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W 남화숙 교수, ‘북소리’통해 ‘역사가’설명

UW 남화숙 교수가 지난 14일 북소리를 통해 역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워싱턴대학(UW)의 남화숙 교수(역사학)가 지난 14일 강사로 나선 ‘5월 북소리’는 우리가 쉽게 알고 있는 ‘역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 자리였다.
남 교수는 한국에서 현재까지도 ‘국정교과서 파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 역사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 ‘역사상’을 만들어내는지를 흥미롭게 설명했다.
역사가가 연구를 통해 ‘역사책’을 하나 쓰는 데는 크게 5가지의 과정이 있다. 우선 공부를 해야 하는데 역사의 경우 주변 상황까지 공부해야 하는 분야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다른 학문에 비해 학습 및 연구 기간이 길다.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 UW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남 교수 역시 ‘한국학의 대부’였던 제임스 팔레 교수 밑에서 무려 9년을 공부한 뒤 학위를 받았다.
역사가는 이어 자신이 공부할 분야에 대한 자료를 찾는 것이 두번째 단계이다. 새로운 역사적 자료를 찾아서 새로운 해석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역사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역사적 서술’에는 증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자료가 필수인데 ‘자료를 찾지 못해’ 역사가의 길을 포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란다.
자료를 찾은 뒤 세 번째 단계는 자료와 역사가가 만나는 단계이다. 최대한 주관을 배제하고 ▲열린 마음 ▲정직성 ▲균형감각 ▲자기 성철 ▲열정을 가지고 자료를 대하는 것이 역사가의 태도라고 남 교수는 강조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역사상’을 그려낼 수 있다는 판단이 설 때 ‘역사를 쓰는’ 단계가 바로 네번째이다. 쓴 다음, 마지막 단계는 다른 역사가들이 검토하는 ‘피어 리뷰’(Peer Review) 과정이 따라야 한다.
남 교수는 “이런 5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역사책이 만들어진다”면서 “한국의 경우는 역사가가 만들어낸 역사상에 대한 객관성을‘학계’가 인정하는 방식이고, 미국의 경우는 그냥 시장에 맡기는 형태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이 같은 역사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날 이화여대 정지영 교수가 쓴 <질서의 구축과 균열: 조선후기 호적과 여성들>이란 책을 소개했다. 정 교수의 경우 조선시대 호적에 나온 여성들을 파헤쳐 20여년만에 이 책을 비로소 완성했다고 남 교수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