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세상과 노컴퓨터 세상은 견공과 인간과의 수명을 비교하는 것 같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다시 말해서 인간 7년이 견공 1년. 맞는 비교인지 모르겠다만 둘 중 하나가 7대1로 빠르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이해하기 힘든 헷갈리는 비교이지만 어떻든 컴퓨터가 모든 일을 엄청 빠르고 능률적으로 해주는 것만은 틀림없다.
반면 또 하나 틀림없는 것은 컴퓨터가 성질을 한번 부리면 엄청 빠르고 능률적인만큼 보다도 몇 배나 더 큰 속을 썩일 수도 있다는 거다. 한 달쯤 전 일이다.
덕분에 ‘한컴 오피스 2014’를 갖게 되었다. 지금까지 쓰고 있던 한글 프로그램은 ‘아래한글 2007.’ 마이크로 소프트로 비교한다면 MS Office 2014 와 MS Word 2007 과 비교되는 거다.
7년을 점프 하는 거다. 그러니 그동안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발전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상상 한다. 이 새로운 마술사와도 같은 프로그램을 쓰면 어쩌면 머리를 저 멀리 남태평양의 한 작은 섬에 휴가를 보내도 글이 척척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누구나가 매번 기다려하는 명작품이 술술 나와서 마감시간 5분전에 타자만 치면 만사가 오케이.
그러니 익싸이팅 할밖에...
날짜를 잡는다. 그리고 문을 잠그고 다운로딩을 시작한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한 시간을 서서히 넘기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성공적으로 프로그램을 설치했다고 하면서 애매한 여운을 남긴다. 스크린에서 말이다…….
어떻든 드디어 감격의 순간이다. 아이콘 하나를 클릭한다. 그 주에 한국일보로 가는 칼럼이 담긴 거다. 어!먹통이다. 아니 먹통이 아니라 스크린이 공백이다. 아무것도 없다.
종이로 말하면 백지다. 혹시나 해서 창을 닫고 다른 아이콘을 누른다. 역시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가 먹통이다!이것저것 미친 듯 열어본다. 다 같이 데모라도 하는 듯 먹통 먹통.
제정신이 아니다. 영문 파일을 연다. 이들은 멀쩡하다. 이것저것 모두가 낯익은 그대로다.
그렇다면?영문은 살아있고 한글 파일들은 몽땅 히로시마 폭탄을 맞은 거다. 한컴 오피스가 아마 ‘이놀라 게이’라도 된 모양이다. 이럴 수가? 그 많은 파일이 또...?
머릿속에는 오 박사 생각만 난다. 오 박사는 살릴 수 있을 거야. 머릿속에 뱅뱅 도는 이 말만 뇌까리면서 길 건너 Chilis 식당 카운터에 앉아 생맥주 한잔 큰 거로 오더 한다.
한컴 오피스와 아래한글 관계가 무언지 모르겠다. 같은 회사 작품인지 아니면 경쟁사 제품으로 젊은 사자가 늙은 사자 새끼들을 가차 없이 물어죽이듯 상대방을 전멸시키자는 건지 모르겠다만 어떻든 피해자는 지금 여기 있다.
Restore! 불현 듯 생각이 떠오른다.
Control Panel 로 간다. Restore 로 간다. 그리고 날짜를 폭탄 하루 전으로 잡아 하라는 대로 따라한다. 오케이.
하얀 블록으로만 있던 한글 아이콘들이 쭉 살아난다. 후유! 살았다, 하면서 하나를 클릭한다. 그런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역시 먹통행진이다.
마지막이다. 여기저기 뒤져 그 옛날 아래한글 2007 CD 를 찾아 설치한다.
빙고!모두가 살아 돌아온다.
원상복귀! 아니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아니 지금 이 순간 발견한 건데 이 한글 프로그램이 영어 창속에 쌓여있다. 보이는 메뉴판도 Pull Down Menu 판도 전부 영자다. 결국 MS Office 안에서 이 한글이 놀고 있나보다. 혼혈아가 되었다.
왜 그럴까? 분명 젊은 사자는 없애고 옛날 그 사자로 다시 설치했는데도...?그야말로 와까리마셍이다. 다만 다행인거는 오늘 이걸 일단 보내고 다음 2주안에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것... 한컴 오피스에는 SOS 를 보냈는데도 깜깜 소식이다. 신경질 나는 판에 Window 가 열개나 달려있다는 새 컴퓨터나 하나 살까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