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자투고] 정민규 ㅣ가시고기 아버지

2015-04-27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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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규/샌리앤드로


가시고기는 이상한 물고기이다. 엄마 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 어디론가 달아나 버리지만 아빠 가시고기는 혼자 남아 알들을 돌본다.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다. 무럭무럭 자란 새끼들이 아빠 가시고기를 버리고 제 갈길로 가버리면 홀로 남은 아빠 가시고기는 돌 틈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버린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전화가 왔다. 이발을 하고 택시를 기다리다가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병원으로 옮겼다. 한국에 들어갈까요 라고 물어도 올 것 없다해서 그냥 있었는데 이틀 뒤 호흡이 거칠어져서 중환자실로 급히 옮겼다고 했다. 심장이 쿵쿵거리며 불안이 엄습해왔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리 전화 너머 울음소리와 함께 들렸다.


처자식 거느리고 한국에서 장례를 치르고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밤마다 통곡한다. 과체중과 협심증으로 매끼 다량의 약을 복용하는 90세 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는 생각은 왜 못했던지...

방탕과 사고로 점철한 철없는 아들 때문에 고통과 창피를 감수하면서도 밤낮으로 자식을 위해 기도하던 아버지...미국으로 보내고 나서도 항상 먼저 전화해주며 걱정하시던 아버지...가정을 갖고 자식을 키우다보니 이제서야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떠나가셨다. 언젠가 아버지께 하나님을 어떻게 믿게 되었는지를 물었더니 나도 의지할 곳이 필요했다고 하셨다. 소름끼칠 정도로 자신을 절제하던 분이 기댈 곳이 필요했다니...아버지에 대한 연민이 간절한 그리움으로 변한다. 태평양 건너편에서 살아계실 때는 함께하지 않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는 아침저녁으로 함께한다.

2년 전 4월 5일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는 아들의 가슴속에 신앙의 나무를 심어주셨다. 구원의 약속을 바라보며 경건의 삶을 시작한다. 아 가시고기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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