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젊은시각 2030] 지맑음 ㅣ 나바호

2015-07-17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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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세대로선교교회 사람들 10명 정도와 애리조나에 있는 Tuba City에 사는 미국의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를 다녀왔다.

7시간 정도 운전을 하며 가던 중 갑자기 차 내의 에어컨이 고장나서 마지막 세시간은 창문을 내리고 들어오는 더운 바람을 위로삼고 도착한 그곳의 햇살은 강렬했다.

그곳에서 인생을 내어놓는 결단을 하시고 사역 중이신 한국 선교사님 부부께서 작은 아파트에서 사시는데, 그곳에서 우리의 숙식을 해결하도록 내어주셨다.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다양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우는 인생의 좋은 경험이 되었다.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효율적인 시간을 보내고 왔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짧은 몇일동안 선교활동을 하고 왔다는 것이 무조건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많은 아이들이 VBS(Vacation Bible School) 같이 특정 이벤트를 할 때만 교회를 온다는 사실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기에는 우리에게 그곳에서 보내도록 주어진 시간은 제한적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 문제를 직시하고 그 교회의 원주민 목사님께서 우리의 스케줄에 최대한 많이 참여하며 모인 아이들과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노력했다.

그곳의 한 교회를 찾아가 도와드렸는데 상황이 아주 열악했다. 화장실은 푸세식이었고 부엌도 없고 그저 예배당과 옆에 큰 방 하나가 전부였다. 수요일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그곳의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집집마다 찾아가서 인사하며 VBS사역을 소개하며 교회에 모이도록 초대했다.

그들은 매년 오는 여러 선교팀들의 활동을 통해 VBS를 이미 접해보고 어떤 것인지 거의 다 알고 있었다. 흔쾌히 가겠다고 기대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이들이 있었던 반면에 겨우 문을 열어주고 들어주기만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드디어 VBS 첫날 아침, 교회에 도착한 아이들이 차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모습에 마음이 벅차 올랐다. 매일 같은 일상만 반복하며 기나긴 여름방학을 보내던 많은 아이들에게 우리가 준비한 시간들은 특별한 기쁨과 신선함을 선물해주는 것 같았다.

준비한 대로 예배, 미술 및 만들기, 율동, 게임, 점심, 간식 시간 등등을 진행해 나가면서 눈깜짝할사이에 이틀 일정이 지나가 버렸다. 바쁘게 끊임없이 움직여야 했지만 뿌듯하고 모든 수고가 빛을 발하는 시간들이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보였고 그들의 눈은 아름답게 반짝이면서도 슬픔을 자아냈다. 그 아이들과 마지막으로 차에 태우고 작별인사를 하며 떠나보내는 마음은 참 무겁고 아파왔다.

우리가 해준 한마디 한마디가 땅에 떨어지지 않고 그들 마음에 씨앗이 되어 자라나길, 우리가 정성껏 준비한 시간들이 잊혀지지 않고 따뜻하고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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