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카밀 정 ㅣ마음을 열면 진정한 자유가
2015-04-03 (금) 12:00:00
2주전 어느 그룹의 아주 내성적인 리더가 아무에게도 말 안하고 평생 숨겨온 창피하고 수치스러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었고 이젠 그런것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했다. 용기낸 자신을 보고 끙끙 가슴앓이를 하지말고 속박하는 것에서 남들이 해방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왜 굳이 가깝지도 않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조금 이해가 안됐다. 그리고 또 털어놓는다고 정말 마음이 편해질까 의아했다. 2주 후 같은 모임에서 그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편지를 보내온 이의 사연을 글쓴이의 허락을 받고 모든이들과 나눴다. 낙태반대 관련기관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둔 아들의 편지였다. 아들은 결혼도 하고 자녀도 있는 성인이었다.
그 아들은 2주전 그룹 리더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덮고싶은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고 싶어 편지를 썼다고 했다. 10대에 임신시킨 여자친구에게 낙태를 권했고 그의 말에 따라 한 생명체가 지워졌다는 것이다. 그 아들은 그동안 죄책감에 시달려왔지만 다른 누구보다도 어머니에게만은 그 사실을 숨겨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얼마전 용기내서 말을 꺼냈다. 그런데 아들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어머니가 갑자기 펑펑 울며 결혼 초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갖고 낙태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자신과 같은 사람이 또 나오지 않도록 낙태하려는 여성들에게 상담을 하고 세미나를 하기 시작했다며 남편과 아들, 그 누구에게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아들에게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서로 껴앉고 울며 치유하고 죄책감들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아들이 마지막에 덧붙인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란 확신이 있었다면, 조금만 일찍 용기를 내서 말했다면 좋았을걸… 그 수많은 세월동안 죄책감, 불안함, 의기소침으로 자신을 옭아매지 않았을걸 어머니도 일찍 이야기했으면 훨씬 마음이 후련했을텐데… 이제야 비밀을 나눈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마음을 여는 것은 나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내가 마음을 열면 다른이도 내게 마음을 열며 미움을 녹이고 해결하지 못한 삶의 기억들을 떠나보내는 것 같다. 고통의 시간을 지낸 서로를 위로해주며 치유되고 진정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