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김유범 교수, 한글의 3가지 오해 풀어줘
자신의 출간 예정 에세이 집 내용도 함께 나눠
워싱턴대학(UW) 한국학도서관이 한인들의 교양 프로그램으로 매달 마련하는 북소리(Booksori) 올해 첫 행사가 대성황을 이뤘다.
지난 17일 UW 동아시아도서관 가웬홀에서 열린 행사에는 70여명이 자리를 메우고 강연을 통해 지식ㆍ정보ㆍ인식의 지평을 넓힌데다 삶과 추억을 서로 나누면서 북소리가 추구하는 요건을 모두 충족했기 때문이다.
이날 강사인 김유범교수(고려대 국어교육과)는 특이하게 사실상 2권의 책을 소개하며 ‘문자와 책이 살아온 이야기’와 ‘사람 사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첫 번째 주제는 ‘494년 동안의 고독’이었다. 서울대 김주원 교수의 저서인 <훈민정음: 사진과 기록으로 읽는 한글의 역사>를 소개한 김 교수는 “한글과 관련해서 크게 3가지 오해가 있다”고 말을 시작했다.
그 첫 번째는 ‘세종대왕이 우리 말을 발명했다’는 것이다. 세종대왕은 우리 말을 만든 게 아니라 우리 문자인 ‘훈민정음’을 만들었다. 두 번째 오해는 한글을 ‘세계 기록유산’으로 생각하는 점이다. ‘훈민정음’은 현재 24자(창제 당시는 28자)인 문자 자체를 뜻하기도 하며 이들 문자의 사용 설명서 격인 <훈민정음>을 지칭하기도 한다. 바로 ‘훈민정음’책이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이다. 마지막 오해는‘한글은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글은 소리를 글자로 적는 표음(表音)성이 뛰어난 문자이긴 하지만 모든 소리를 적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책 <훈민정음>은 문자인 훈민정음이 반포된 뒤 3년 뒤인 1946년 제작됐으며, 이후 494년 동안 숨어있다가 1940년 경북 안동서 발견돼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며 “이 같은 의미를 담아 강연 제목을 ‘494년 동안의 고독’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연구결과 문자인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혼자 직접 만들었다는 ‘친제설’이 유력하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는 백성들을 편하게 하려는 인간적 가치가 담겨 있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2부 순서로 UW 방문학자를 마치고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가면 책으로 발간할 예정인 자신의 에세이 집 <추억, 새로운 꿈을 꾸다>의 내용을 소개하며 추억의 의미와 그 힘에 대한 행복한 에피소드들을 소개했다.
대학생 시절 학술답사를 위해 찾아갔던 정선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살려 23년만에 교수로 다시 찾아갔던 이야기, 젊었을 때 황인용 아나운서가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테이프에 녹음한 뒤 갖고 있다가 그를 찾아가 인연을 맺게 된 사연 등을 책에 담았다.
추억은 결코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의 삶과도 관통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김 교수는 “시애틀 한인 여러분도 자신이 간직한 추억의 보물창고를 꺼내서 새로운 꿈을 품어보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황양준기자 june66@koreatimes.com