것이 민심이다. 반기문? 엄청나게 피흘리며 싸워야 하는 이 난국에서 그가 리더십을 발휘할수 있을까. 반기문(유엔사무총장)이 새누리당 세력을 업을 것인가도 의문이다. 그가 야당후보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전경련도 해체위기에 있다. 정치뿐만이 아니라 경제도 절 벽위에 서있다.

‘박근혜 탄핵’ 후 엄청난 폭풍이 한국에 몰아칠 것이다. 탄핵만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합법적인 퇴 진절차인데 탄핵 후의 그림이 너무나 어둡다. 정치도 없고 준법정신도 없는 것이 한국 정치판의 현실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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